엠넷 아시아 뮤직어워드, ‘반쪽 시상식’ 되나
  • 성시권 | 대중음악평론가 ()
  • 승인 2009.11.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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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문제로 기획사들 보이콧 잇따라 ‘가수 빠진 잔치’ 우려

▲ 빅뱅. ⓒ연합뉴스


케이블채널 엠넷(Mnet)이 주최하는 연말 시상식 ‘2009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가 반쪽짜리 시상식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몇몇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엠넷이 주최하는 ‘2009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이하 MAMA)’ 불참을 선언하면서 가요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장윤정과 박현빈 등이 소속된 인우기획이 가장 먼저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f(x)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도 이 시상식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이 소속된 플레디스도 불참을 통보했다.

트로트와 아이돌 그룹을 양분하고 있는 인우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의 불참 통보는 분명 엠넷측에도 상처이다. 트로트 부문 후보에 오른 다섯 팀 중 박현빈과 윙크, 소녀시대 서현이 모두 이들 소속 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댄스음악상에는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가 후보로 올라가 있고, 남녀 그룹상 후보로도 각각 올라 있는 상태이다. 불참을 통보한 손담비와 애프터스쿨 또한 여자가수상과 하우스&일렉트로닉상, 신인상 후보에 각각 이름을 올려 후보가 대거 빠진 상태에서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일고 있다.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한 기획사측은 하나같이 후보자 선정 기준과 공정성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인우기획 관계자는 “엠넷측은 시상식 후보작 선정위원회인 엠넷과 KM PD 전원이 자사 방송국 자료실에 입고된 뮤직비디오에 한해 후보자를 선정했다는데, 대다수 트로트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지 않는 시장 여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다”라고 주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측도 “소녀시대의 <Gee>가 타 음악 프로그램에서 9주 연속 1위를 하는 동안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에서는 단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이 노래가 순위권에 진입한 것도 음반이 발매된 후 약 한 달 만인 지난 2월 첫째 주 차트였다”라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엠넷의 한 관계자는 “이런 논쟁이 불거진다고 주최하는 측에서 입장을 바꾸면, 그 자체가 시상식의 공정성이 기획사에 휘둘린다는 뜻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엠넷닷컴’ 사이트 유료 회원을 상대로 한 투표 방식에 대해 “거대 아이돌 팬덤(fandom)의 중복 투표를 막고자 한 취지일 뿐, 상업적인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갑론을박 속에 가요계에서는 해마다 시상식을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데 따른 개선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정훈씨는 “음악 관계자는 물론, 일반 음악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집계 대상을 대폭 늘려야 한다. 참여 뮤지션의 장르도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 에프터스쿨(아래 왼쪽). 장윤정(아래 오른쪽). 소녀시대(맨 아래).

음악 사이트 ‘멜론’, 투명한 음악상 모범 보이겠다며 새로운 시상식 개최 선언

이번 논쟁이 방송사와 기획사 간의 알력 싸움으로 번지는 데에 대한 비판도 대두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제는 소녀시대가 수많은 걸그룹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다양한 팀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상식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SM의 항변은 정당할지 몰라도, 보이콧 선언은 다른 가수들에 대한 매너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음반 기획사들의 잇따른 불참 선언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런 행사는 대형 기획사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방송사와 가수들의 소속사 간 힘겨루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작은 규모의 가요기획사들은 이런 시상식에서는 불청객일 뿐이다”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던졌다. 이어 “우리도 해외의 ‘그래미상’이나 ‘브릿 어워드’처럼 투명하고 공정한 시상식을 만들 때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MAMA가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자 온라인 음악 사이트인 ‘멜론’이 시상식을 개최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멜론’의 운영사업자인 ‘로엔엔터테인먼트’와 방송채널사업자(MPP) CU미디어는 지난 11월9일 “오는 12월16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09 멜론 뮤직 어워드(Melon Music Awards 2009)’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기존 온라인 어워드를 오프라인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것으로, MAMA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 취지이다. 신원수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09 멜론 뮤직 어워드’는 한 해 동안의 디지털 음원 이용량을 바탕으로 대중음악계의 객관적 지표를 창출하는 공정한 시상식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상은 멜론 뮤직 어워드 Top 10,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앨범상 등 총 15개 부문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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