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드라이브’ 끝내 전쟁 부르려나
  • 조홍래 | 편집위원 ()
  • 승인 2009.12.08 1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선제 공격·가혹한 경제 제재 등 주문 잇따라

▲ 11월25일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왼쪽)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이 서방과의 협상을 끝내 거부하고 본격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길로 들어섰다. 이란의 의도가 명확해지자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이란의 핵 보유를 방지하는 길은 무력 사용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11월29일 10개의 우라늄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이 결정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최근 이란에서 새로운 핵공장을 발견하고 모든 우라늄 시설을 폐쇄할 것을 요구한 지 며칠 후에 나왔다. 마치 유엔의 경고를 비웃는 것 같다. 이란 의회는 또한 유엔의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NPT에서 탈퇴하면 이란은 유엔 감시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핵을 개발할 수 있다. 북한의 전철을 밟듯 핵 개발 의지를 공식화하고 서방과의 최후 대결을 각오한 듯이 독자적인 길을 선택한 셈이다.

미국과 그 동맹들은 즉각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이란을 제재하는 데 회의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할 뜻을 비쳤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최근 결정을 유엔 안보리 결의안들을 모조리 위반하는 도발로 규정하고 국제 사회의 인내심은 거의 소진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논평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다짐을 상기시킨다.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제재는 물론 최악의 경우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아프리카와 남미를 방문해 반미 성향 정부들과 이란의 핵 개발을 지원하는 각종 협정을 체결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아마디네자드와의 회담에서 이란이 핵을 개발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에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는 이미 이스라엘과 단교한 바 있다. 이란은 요트 항해 중 실수로 이란 영해를 침범한 영국인 다섯 명도 체포해 다각적으로 서방과의 대결 강도를 높였다.

마침 뉴욕에서는 ‘미국과 이란’을 주제로 한 전략 포럼이 열렸다. 전 민주당 상원의원이었으며 외국 정보 담당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찰스 롭은 세 명의 토론자가 참석한 이 포럼에서 ‘이란에 대한 강경한 옵션’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이 포럼에 참석한 다니엘 코츠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약효가 없어진 이상 이제는 군사 조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의 포럼 참석자인 전 유럽 주둔 미군 부사령관 찰스 월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서방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는 지금까지의 가설은 허구였다며 “우리는 이란을 공격할 능력을 갖고 있고, 이란은 이에 취약하다”라고 말했다. 

이들 세 명은 지난 9월 ‘초당적 정책 센터’를 위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이 보고서의 제목은 <도전에 대한 대응: 시간은 없다(Meeting the Challenge: Time Is Running Out)>이다. 이란의 핵 야망을 저지하려는 서방의 모든 외교 노력을 거부한 바로 그 순간에 이들이 뉴욕에 나타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다시 말해 군사력 사용이 ‘최후의 옵션’일 수 있음을 오바마에게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초당적 정책 센터’는 상원 원내총무를 역임한 하워드 베이커 2세, 톰 대슐,  로버트 돌 3인의 공동 출자로 만든 정책 토론 기구이다. 뉴욕 포럼에서는 군사 조치의 가능성에 토론이 집중되었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핵으로 무장한 이란보다는 군사 옵션이 훨씬 현실적이고, 성공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란이 서방이 군사 행동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인데, 바로 이 점이 역설적으로 군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결론 내렸다. 월드 장군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핵을 갖는 것이며 군사 옵션은 차라리 그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1회성이 아닌 연속 작전이 되어야 하며, 미국의 집중적인 공격은 이스라엘의 공격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의 4번째 제재마저 효과 없을 경우 ‘군사 옵션’만 남아

이 포럼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딜레마에 빠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여유가 있느냐 하는 문제도 토의했다. 결론은 핵을 보유한 이란과 공존할 수 없다면 현 단계에서 공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포럼에서는 또한 이란 내 강경파를 제거하고 서방과의 화해를 바라는 온건파를 주축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문제도 거론되었다. 월드 장군은 이란이 헤즈볼라나 하마스를 동원하는 대리전 정도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은 어차피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선제 공격을 해서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유세 때 “우리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힘과 자원을 사용할 것이다. 나는 이란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고 이 발언 속에 이란 위기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는 것이 뉴욕 포럼의 결론이다.

우라늄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이란에 대해 서방은 강경 일변도이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도 깁스 대변인의 논평을 거들었다. 그는 이란의 행위를 도발로 단정했다. 입이 닳도록 이란을 설득했지만 허사가 되었다면서, 이제는 서방의 선택만 남았다고 말했다. IAEA도 즉각 강경한 어조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의 벤자민 네탄야후 총리는 집중적인 경제 제재를 주문했다. 그는 이란이 핵 개발에 과도한 국력을 투입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혹한 경제 제재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여의치 않으면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서방 4개국 대표들은 지난 11월 빈에서 만나 이란 농축 우라늄의 70%를 러시아로 보내 금속 연료봉으로 바꾼 뒤 이것을 다시 이란으로 보내 평화적 용도에 사용하도록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란은 한때 이를 수락하는 척하다가 강경파의 제동으로 서방의 제안을 전면 거부하고 대신 이미 공개된 다섯 개의 우라늄 공장 외에 다섯 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이란 핵 문제는 각자의 길로 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제 남은 것은 유엔 안보리의 4번째 제재 그리고 이것마저 효과가 없을 경우 군사 옵션이라는 수순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군사 조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출구 전략이 긍정적 가시권에 들어올 때 마지막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