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 깊은 ‘용산’과 ‘나영이’
  • 정락인·안성모·이은지 기자, 엄민우 인턴기자 ()
  • 승인 2009.12.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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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대 사건 / ‘장자연 리스트’도 후유증 남겨…‘미네르바’ 구속으로 논란 일기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잇달아 서거했고, 각종 게이트가 터져나왔다. 끔찍한 사건도 잇달았다. 부녀자 1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고, 여덟 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장애아로 만든 파렴치범도 나타났다.

꽃보다 예쁜 남자들이 출연한 <꽃보다 남자>는 여성들의 마음을 두근두근 설레게 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1천3백여 년 전의 a신라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사저널>은 사회 사건을 중심으로 유행어와 이색 기록 등 올해 우리 사회를 달군 ‘TOP 10’을 꼽아보았다.

①조두순 아동 성폭행

여덟 살 어린아이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은 올 한 해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잔혹한 범죄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두순(57)은 지난해 12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영이(가명)를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한 교회 화장실 안으로 끌고 들어가 잔혹하게 짓밟았다. 반항하며 울부짖는 아이를 ‘시끄럽다’며 주먹으로 때리고, 급기야 목을 졸라 기절까지 시킨 후 무자비하게 성폭행했다.

나영이는 생식기가 80%가량 영구 훼손되고, 평생 허리에 대변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정신적 충격 또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증거 부족으로 사건 해결이 힘든 상황에서 조씨가 조기에 검거된 것은 나영이의 침착한 대응과 비상한 기억력 덕이었다.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지만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범인의 얼굴 또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15년 전에도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상습 성범죄자인 조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만행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로 일관했고, 법원에서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를 했다. 나영이가 범행 당시 자신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기억하자 법정에 변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했다. 12년형 확정 판결을 받은 조씨는 현재 청송 제2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나영이와 주치의인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사진)는 지난 2월 말에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 나영이는 어떤 상태일까.

신교수는 나영이의 건강과 심리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라고 전했다. “적응 기능이 예전과 비슷하게 돌아왔다. 공부에 대한 열의도 다시 생겨났고, 최근에 치른 시험 성적도 잘 나왔다. 지난 3개월 간 약물 치료와 지속적인 심리 치료가 병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나영이를 불편하게 했던 배변 주머니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신교수는 곧 배변 주머니도 몸에서 뗄 수 있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현재 2주에 한 번씩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배변 주머니를 떼는 수술이 끝나면 심리 치료도 더 이상 받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나영이에게는 제2차, 3차의 고통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 같다. 신교수가 전한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영이가 월경을 시작하면 여성의 성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이다. 지금과 다른 좌절감이 몰려올 수 있다. 이성관과 결혼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것이다. 그때 나영이는 똑같이 성폭행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집단 상담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영이가 ‘여자’가 되면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 너무 잔인할 것 같다.

▲ 성폭행을 당한 후 텔레비전 방송 화면에 비친 나영이의 모습.

 


 
②강호순 연쇄 살인

▲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경기 화성에서 실시된 현장 검증에서 2006년에 살해한 노래방 도우미 배 아무개 여인을 암매장하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올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건이 바로 ‘강호순 연쇄 살인’이다. 강호순(39)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여 동안 부녀자 10명을 살해했다. 강씨에게 첫 번째로 희생된 사람은 장모와 부인이었다.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처가에서 장모와 네 번째 부인을 방화로 살해한 것이 연쇄 살인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 희생자는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윤 아무개씨(당시 23세)였다. 윤씨는 2006년 9월 출근 중에 감쪽같이 사라진 후 행방불명 상태였다. 검찰에 송치된 강호순은 자신이 윤씨를 납치·살해한 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강호순은 또 2006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실종된 일곱 명의 부녀자를 살해했다. 약 한 달 사이에 다섯 명을 잇달아 살해하는 등 살인 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강씨의 손에 희생된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세 명, 회사원 한 명, 주부 한 명, 여대생 두 명이며, 여기에 장모와 네 번째 부인까지 포함하면 10명이다. 역대 살인 사건 중 네 번째로 많은 인명을 살해한 기록으로 남았다. 강씨는 지난 7월 법원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③김할머니 연명 치료 중단

▲ 6월23일 오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의 존엄사가 시행되고 있다. 아래는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김할머니.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해 2월 폐암 검사를 받아 식물 인간이 된 김 아무개 할머니(77)에 대해 가족들은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침내 지난 6월23일 오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김할머니의 연명 치료 수단이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가 집행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이 김할머니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한 것은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 사망이 임박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호흡기를 뗄 경우 늦어도 3시간 안에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보았지만, 김할머니는 현재도 호흡을 유지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논란은 ‘연명 치료 수단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로 옮아가는 분위기이다.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이후에도 코에 호흡기 보조 장치를 달고 있으며 주사 바늘을 통해 유동식을 공급받고 있다.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맞으면서 항생제 치료 등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호흡기만 뗐을 뿐 영양 공급과 치료는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대법원의 판단이 성급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과 함께 ‘존엄사의 치료 중단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가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인공호흡기와 마찬가지로 약물이나 유동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 역시 존엄사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영양과 수분의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존엄사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할머니가 촉발시킨 존엄사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④용산 참사

▲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에 있는 남일당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망루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

가장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난 1월20일 아침 서울 용산 한강로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았다. 재개발 보상에 반발한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벌였고,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옥상에 설치된 망루에서 일어난 화재가 원인이었다. 경찰과 유족은 화재 원인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고, 검찰과 법원은 농성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농성자들에게는 중형이 잇따랐다. 철거민 아홉 명 가운데 일곱 명에게는 5~6년이 선고되었고, 나머지 두 명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 기록 공개 거부와 재판부 기피 신청 등 파행을 겪었지만 법적으로는 사건이 일단락된 것이다.

그러나 용산 참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유족들이 참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또한, 철거민 사망자 다섯 명의 시신도 아직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순천향병원 냉동고에 안치되어 있다.
 
⑤장자연 성상납 리스트

지난 3월7일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주택에서 여배우가 목을 매 자살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장자연씨였다. 장씨가 죽기 직전 자필로 쓴 문건이 전 매니저에 의해 폭로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장씨가 소속된 전 기획사 대표로부터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는 등 폭행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이다. 이 문건에는 또 장씨가 성접대를 했다는 언론사 대표, 방송사 PD, 기업체 대표 등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이다. 경찰은 대대적으로 수사 인력을 편성해서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사 결과, 피의자 대부분은 무혐의 처리되었다. 장자연씨에게 성상납을 강요하고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 소속사 대표 김 아무개씨는 보석으로 풀려났고, 문건을 폭로한 유장호 대표도 모욕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으나 기각되었다.

결국, 문건에 거론된 유명 인사 등에게 면죄부를 주고, 요란한 변죽만 울린 꼴이 되고 말았다.
 
⑥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지난해 7월부터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을 예측한 글이 적중하면서 세간에서 주목되기 시작했다. 그가 쓴 글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변동 추이를 정확하게 예측해 ‘미네르바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미네르바의 경제 예언이 계속 맞아떨어지자 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시장 불안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 1월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미네르바 박씨를 구속했다. 미네르바는 지난 4월20일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언론 매체 등에 경제 관련 글을 기고하는 등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왼쪽부터)고 장자연씨 영정. 미네르바 박대성씨. 동아건설 횡령 사건의 범인 수배 전단.

⑦쌍용자동차 노조 공장 점거

지난 1월,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자금난을 이유로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 쌍용자동차 공장 점거 사태의 시작이었다. 이후 쌍용차는 근로자의 36%인 2천6백46명을 줄이는 내용이 담긴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반발한 노조는 정부와 대주주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5월21일 평택공장을 점거해 파업에 돌입했다.

몇 번의 노사 간 대화가 있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되었다. 결국 7월20일, 강제 해산을 목적으로 경찰이 투입되었다. 평택공장이 전쟁터가 된 것은 이때부터다. 테이저건, 볼트건 등 생소한 이름의 무기들이 등장했고, 경찰과 노조 양측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8월6일, 사측과 노조는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고, 전쟁 같았던 77일간의 사태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 (왼쪽부터)쌍용자동차 노조. 유골을 도난당한 고 최진실씨 묘. ⓒ시사저널 임영무

⑧동아건설 자금부장 1천8백98억원 횡령

단일 횡령 사건으로는 국내 최다 금액을 빼돌린 사건이다. 박상두 전 동아건설 자금부장에게 회사 돈은 주머닛돈과 같았다. 그는 지난 2004년 9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 회사 돈을 무려 1천8백98억원이나 빼돌렸다. 이 중 9백24억원은 횡령한 자금을 돌려막기로 메웠고, 실제로 박씨가 착복한 돈은 9백74억원이다.
박씨는 횡령한 돈 대부분을 도박이나 주식으로 탕진했다. 검찰은 박씨의 숨겨놓은 재산을 추적해 차명으로 구입한 부동산과 아파트 그리고 현금 등 45억원 정도를 찾아내 압수했다.
 
⑨최진실 유골 도난

‘국민 배우’로 불리던 최진실씨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8월15일에는 최씨의 유골이 도난당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양평 갑산 공원 묘역에 안치되었던 최씨의 유골이 갑자기 사라졌으며, 묘역 근처에 있던 CCTV에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경찰은 최초 도난 신고가 접수된 후 10일 만에 유골 절도 용의자를 검거하기에 이른다. 그는 대구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씨였다. 박씨는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진실씨의 유골함은 갑산공원에 재안치되었으며, 공원측은 묘역을 새로 조성하고 CCTV 2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사고 현장. ⓒ연합뉴스

⑩부산 사격장 화재

 

지난 11월14일 부산의 한 실내사격연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일본인 관광객 10명과 한국인 5명을 포함해 총 1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로 일본인 관광객이 다수 사망하면서 ‘일본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던 국내 여행업계를 긴장시켰다.
경찰은 사격시 발생하는 화염에 의해 착화되어 발사실 내 가연성 물질에 옮겨 붙으면서 불길이 폭발하듯 번진 것 때문에 화재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전 관리 소홀’과 ‘과실치사 혐의’로 사격장 주인과 관리인을 구속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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