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자리’는 많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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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 돌리는 예비 취업생들 크게 늘어…보험계리사·IT기술자 등이 전망 밝아

▲ ‘2008 대한민국 취업박람회’를 찾은 젊은 구직자들이 해외 인턴십 등 해외 취업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피터 드러커는 최근 자신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에서 “해마다 2억명 이상이 이민, 유학, 취업 등으로 해외에 나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인력에서도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그 이면에는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의 인력난이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유럽 국가 간 취업 규제마저 철폐되면서 자격을 갖춘 취업자의 길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역시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는 예비 취업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직자의 75.9%가 “기회가 된다면 해외 취업을 하고 싶다”라는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해외 취업을,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올해부터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4천5백32명(2009년 12월20일 기준)에 달한다. 매년 1천5백명 안팎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 직종 또한 다양하다. 사무나 서비스, IT(정보기술), 건설 및 토목 등에서부터 의료, 기계·금속 직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진출 국가도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뉴질랜드, 싱가포르, 카타르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진영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국장은 “국가별로 보면 일본, 중국, 중동 지역은 건설 및 항공승무원의 진출이 활발하다. 동남아는 이·미용, 호주는 정육 가공 및 용접, 미국은 매장 관리 및 영업 직종 취업이 주를 이룬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내 인력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신종 유망 업종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해외에서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조언한다. 보험계리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보험계리사는 수학적 지식을 활용해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직종이다. 미래의 보험금 지급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해 보험료와 상품을 결정하는 것이다. 영어 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해외 취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영규 아폴로해외투자 대표(미국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해외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보험계리사는 높은 수준의 수학 능력만 있으면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젊은 층에게 적격이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경기 탓 하며 나라 밖으로 나가겠다는 발상은 위험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금융 상품이 다양해질수록 보험계리사의 역할 또한 확대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보험계리사가 야후차이나가 선정한 7대 유망 직종으로 꼽혔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보험계리사는 여전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여성 보험계리사인 조의주 푸르덴셜생명보험 전무는 “업무 환경·수입·근무 강도·전망·안정성·스트레스 등을 기준으로 미국의 한 조사 기관이 직업 순위를 매겼는데 보험계리사가 2위를 차지했다”라고 귀띔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IT 관련 직업도 해외에서 유망한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국내 IT 인력의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 IT 사업가는 “통상적으로 일본 회사에 파견되는 한국 근로자는 월 50만 엔 정도를 받는다. 30만 엔은 본인이, 20만 엔은 알선 업체가 나눠가지는 구조이지만, 엔고 현상 때문에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유망 직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 멀티미디어 프로그래머 등이다. 이 중에서도 멀티미디어 프로그래머는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유재 인테크연구소 대표는 “21세기는 콘텐츠의 시대라고 한다. 멀티미디어 프로그래머는 이러한 콘텐츠를 디지털화해나가는 일을 한다. 때문에 타이틀 제작, 방송 프로그램, 영화 제작, 디자인, 프리젠테이션 등 다양한 업무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의사나 간호사도 해외 취업 유망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은 간호사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해외 취업을 꿈꾸는 의대생이나 의료보조인, 간호사들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학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 비서나 번역가, 통역관 등의 취업도 고려할 만하다. 홍영규 아폴로해외투자 대표는 “번역이나 통역 작업은 잠재 고객과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취업했을 경우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최소 석사학위 이상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최근 해외 취업이 늘어나면서 취업 사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미션을 노리는 해외 취업 연수 업체나 현지 알선 업체의 사기가 늘어나면서 피해 또한 커지고 있다. 선주만 한국소비자원 홍보팀장은 “현재까지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해외 취업을 알선하는 것과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취업 준비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진영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국장은 “선금을 요구하거나 능력 이상의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알선 업체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과의 상담을 통해 조언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해외 취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요컨대 해외 취업을 단순히 나라 밖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영규 아폴로해외투자 대표는 “단순히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나라 밖에서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자세는 위험하다. 어떤 분야에서 취업을 나갈 것인지 분야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임영무
1.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마음가짐을 가져라

막연히 노동력이 부족한 분야로 나가는 것은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  

2. 원하는 직종을 먼저 정하라 

대학 전공 분야의 지식을 요구하는 직무인지 따져야 한다. 단순 노동에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 

3. 취업 대상 국가의 문화나 사고방식 차이를 이해하라

이력서 작성 때부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4. 그 나라의 이민법에 따른 적합한 취업 비자를 받아라

무작정 들어간 후 현지에서 취업 신분으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잘못되면 향후 미국 입국이 거절될 수 있다.

5. 전문적인 컨설팅업체를 통해 도움을 받아라

컨설팅 업체의 광고나 일방적인 설명보다 본인이 직접 원하는 기업이나 산업을 연구·조사 후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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