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에 내세울 거물급 외부 인사 접촉 중이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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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공관에서 당시 밥 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추천권 행사하지 않았다”

ⓒ시사저널 유장훈


“내가 의정 활동을 한 지 14년째인데, 2009년이 최악이었다.” 지난 12월24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난 정세균 대표의 표정은 상당히 무거웠다. 2009년을 연 것은 불행히도 1월의 용산 참사였다. 5월과 8월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잇따라 서거했다. 7월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련법을 강행 처리했고, 12월로 접어들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민주당 상임고문)가 뇌물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대표가 2009년을 최악의 해라고 꼽은 이유들이다. 정대표는 “이렇게 여야가 대화도 타협도 되지 않고, 여당의 일방통행에 의해 정치가 실종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혹평했다.

연초 10%대였던 당 지지율이 회복되어 20~30%대로 상승했고, 4월과 10월, 두 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을 꺾고 승리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예산 문제 등으로 연말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정대표 개인 의혹이 불거졌다. 2006년 12월 산자부장관으로 있을 때 한 전 총리의 부탁을 받고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에 앉히려 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정대표는 “한 전 총리로부터 어떤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저널>은 2010년 ‘신년 기획’으로 여야 주요 정당 대표들을 만나 새해 정국 구상을 듣는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났다. 

2009년 정국을 평가해달라.

최악의 해였던 것 같다.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당으로서는,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해였다. 지금은 그야말로 총을 들고 새해를 맞는 기분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그나마 회복된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정국의 도움도 받았고, 민주당의 노력도 있었다. 특히 두 번에 걸친 재·보선 승리가 지지율이 오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당에게는 선거가 심판의 기회이다.

2010년 새해 정국을 전망해달라.

6월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있고,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개혁 진영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열정도 필요하다. 지방선거 전략도 중요하다. 좋은 인물을 발굴해서, 비교 우위의 선거 전략을 구사해 꼭 승리할 것이다.

좋은 인물을 발굴하는 것과 관련해 외부에서 제3의 인물을 영입할 계획이 있나?

아무래도 당내에서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풀뿌리 엘리트를 두루 찾아야 한다. 우리 당에 ‘혁신과 통합 위원회’가 있는데, 그쪽과 시·도 당 차원에서 좋은 인물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영입하고자 하는 거물급 인사는 있는가?

아직 거명할 단계는 아니다. 광역단체장 후보 쪽으로 접촉은 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시·도 당 차원에서, 광역단체장은 중앙당 차원에서 접촉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 대연합론’이 불거졌지만,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이다. 특히 무소속 정동영 의원 등과 옛 동교동계 인사들의 복당 문제도 남아 있는데.

당연히 힘을 합칠 것이다. 어느 시기에, 어떤 식으로 합칠지는 지혜롭게 해야 할 것이다. 당에 돌아오는 분들과 당 모두에 도움이 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민주개혁 진영이 뭉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합이 되어야 한다.

창당을 준비하는 친노(親盧) 그룹 ‘국민참여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원래 국민참여당이 우리와 같이하기를 바랐다. 지난 7월,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통합하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득권 같은 것은 버리고 통합하자고.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지금도 우리는 같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후보 내지 정책 연합은 가능한가?

그런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선거 공조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후보 단일화 등 여러 방법이 있다. 민주개혁 진영이 함께 승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야권에는 어디까지를 포함시킬 수 있나?

무소속 의원이나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그냥 함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른 당에 계신 분들은 후보 단일화건 연합 공천이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가상 대결 조사에서 오세훈 현 시장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맞붙을 경우 유 전 장관이 오시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가능한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는 하지만, 어떤 특정한 자리를 두고 지금 얘기하기에는 빠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장이나 어느 도지사를 놓고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야권 표가 분산되어 한나라당이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지금은 특정 정파와의 얘기보다 전체 개혁 진영과 어떻게 연합해야 할 것인지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특히 야 4당인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여기에 ‘어떤’ 당(국민참여당)이 새로 나오면 그 당하고도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4대강 사업 예산 문제 등과 관련해 국회가 파행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아직 여권에서 유연성을 안 보인다. 타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타결을 해보자는 입장인데, 그것이 잘 안 된다. 저쪽에서 전혀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4대강 사업 원천 봉쇄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예산을 삭감해서 타결 짓자는 타협파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의견이 갈리는 것은 아니고, 지금도 원천 봉쇄할 일이 있으면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차선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해서 지금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입장은 원천 봉쇄이다. 그렇게 하는 데 내부 불만은 없다.

정부가 1월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고, 여론 수렴을 거쳐 2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수정안은 볼 것도 없다. 원안대로 가는 것이 순리이다. 우리는 결코 협력할 수 없다.

만약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에 충청 민심이 돌아선다면.

행복도시는 충청도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것이다. 행복도시는 충청도민들에게 무엇을 주려고 만든 것이 아니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수정안은 인위적으로 민심을 조작하는 것이다. 원안을 고수해나갈 것이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 가운데 미디어법을 자신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런 측면도 있지만 국회 의회주의가 유린당한 일이다. 헌재가 그렇게 판단을 했는데 모르는 척 지나갈 수 있는가. 이해관계를 떠나서, 그것은 우리가 안 챙기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한창 논란이 되는 문제를 물어보겠다. 지난 2006년 12월 당시 한명숙 총리의 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만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

그냥 가서 밥 먹은 것이다.

한 전 총리가 당시 정대표를 초청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 자리에 곽 전 사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거기서(총리 공관에서) 부탁을 받았거나 그런 것을 한 적도 없다. 가서 밥 먹은 것은 사실이다.

▲ 민주당은 12월15일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과 수구 언론 정치 공작’ 규탄대회를 열고 검찰과 조선일보의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저널 유장훈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당시 5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해서,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국회 법사위에서 5만 달러 뭉치를 주머니에 직접 넣어보는 연출을 하기도 했다. 당시 곽 전 사장 주머니에 무엇이 담겨 있었나?

나한테 그런 걸 묻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나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을 한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밥 먹었다는 것뿐이다. 장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여기에 한 치도 잘못된 것은 없다.

장관 직무를 수행했다는 것은, 석탄공사 사장 추천권을 행사했다는 것인가?

추천권도 내가 행사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이미 퇴임이 결정된 상태였다. 식사하고 나서 연말에 퇴임을 했기 때문에 (사장) 심사는 그 다음에 이루어진 일이다. 추천도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 그저 내가 여러 잠재적인 (사장) 후보군 중에 이 사람도 한 번 넣어봐라, 이렇게 한 것이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것은 순전히 (여권의) 정치 공작이다. 목표는 지방선거 때문이다.

이번 의혹을 정리해서 공식적으로 얘기할 계획은 있나?

정리해서 얘기할 것이 없다. 내가 취조를 받을 이유가 없다.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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