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서울 대통령’ 누굴까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윗줄 맨 왼쪽부터) 오세훈, 유시민, 한명숙 노회찬. (아래줄 맨 왼쪽부터) 나경원, 추미애, 강금실, 원희룡, 김성순. ⓒ시사저널 사진팀

 


2010년은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해이다. 무엇보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가 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시사저널>은 신년 기획 특집으로 ‘2010년 지방선거 현장’을 연재한다. 그 첫 번째로 전국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편을 먼저 내보낸다.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장감 유력 후보들의 면면과 그들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2010년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지방선거의 향배이다. 오는 6월2일 실시되는 제5차 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5개월이나’ 남았지만, 예비 후보자들에게는 ‘5개월밖에’ 안 남았다. 여야 정당들은 3월쯤 내부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후보자들은 이 ‘예비고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본고사’를 치를 자격을 갖게 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후 정국 흐름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 여야는 사활을 걸고 임할 태세이다.

지방선거 가운데서도 역시 최대 관심사는 ‘서울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이다. 대권의 징검다리를 건너려는 잠룡들의 일대 혈전이 예상된다. 정당별로도 지방선거 승패를 가를 요충지여서 최대 화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재 10여 명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신년 기획 특집 ‘2010년 지방선거 현장’ 첫째로 ‘서울시장’ 편을 싣는다.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에 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2009년 12월22일 전화 조사를 실시했다. 신뢰 수준은 95%이며, 표본 오차는 ±4.4% 포인트이다.

현재 서울시장 후보군은 오세훈 현 시장에 맞서 군웅이 할거하는 형국이다. 집권 세력뿐 아니라 한나라당 핵심부와도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오시장에 맞서 한나라당에서 가장 먼저 도전장을 던진 이는 원희룡 의원이다. 과거 한때 당내 소장 개혁 그룹으로 한 배를 탔던 두 사람이 운명처럼 ‘일합’을 겨루게 되었다. 3선으로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 역시 ‘뜨거운 내전’에 뛰어들 태세이다. 자천타천으로 나경원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여기에 맞서는 야권 후보들도 속속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2006년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게 패했던 이계안 전 의원과 행정고시 출신으로 송파구청장을 역임한 김성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추미애 의원의 이름도 조심스럽게 거론되지만, 서울시장보다는 차기 당 대표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전 의원은 오래전부터 서울시장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6년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막판 ‘역전’당한 강금실 전 장관의 이름도 당 안팎에서 다시 나온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지만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인사 로비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출마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한 전 총리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노무현 재단’ 일에 전념하겠다”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총선 직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열풍’의 주역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11월 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현장을 훑으며 한창 공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야권 후보군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이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다. 친노(親盧) 진영이 창당을 준비하는 국민참여당(가칭)에 입당한 유 전 장관은 출마 여부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과연 출마할 것인지, 출마한다면 어디서 나올 것인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지사나 대구시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조사 결과 서울시민들은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오세훈 현 시장의 손을 들었다. 오시장이 25.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12.8%로 2위를 기록했다. 오시장의 기반은 아직까지 비교적 탄탄해 보인다. 시정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긍정적인 평가가 61.4%였다. ‘매우 잘하고 있다’라는 응답이 7.6%였고, ‘대체로 잘하고 있다’가 53.8%였다. 광화문광장 개설과 스노보드 대회 등으로 “재선을 위한 서울시의 홍보성 이벤트가 너무 많다”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오시장이 펼친 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민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시민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부분의 계층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는데, 60세 이상(78.6%), 서울 종로구·용산구·은평구 등 서북권(67.6%), 가정주부(71.2%), 고졸(72.7%), 한나라당 지지층(89.9%)에서 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부정적인 평가는 30.0%였다. ‘대체로 잘 못하고 있다’가 22.1%, ‘매우 잘 못하고 있다’가 7.9%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오시장의 1위는 불안한 1위라는 점 또한 엿보였다. 2위를 기록한 유 전 장관에 대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만약 유 전 장관이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할 경우 격차가 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오시장과 유 전 장관을 일대일로 가상 ‘맞대결’을 시켰을 경우 지지도는 오시장이 47.3%, 유 전 장관이 40.8%로 조사되었다.(18쪽, 20쪽 기사 참조) 오시장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오시장은 50대(34.5%)와 60세 이상 중·장년층(44.9%)과 한나라당 지지층(49.2%)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유시민 전 장관은 20대(23.8%)·30대(20.5%) 젊은 층과 학생(23.2%)층에서 지지도가 높았다.

오세훈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 덕 봐…야권 표 뭉치면 고전 예상 

 

오시장, 유 전 장관의 뒤를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 9.2%,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6.8%,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5.7% 등이 있었다. 이 밖에 민주당 추미애 의원(4.2%),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3.6%),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2.4%), 민주당 김성순 의원(2.1%) 등도 이름을 올렸다. 미미한 수치이지만,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1.3%, 민주당 김한길 전 의원 1.2%,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0.8%,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0.3%, 민주당 이계안 전 의원 0.2% 등이었다.  ‘모름/무응답’이 23.3%나 되어 순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서울시민들 가운데는 또 지방선거 때 정책을 고려해 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할 경우, 어떤 점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투표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정책 중심으로 하겠다’는 응답이 57.5%였다. ‘인물 중심’이 20.4%, ‘정당 중심’은 17.8%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계층에서 ‘정책 중심’이 높았는데 블루칼라(65.9%), 고졸(65.4%)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역대 선거의 경우 막판에는 늘 ‘인물론’이 흐름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정책 중심’ 투표가 실제로 이어질지 예단하기에는 빨라 보인다.

‘서울시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경제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는 것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1순위와 2순위를 합친 중복 응답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업(일자리)’ 40.9%, ‘물가’ 35.5%, ‘부동산’ 25.4% 순이었다. 다음으로 ‘복지’ 24.4%, ‘교육’ 23.6%, ‘소외 계층’ 14.4% 등이 뒤따랐다. 이 밖에도 ‘환경’ 문제 해결을 꼽은 이들이 12.1%, ‘교통’이 11.6%이었다.

‘실업(일자리)’을 시급한 문제로 꼽은 이들은 심각한 청년 실업을 반영하듯 20대(53.4%)와 60세 이상(55.7%), 학생(53.3%), 중졸 이하(60.9%)에서 높게 나왔다. ‘물가’는 ‘장바구니 물가’를 체감하는 가정주부(46.5%)와 중졸 이하(46.3%)에서, ‘부동산’은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40대(38.0%), 자영업(35.8%)에서 높게 조사되었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투표율은 어떻게 될까. ‘6월 지방 선거에 투표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라는 적극 투표층이 47.9%, ‘웬만하면 투표할 생각이다’라는 소극 투표층이 30.2%였다. 조사 대상자 78.1%가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셈이다. 높은 수치이다. 반면, 투표할 의향이 없는 비(非)투표층은 18%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별로 투표할 생각이 없다’가 14.1%, ‘전혀 투표할 생각이 없다’ 3.9%였다. 적극적으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계층은 50대(57.0%)와 60세 이상(73.1%), 화이트칼라(58.3%) 층이었다. 반면, 20대(19.4%)와 학생(20.4%)은 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정당별로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예비 출마자들이 많은 정당이 불리하다. 그 정당 지지자들의 응답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자가 적은 정당 후보는 그 정당 지지자의 응집력으로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이 1위에 오른 것은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별로 앞으로 당내 경선을 통해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지지율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특히 야권의 표가 뭉쳐질 경우 여권 후보가 본선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바라본 서울의 강남북 모습. ⓒ시사저널 이종현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34.9%, 민주당이 26.6%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데 반해,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30% 초반대로 떨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참여당’(가칭)이 5.9%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다음은 진보신당 4.1%, 민주노동당 3.3%이었다. 친박연대(1.8%)와 자유선진당(0.4%)은 상당히 낮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모름/무응답’은 22.2%였다.

한나라당은 50대(47.1%)와 60세 이상(63.9%), 서울 서초·강남·송파구 등 ‘서울 강남’(39.8%), 가정주부(51.3%), 중졸 이하(44.2%)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민주당은 20대(38.2%), 서울 성동구·노원구 등 동북권(34.1%), 학생층(40.1%)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참여당은 30대(15.1%)와 화이트칼라(14.3%)에서 선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