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도 아닌, 실업자도 아닌 ‘인턴’들의 빛과 그늘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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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바늘구멍 앞에서 길게 줄지어 선 이 땅의 20대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턴십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인턴 제도는 희망이자 절망이다. 정부가 나서서 ‘행정 인턴’과 ‘청년 인턴’들을 양산하

▲                                                                  ⓒ일러스트 이경국


심할 경우에는 오히려 좌절감만 맛볼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서 어정쩡한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있는 인턴들의 실상을 들여다보았다.

이 땅의 20대 청년들은 자신을 ‘인턴 세대’라 일컫는다. 여기에는 정규 채용이 아니라 인턴이라는 불안정 고용 형태로 입직(入職)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자조가 담겨 있다.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4학년 안준영씨(25)는 “(인턴은) 조직 내에서 잉여 인력이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인턴으로 지낸 지난 3개월은 박탈감과 좌절감에 시달리며, 자신이 루저(패배자)라는 사실을 매 순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행정 인턴과 청년 인턴이라 불리는 ‘루저’를 양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행정 인턴을 2만명가량(지난해 11월 말 기준) 선발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배치했다. 노동부는 청년 인턴 3만명가량을 양산했다. 중소기업이 청년 인턴을 고용하면, 노동부는 임금 50%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라고 뾰족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근원적 모순이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난치병으로 불거진 터라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의 산업 구조는 자본 집약적인 제조업이 주축을 이룬다. 정보기술(IT)이 자본 축적을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높였으나 고용을 창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수출 주도의 성장 방식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다수 양성했지만, 수출 기업이 그만큼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했다. 국내 제조업 고용 창출력(고용탄성치)은 0.241에 불과하다. 미국(0.629), 유럽연합(0.599), 일본(0.310)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고용 창출력이 높은 중소기업은 투자를 꺼린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발전 단계는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 땅의 20대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입직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20대 실업률은 7.4%였다. 올해 2월 신규 취업 희망자 50만~60만명이 고용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다. 이 탓에 20대 실업률은 8%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일자리는 8만개가량 줄었다. 올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20만개에 불과하다. 적정 신규 일자리는 25만~30만개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인턴이라는 변태적 고용 형태를 감수하고 사회로 편입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턴 제도는 단기 대책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고용 정책이다. 정부, 기업, 사회 구성원이 수출과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활성화, 공공 인력 확대와 같은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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