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만드니 ‘다음 권’ 기대 당연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1.26 15: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믹 메이플스토리 시리즈 37권 펴내며 1천만 부 판매 돌파, 정기 구독 수요까지 창출한 성공 비결 화제

‘다음 권을 기대하세요.’ 볼거리, 놀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이 말 또한 가슴 설레게 하는 말이었다. “아이 러브 유”라는 말처럼.

아동만화 시장에 지금도 독자를 기다리게 만들고, 다시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시리즈가 있어 화제이다. 2004년 봄 첫 권을 낸 국내 아동 창작 만화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지난해 말 37권을 내면서 누적 판매 1천만 부를 넘어섰다. 올해부터는 정기 간행물에서나 적용하는 정기 구독제를 실시한다고 알렸다. 첫 권부터 이 책을 기획해 온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최원영 팀장은 “독자들의 요구가 계속 있었다.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대로 책을 내놓던 습관을 버리고, 짝수 달 20일은 <코믹 메이플스토리> 나오는 날로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정기 독자와의 약속까지 지키면서 독자와의 사랑을 습관처럼 실천하려는 <코믹 메이플스토리>. 그 ‘러브 스토리’ 또한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성공 비결로 최팀장이 첫손에 꼽는 것은 ‘끊임없는 독자와의 소통’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라는 것을 사명감처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잡지처럼 독자엽서를 활용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어린 독자들이 책에 대해 자유롭게 쓴 글을 다음 권에 게재해 ‘독자 사랑’을 실천했다. 그런 태도는 인터넷상에서도 이어졌다. 현재 9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네이버 코믹 메이플스토리 카페(cafe.naver.com/comixrpg)에서는 ‘다음 권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놀고 있다. 이미 나온 책에 대한 독후감이나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어린 독자들은 다음 권의 ‘예상 스토리’를 두고 토론을 벌이기까지 한다.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라는 공간인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시리즈물이 ‘정기 구독제’까지 할 정도로 배짱을 부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팬 카페 하나 믿고 그러는 것은 아닌가.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서둘러 시리즈를 끝내는 것을 익히 보아온 독자에게는 어리둥절할 일이다.

인기를 마지막 권까지 끌고 가기란 정말 어렵다. 다른 작가의 새 만화가 히트를 치는 경우 충성스런 독자라도 금전과 시간 제약상 계속 보아왔던 시리즈물에 관심을 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리즈물이 권 수가 늘어나면서 독자 수가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그런 ‘공식’을 깨는 시도들을 계속해왔다. 아이들이 캐릭터에 질릴 때도 되었으니 대충 몇 권에서 마무리하고 다른 캐릭터나 찾아보자고 했을 법한데, 이 책은 독자와 사랑에 빠져 그 사랑을 계속 이어가려고 주거니 받거니 사랑 타령을 해왔다. 그 ‘사랑’이 참으로 보기 좋아 어른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학습만화가 아니라 해도 정서 함양에 좋고, 즐기면서 우정·정의 등의 가치를 배운다는 것이 소중해 보이는 것이다.

‘어른이 함께 봐도 유치하지 않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부모와 아이의 간극을 좁혀줄 수 있는 유익한 내용’이 어우러진 책. 3D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그림 속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추론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책. “읽어라, 읽어라” 수백 번 잔소리를 해도 책 한 권 보려 들지 않던 아이까지 능동적으로 찾아 읽게 만드는 책. 이렇게 아이 부모들에게도 인정을 받은 <코믹 메이플스토리>라서, 아이들을 설레게 만드는 메시지 또한 사랑스럽게 느껴질 법하다. “짝수 달 20일에 만나요~.”   

 


ⓒ마음산책
이해인 수녀가 그간의 심경과 깨달음을 고스란히 담은 새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마음산책 펴냄)를 펴냈다.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 1주기(2008년 9월8일)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 <엄마>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뜻밖의 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수술을 받고 잠깐 동안의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 치료를 시작한 그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인은 이번 책을 펴내면서 고통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여유, 힘든 중에도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 유머를 즐기는 여유, 천천히 생각할 줄 아는 여유, 사물을 건성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며 보는 여유, 책을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는 여유를 이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희망이란 잠들고 일어나고 옷을 입는 일상 속에 있으며, 결코 저절로 오지 않아 부르고 깨워야 내 것이 된다고 말한다. 투병 중에도 삶에 대한 기쁨과 감사를 놓지 않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그녀. 희망이 깨어 있다고 들려주는 시들 속에서 봄도 깨어난다.

“나는 / 늘 작아서 / 힘이 없는데 / 믿음이 부족해서 / 두려운데 / 그래도 괜찮다고 / 당신은 내게 말하는군요 //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 옆에 있는 사람들이 / 다 희망이라고 / 내게 다시 말해주는 /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 고맙습니다 // 그래서 / 오늘도 / 나는 숨을 쉽니다 / 힘든 일 있어도 / 노래를 부릅니다 / 자면서도 / 깨어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