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도 북 치고 장구 치니 게스트도 즐겁지 아니할까
  •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0.02.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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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만족하는 토크쇼’ <승승장구>의 선전

 

ⓒKBS


이른바 독한 토크쇼들만이 살아남는 시대, 착한 토크쇼를 주창한 <박중훈쇼>가 남긴 파장은 컸다. 모든 면에서 <박중훈쇼>는 토크쇼들이 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 집단 토크쇼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1인 토크쇼를 지향했다. 그것도 ‘예의를 갖춘’ 1인 토크쇼. 결과는? 총체적인 실패였다. 1인 토크쇼라는 형식은 박중훈과 만나자 단조로움과 자화자찬의 분위기로 흘렀고, 게스트에게 ‘예의를 갖춘’ 토크쇼는 저들만의 토크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잊었다. 성공적인 토크쇼가 기본적으로 당대의 화법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반영해야 한다면, <박중훈쇼>는 쌍방향적이고 집단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달라지고 있는 화법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이로써 덤터기를 쓴 것은 1인 토크쇼라는 형식이다. <박중훈쇼>의 실패로 인해 1인 토크쇼는 <무릎 팍 도사> 같은 예외적인 프로그램을 빼고는, 더 이상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오인되었다. <강심장>이 시작되기 전, 그것이 ‘강호동쇼’라는 얘기가 돌았을 때, 그 성패의 예측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박중훈쇼>가 얼마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는가를 잘 말해주었다. 물론 <강심장>은 1인 토크쇼가 아니라 집단 토크쇼 형식이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이런 배경 속에서 다시 KBS가 들고 나온 <승승장구>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첫 방송이 나가기 전, ‘김승우쇼’라고까지 불린 <승승장구>는 그래서 또 <박중훈쇼>를 호명했다. 박중훈은 실패했는데, 김승우는 성공할 것인가. 회의적인 시선과 긍정적인 시선이 교차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물론 <승승장구>도 1인 토크쇼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메인 MC가 예능이 아닌 타 분야에서 토크쇼로 들어왔다는 점은 <박중훈쇼>와 어떤 비교점을 만들었다. 박중훈이 보조 MC도 없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것과 달리, 김승우는 보조 MC인 최화정, 김신영, 태연은 물론이고 우영 같은 이 프로그램의 막내에게까지 연방 굴욕을 당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우려는 호감으로 바뀌었다. ‘꽁승우’가 된 김승우와 우영이 으르렁대고 치고받는 토크는 세대를 넘어서는 토크 콤비의 탄생마저 예감케 했다. <승승장구>는 보조 MC들을 통해 김승우를 프로그램에 안착시킴으로써 <박중훈쇼>가 만들어놓은 ‘1인 토크쇼의 저주’를 넘어섰다. 그리고 <승승장구>는 <강심장>이라는 토크쇼의 강자와 경쟁하면서도 10%대의 시청률에 일찌감치 도달하는 힘을 발휘했다.

보조 MC들의 적절한 활용도 돋보여

여기에는 <승승장구>만의 남다른 노력이 숨겨져 있다. 그 첫 번째는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승승장구>는 오프닝과 클로징을 방청객이 할 정도로 시청자에 대한 자세가 남다르다. MC들과 특별한 게스트가 무대에 오르지만 그렇게 무대를 열고 닫아주는 것은 시청자들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빨리 물어’라는 코너는 그날의 게스트에 대해 시청자들이 궁금한 점을 게시판에 올리면 그것을 MC들이 최대한 빨리 읽어주는 형식으로 시청자 참여를 유도한다. 또 ‘아주 특별한 약속 - 우리 지금 만나’는 ‘스타가 ○○하면 나는 △△한다’는 형식으로 스타의 미션을 제안하고 거기서 채택된 미션에 시청자도 참여 미션을 제시해 특정 장소에서 만나 그 미션을 수행하는 코너이다. 이것 역시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의외성’이다. <승승장구>는 게스트와의 대화 중 거론되는 특정 인물(주로 지인들)이 깜짝 출연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반갑다 친구야>의 새로운 버전으로도 읽히는 이 코너는 게스트 1인을 집중적으로 주목하는 <승승장구>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넘게 해준다. 자칫 단조롭고 지루해질 수 있는 토크는 의외의 인물을 통해 다채로워질 수 있다. 이 의외성은 또한 ‘아주 특별한 약속’ 같은 코너에서도 그대로 발휘되는 덕목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시청자와의 해프닝이 주는 의외성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특별한 설정 없이도 신선한 웃음을 제공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승승장구>에 주목해야 할 것은, <박중훈쇼>가 그토록 주창했으나 실제로는 하지 못했던 ‘독하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토크쇼를 위한 <승승장구>의 장치이다. 이것은 김승우를 비롯해 최화정, 김신영, 태연, 우영 같은 보조 MC들의 적절한 운용에서 가능해진다. 1인 토크쇼의 한계는 질문의 수위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세대와 분야 그리고 성별을 대변하는 보조 MC들을 통해 <승승장구>는 자유자재로 질문을 구사할 수 있다. 즉, 김신영은 캐릭터에 맞게 짓궂은 질문이 가능하고, 최화정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설적인 질문이 가능하며, 김승우는 꽁한 캐릭터 위에 때로는 무식해도 허용되는 아저씨 감성을 담은 질문이 가능한 식이다.

<승승장구>가 이같은 장치들을 가지고 지향하는 것은 이상적일지도 모르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호스트와 게스트 그리고 시청자가 모두 만족하는 토크쇼이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승승장구>의 그 첫걸음이 의미 있고 효과도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KBS
1인 토크쇼 전성시대가 사라지고 한동안 연예인 홍보쇼로 전락하던 토크쇼의 무림은 <야심만만>이라는, 설문 형식으로 게스트의 속내를 파고드는 새로운 강자를 맞이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초심을 잃어버린 <야심만만>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황금어장>을 위시해 독한 토크를 구사하는 토크쇼들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하게 된다. <야심만만2>는 이렇게 독해지고 있는 토크쇼의 경향에 발 맞춰 갖가지 형식을 실험했지만 더 이상 독하기만 한 토크쇼는 트렌드가 아니었다. 결국, 유재석이 이끄는 착한 토크쇼 <놀러와>에 무너지고 말았다. <세바퀴> 같은 퀴즈쇼 형식의 집단 토크쇼는 이런 독함에 세대 간의 소통이라는 공감 포인트를 넣음으로써 균형을 맞췄다. <강심장>은 집단 게스트의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구사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강자가 되었다. 이처럼 토크쇼는 독함과 착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시청자 중심으로 가느냐, 게스트 중심으로 가느냐에 관한 문제처럼 보였다. <승승장구>는 이 둘을 통합해 양자를 만족시키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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