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를 내보낼까, ‘전문가’ 앞세울까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3.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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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새 얼굴’ 놓고 당 안팎에서 논란…당내에선 정청래 전 의원 강하게 거론

 

▲ 지난해 10월 국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최시중 위원장(맨 왼쪽)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좋은 교수로 끝맺음하길 기원하고, 자유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 이경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를 떠나 서울대 공대 교수로 돌아가는 이병기 전 상임위원에게 뼈 있는 덕담을 던졌다. 방통위 상임위는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송도균 부위원장, 형태근 상임위원 그리고 민주당이 추천한 이경자·이병기 상임위원 등 총 5명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이병기 상임위원이 지난 3월3일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사퇴했다.

그동안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디어법, 종합편성 채널 등 미디어 관련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이들에게는 야당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이병기 전 위원은) 말 그대로 전문가 아닌가. 평화로울 때는 몰라도 지금은 전문가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진작부터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 상임위원은 문방위 국감에 출석하고 난 뒤 민주당 의원에게 불려가 질책을 듣기도 했다. 시민단체·언론단체들도 “미디어 사유화를 추진하는 최시중 위원장을 전혀 견제하지 못한다”라는 지적을 줄곧 해왔다.

민주당은 상임위원들 개인의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사임한 이병기 전 위원은 지난 2008년 손학규 전 대표가 낙점한 사람이다. 이 전 위원은 통신 분야 전문가로 정치적으로는 무색무취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결국, 그 무색무취가 독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당내 평가이다.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새로 추천할 상임위원을 뽑는 기준은 ‘전투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문방위의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지난 3월3일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광장’이 개최한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생각한다’ 토론회에서 새로 뽑는 방통위 상임위원에 대해 바라는 점을 언급했다. 전의원은 “지난번 상임위원을 선임할 때 정치력과 투쟁력, 순발력이 있고, 뱃심이 있는 사람 그리고 나이까지 있는 완벽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보궐인 만큼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며 제대로 투쟁할 수 있는 분을 뽑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9일 민주당에서는 전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졌다. 궐석이 된 방통위 상임위원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우윤근 수석 부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천정배·김부겸·최문순·변재일·서갑원·장세환·조영택 등 문방위 소속 의원들과 노영민 대변인, 우제창 원내 대변인, 신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TF팀이 구성되기 전부터 문방위원들과 시민단체들에게서 10여 명을 추천받고 있었다. 여기에는 정청래 전 의원, 강상현 연세대 교수, 최민희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이 포함되었다. 당 내부에서는 지난 17대 국회 때 문광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고 선명성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많다.

시민단체는 강상현 교수 밀어

반면, 시민·사회단체측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의 선임 때처럼 배제되지 않겠다며, 이번에는 강한 목소리를 낼 태세이다. 미디어행동은 이병기 전 위원이 사임한 직후 보궐 상임위원 선정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행동은 두 차례 성명을 내 나름의 선임 기준을 발표한 뒤 ‘민주당이 복수 후보를 추천한 뒤에 시민사회의 검증을 받을 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방송·통신 정책에 관한 전문 식견이 있고, 보도에 대한 감시 능력이 있는 자를 잘 선별해 추천해낼 것이다”라고 밝혔지만, 가장 우선되는 기준은 전병헌 의원의 말마따나 ‘전투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정청래 전 의원을 말하는 분위기가 많은 반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치인보다는 선명한 전문가를 말하며 강상현 교수(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를 요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게다가 예정에 없던 TF팀이 당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구성된 만큼 의외의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방통위 내부에서 최시중 위원장과 여당 위원들을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자는 것이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새 얼굴이 포함되어 꾸려지는 ‘뉴 방통위 상임위’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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