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 시대, 공부의 틀이 확 바뀐다
  • 안선회 고려대 연구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3.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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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 제도 필승 공략법


입학 전형의 대변혁 시작되다

우리나라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 입학이다. 최근 대입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쟁점이 입학사정관제였다. 2010학년도 현황을 보면, 90개 대학에서 2만4천6백22명(6.5%)의 학생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2009.11.30)에 따르면, 2011학년도에는 1백18개 대학에서 3만7천6백28명(9.9%)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 수치는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08학년도에 비하면 8.3배에 달하는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울산과기대, 카이스트, 포스텍은 신입생의 100%를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하고,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동대 등은 40% 이상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뽑는다. 이렇게 입학사정관제는 2007년(08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이후 양적으로 확대되면서 학생·학부모들 사이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고, 자립형 사립고 입학 전형에까지 ‘자기 주도 학습 전형’이라는 이름의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있다. 대입에서 고입까지 입학 전형 제도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고등학생과 그 학부모만이 아니라, 초·중학생 학부모들까지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자료·정보, 대비 방안을 찾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 및 대학의 학생 선발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를 채용하고, 이들을 활용하여 학생의 성적, 개인 환경,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목적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대학 간의 소모적 ‘선발 경쟁’을 건설적 ‘교육 경쟁’으로 전환하며,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에서 학생의 잠재력, 대학의 설립 이념·발전 전략 및 모집 단위 특성 등을 고려한 다면적 선발로 개편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고교 교육 정상화, 적격자 선발, 사교육비 경감을 기대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성적만이 아니라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 창의력, 자기 주도 학습력, 인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타당하다. 그럼에도 현재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몇 가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정광희, 2009)에 따르면, 가장 크게 제기되는 우려는 선발의 공정성 문제와 신종 사교육 출현 문제 그리고 대입 준비 부담이 느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교와 진학 지도 담당 교사들은 진학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 도입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도 크고,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10문10답

1. 공부를 안 해도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갈 수 있다?

공부를 안 해도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발상은 턱없는 오해이다. 일부 대학은 1단계 전형을 아예 교과 성적으로 하기도 하며,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을 함께 반영하는 대학에서도 교과 영역의 비율이 결코 작지 않다. 비교과 영역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도 교과 영역에서의 격차가 크다면 쉽게 만회하기 어렵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학생이 진학하려는 전공에 대한 학업 준비도·성실성·열정을 확인한다. 따라서 자신의 전공 영역과 관련한 학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설혹 공부를 안 해도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있다고 한다면, 그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다만, 일본 일부 사립대의 경우를 볼 때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일부 지방대가 이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학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대학이라면 입학사정관제와 무관하게 지금도 갈 수 있다.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입학해서는 효과적인 대학 공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 한 가지만 잘해도 입학사정관제로 대학 간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본질은 개별적이고 종합적인 전형이라는 것이다. 즉, 학생 개인의 교과 성적만이 아니라, 비교과 활동 기록, 면접 그리고 에세이나 논술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전형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대학에서 이를 합산해 전형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특기만 있다고 해서 선발된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다만, 특기가 있다면 좀 더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꾸준히 자신의 특기를 길러 미래 진로를 적극적으로 준비해 온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도 있으나, 지나친 일반화는 곤란하다. 

ⓒ시사저널 박은숙

3. 경시 대회 수상 성적, 외국어 공인 성적, 자격증이 유리하다?

초기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각종 수상 실적이나 외국어 공인 성적, 자격증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스펙 갖추기로 인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외고 출신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며 비판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에는 일부 학생이 수상 실적을 위조했다는 제보로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준비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정부나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수상 실적이나 외국어 공인 성적, 자격증의 반영 비율을 조금씩 줄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목고·자율고·자사고 입학 전형에서는 아예 반영되지 않는다. 대입에서도 일부 특별 전형 중심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전형 특징과 자신의 진로에 부합하는지를 고려해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4. 입학사정관이 전적으로 선발권을 가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이 선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지 못한다. 입학사정관의 선발권 유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은 선발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의 입학사정관은, 선발 과정을 지원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선발권은 교수가 가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다. 입학사정관이 전형 과정에 참여하지만, 최종적인 선발권을 가지는 경우는 일부 대학으로 한정된다. 대학에 따라 교수가 선발권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학본부 입학처가 최종 선발권을 가지고 있다. 전형별로 선발하는 학생 수가 많을수록 그러한 경향은 커진다.

5. 몇 년 있으면 입학사정관제가 전면화될 것이다?

항간에는 몇 년 후에 입학사정관제가 전면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대통령도 지난 1월15일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대학의 여건과 특성, 학교 규모에 맞게 단계적으로 확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또,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고교나 대학에서조차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보다는 증가 비율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과열된 사교육 시장도 조금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1학년도에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모집하는 학생 비율은 9.9%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올인’하는 것은 현명한 준비 태도가 아니다. 특히 사교육 컨설팅 기관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6. 봉사 활동을 많이 하고, 그것도 외국에서 봉사하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유리하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대체로 봉사 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의 사회봉사 정신,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 등 인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사 시간이 길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이 아니다. 대학들이 사회봉사 정신, 공선사후 정신 등을 평가할 때 등급을 설정하고 봉사 활동 시간대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보통 일정 시간 이상이면 해당 등급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또, 최근에는 외국에서의 봉사 활동을 국내 봉사 활동보다 더 가치 있게 인정하지 않는다. 괜한 오해로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7. 학부모의 개입 노력, 전형 서류 대필·조작이 유리하다?

언론에 가끔 등장하는 특별한 능력·특기 소지자인 합격생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교과와 비교과 영역에서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다. 그리고 학생·학부모가 인위적으로 준비하는 ‘스펙’ 쌓기보다 고등학교에서의 활동과 교사의 평가 기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의 경험과 결과가 중요하다. 그리고 표절 검사 프로그램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자기 소개서 등을 베끼거나 대필·조작하는 경우에는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 심층 면접을 통해서 서류의 진위를 판별하기도 한다. 부모와 교사의 조언을 받더라도 대필과 조작 유혹에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

8. 대학 입시 준비 부담이 줄어든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고교 전 학년 활동에 대한 검토를 하기 때문에 학생의 준비 기간 자체가 장기화된다. 고교 3년간의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을 모두 전형 요소에 포함하기 때문에 대입 준비 부담이 줄어들기는 어렵다. 교과 성적만이 아니라 비교과 영역 활동, 스펙 갖추기, 심층 면접 준비 등이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학부모의 80.3%, 교사의 82.8%가 입시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EBS에서 수능 대비 강좌를 대폭 확대하고 질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나, 학생부(내신) 전형 대비보다 수능 대비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9.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를 줄여준다?

ⓒ시사저널 임준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사교육비를 줄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비인기 사립 대학과 같이 정원을 채우려고 학생에게 입학을 ‘사정사정’하는 방식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대폭 확산되면, 일부 명문 대학의 전형이 유발하는 사교육비 증가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입 경쟁은 주로 수도권의 명문 대학, 지방의 일부 우수 대학들에 해당되는 것이고, 이들 대학은 대부분 교과와 비교과 영역을 모두 중시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를 줄일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학부모의 85.3%, 교사의 85.9%가 사교육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근 전형 요소를 학교에서 생성된 자료로 제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어 사교육비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정부와 대교협, 각 대학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10. 입학사정관제는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에 유리하다?

지금까지 이런 판단은 오해라기보다 사실에 가깝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와 연세대의 외고 합격생 비율이 조금씩 증가했다. 이는 입학사정관제만의 영향은 아니지만,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특별 전형이 대체로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과학 영재나 글로벌 영재 선발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며, 비교과 영역에서 수상 실적이나 외국어 공인 성적을 비중 있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학부모의 80.5%와 교사의 83.1%가 입학사정관제는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에 유리할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나 대교협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활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의 지역 균형 선발처럼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적극적인 차별 정책의 일환으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무엇을 평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월18일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심포지엄 자료(이교혁, 2010년)를 검토했다. 이 자료에는, 2009년에 정부 지원을 받은 47개 대학 추천서의 질문에 나타난 모든 전형 요소의 빈도가 분석되어 제시되었다.

이에 따르면, ‘인성의 개인적 특성’ 요소에서 ‘리더십’이 가장 많은 대학의 질문에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학업 영역’의 ‘학습 태도 및 수업 참여도’ ‘학업 성취도’가 높게 나왔으며, ‘인성의 사회적 특성’에서 ‘봉사성’과 ‘대인 관계’가 높은 빈도를 보였다. ‘사고 능력’ 에서는 ‘창의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입학 사정관은 무엇을 평가하는가

입학사정관제 전형 추천서의 전형 요소 빈도를 나타낸 위 그림에서는 논리력·표현력·이해력·창의력이 비교적 적게 나타났지만, 실제 전형에서는 좀 더 비중 있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대부분 (심층)면접을 다른 어떤 전형보다 중시하고 있으며, 자기 소개서에 나타난 표현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층 면접이 추천서 등 서류에 나타난 다른 전형 요소의 진위 여부와 학생의 논리적·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알아보기 위한 기회로 활용된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해력과 함께, 논리적·비판적·창의적·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대필이나 짜깁기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외국어고·국제고 자기 주도 학습전형 매뉴얼’을 보면 필기고사, 경시대회, 인증 시험, 자격증 취득 등 사교육 유발 요소는 모두 배제된다. 1단계에서는 영어 내신 성적을 평가하고, 2단계에서는 학습 계획서, 추천서, 학생부 등을 기초로 한 면접을 통해 자기 주도 학습 능력 및 계획, 봉사·체험 활동, 독서 활동을 평가하게 된다. 특히 학습 계획과 자신의 실천 그리고 독서 활동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심포지엄 자료(이교혁, 2010년)에 나타난 전형 요소별 세부 전형 요소와 평가 의도를 종합해 하나의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런 학생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유리하다

1.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태도와 능력을 지닌 학생

특목고·자율고 등에서는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 태도와 능력이다. 이러한 방침은 대학 입학 전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더 자기 주도 학습 태도와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과 자녀들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학습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목표를 세워 즐겁게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교사에게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자기 주도적이라고 할 수 없다.

2. 머릿속에는 꿈을, 가슴속에는 열정을 담고 있는 학생

입학사정관 전형은 자신이 입학하기를 원하는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교수들에게 자신의 가치, 열정,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이 학생을 뽑아서 학생이 대학에서 전공 영역을 잘 학습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대학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학습 계획과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진로와 관련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행동해 온 학생,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좀 더 원하게 된다.

3. 진로와 관련된 학습 계획을 세워 일관되고 꾸준하게 노력해 온 학생

입학사정관 전형은 잠재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묻혀 있기만 한 잠재력이라면 그것은 잠재력이 아니다. 환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이 알 수도 없다. 잠재력도 표출·표현되어야 알고 평가할 수 있으며, 점차 발전되어야 앞으로도 더욱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학생이 모든 분야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모두 다 키울 수도 없다. 따라서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소질·적성·흥미·능력을 잘 파악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고, 그 진로와 연관된 학습 계획을 세워 그 분야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일관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4.표현력,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 창의적 사고력을 지닌 학생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스스로 쓰고, 스스로 말할 것이 많다. 자기 소개서, 학습 계획서, 심층 면접, 논술 등이 그것이다. 쓰고 말하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사고력과 표현력이 함께 요구되는 이유이다. 남의 머리와 손을 빌려 대필이나 짜깁기를 하다가는 실제 심층 면접에서 대부분 들통 나게 된다. 따라서 모든 학습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스스로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토론과 글쓰기이다. 창의력은 한순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노력 속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이 생기면 창의력에 가속도가 붙는다.

ⓒ시사저널 임영무

5. 자신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학생

각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을 소개하는 사례를 보면, 대부분 자신에게 닥친 역경을 극복하며 자신의 꿈을 만들고 실현해가는 학생들이다. 자신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학생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한 현상이며 좀 더 권장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역경이 없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없었던 역경을 일부러 조작하거나 역경을 과장할 필요도 없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이런 경험을 모든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비록 큰 역경이 없었지만, 어떤 역경이라도 극복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6. 자신의 특성에 맞는 전형을 미리 준비한 학생

자기의 특성에 적합한 전형,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에,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동일한 전형 요소와 기준을 갖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마다, 전형마다 특징이 있다. 요구하는 인재상, 전형 요소와 기준, 전형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자신을 알고, 전형을 안 뒤 자신의 특성에 맞는 전형을 미리 준비한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학부모들이 다양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 검색과 유통, 전달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7. 봉사 정신을 지니고 타인과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생

배려와 봉사, 협력이 없는 리더십은 진정한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십과 공선사후(또는 봉사·배려·협력) 정신은 진정한 리더에게 함께 요구되는 덕목이다. 학생회장과 학급회장 경력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유리하다고 해서 최근 학교와 학급 임원 선발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일반 전형 중 비교과 영역 평가에서는 조금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단지 임원 경력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임원 활동 내용, 이를 통해 발휘하는 리더십과 그 결과를 주목한다. 

8. 학교 내신, 즉 교과 활동을 성실하게 한 학생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잠재력·창의력을 중시하는 전형이라고 하더라도 주요 명문 대학들은 학업 성취도 및 성실성을 기본으로 중시한다. 교과 활동을 소홀히 하는 불성실한 학생은 대학에 진학에서도 성실성을 발휘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고교 1학년보다 2학년, 3학년 시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발전을 더욱 중시한다. 따라서 고교 1학년 내신이 좋지 않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자신의 진로, 전공 영역과 관련된 교과의 학업 성취도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역사 관련 교과의 학업 성취가 낮아서는 입학사정관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

 

길게 보고 미리 준비하라

1. 다양하고 의미 있는 진로 탐색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진로와 관련된 학습 계획을 세워 일관되고 꾸준하게 노력해 온 학생, 자신의 특성에 맞는 전형을 미리 준비한 학생이 좀 더 유리하다고 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 성격, 소질과 적성 등에 대한 정보와 자신의 관심과 흥미, 선호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욕구·가치를 찾고 그중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꿈과 흥미, 소질과 능력을 검토해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직업 정보를 탐색하고 체험해볼 필요가 있다. 진로 탐색에서는 책 속의 가상 현실, 이미 뒤떨어진 과거 직업보다는 최소한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직업·진로에 대한 탐색이 중요하다.

올바른 진로 탐색이란, 자신의 가치관, 자신의 가능성을 진로·직업 관련 정보와 연관시켜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로와 관련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특성에 맞는 전형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된다.  

2. 충실한 진로 교육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학생이 자신의 삶에서 뚜렷한 진로, 방향을 찾아 노력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학부모나 교사는 자녀와 학생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기 위해서는 진로 교육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인간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진로 탐색,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운 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 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일생 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하며, 준비해가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 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애를 계획하고, 구체적인 인생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실현을 위한 전략·방법을 세우도록 도와야 한다. 나아가 계획 실행의 과정에서 건강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와 능력, 자신감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학부모나 교사는 현재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자녀와 학생은 미래에 직업·진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직업·진로에 대한 탐색을 지원하되, 사회 변화 특히 직업 세계의 변화를 고려한 진로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3. 학습 계획, 진학 계획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진로와 관련된 목표와 학습 계획을 세워 일관되고 꾸준하게 노력해 온 학생을 존중한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그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자신의 대학에 진학해 전공을 학습하고자 할 때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학습 계획과 실천 그리고 진학 후 앞으로의 학습 계획과 실천 의지를 중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진로 계획과 진학 계획이 연계되는 것이다. 자신의 진로 계획, 학습 계획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교육 이념, 전공 영역의 특성, 교수진의 특성, 교육 방법의 특징과 부합해서 준비되고, 그 준비가 입학사정관들에게 이해된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막연한 꿈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곧 쉽게 잊어버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무시한 꿈은 이상·환상에 그치기 쉬우며, 구체적이지 못한 꿈은 행동으로 옮기기도 어렵다. 삶의 목표·비전은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자기 가능성과 노력에 근거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참고로, ‘SMART 법칙’은 목표 설정의 기준이 되는 법칙으로서, ‘Specific(얼마나 구체적인가), Measurable(측정할 수 있는가), Achievable(달성할 만한 크기인가), Realistic (현실적인가), Time-limited (데드라인을 정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다. 학습 계획, 진학 계획도 이러한 원칙을 고려해 준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학 사정관제의 미래-3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입학사정관제의 미래는 대학 입학 전형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 분명히 쉽지 않다. 그러나 일정한 방향은 예측이 가능하다. 입학 전형은 복잡할수록 학생·학부모가 정보를 찾기 어렵고, 학교는 대비하기 어려우며, 사교육 컨설팅이 증가하는 특징을 지닌다. 현재의 대입 전형이 그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입 전형은 좀 더 단순화되고, 특성화되는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정시는 수학능력 시험 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수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논술 중심 전형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논술을 전형 요소로 포함하게 되면 그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학생부의 교과·비교과 영역 중심의 학생부 중심 입학사정관제와, 논술을 비중 있게 포함하는 논술 중심 입학사정관제로 양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었을 때를 가정한 예측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타당성·신뢰성이 인정되고,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이 신장되며, 중등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준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사교육이 창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입학사정관제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전형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불투명성·비투시성으로 인해 대입 전형에 부정·비리가 개입될 경우에는 입학사정관제가 최소로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의 미래는 대학과 정부에 달려 있다. 앞서 인용했듯이, 대통령도 “입학사정관제를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대학의 여건과 특성, 학교 규모에 맞게 단계적으로 확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의 선진화정책관도 ‘입학사정관제 추진 속도 및 적용 범위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부분적으로 지원하겠지만, 결국 입학사정관제의 미래는 운영 주체인 대학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 문헌>

■한국대학교육협의회(2009.11.30) 2011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발표. 보도자료.안선회(2009)
■입학사정관제 합리적 정착을 위한 사교육비 경감 방안. 교육정치학 연구 16(2). pp.7-33.
■이교혁(2010) 공통 추천서 고안을 위한 전형 영역, 전형요소 표준화.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창립 총회 및 심포지엄 자료집.
■정광희(2010) 입학사정관제, 속도와 내용 조절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정두언 정책토론회 ‘입학사정관제 어디로 가고 있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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