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식과 가치관의 바로미터 독서 이력 만들기
  • 마상룡 노마드 독서논술연구소 소장·전 대성학원 논?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3.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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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관련된 책 읽기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 수립·실천 필요


교육 평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은 각 학교의 특성화된 교과 수업 그리고 독서 활동과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길러진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 창의력, 리더십이나 소통력에 대해 학생의 적성과 전공에 대한 열정과 그와 관련한 다양한 노력과 활동, 개개인의 교육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서 이력은 교과 성적 외의 이러한 질적인 평가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과 함께 가장 핵심이 되는 평가 요소이다. 독서 이력이란, 학생이 성장 과정에서 어떤 분야에 언제부터 무슨 관심을 두고 책을 읽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학문에 대한 열정과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독서나 읽기는 어떤 가치가 있기에 이리도 중요한 것일까. 책 읽기는 학생으로 하여금 어휘력, 이해력, 배경 지식을 갖추게 할 뿐만 아니라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타인과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과 사고하는 방식,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터득하고 반성하게 해준다. 독서 이력을 중시하는 까닭은, 책과의 대화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구조와 세상에 대한 이해, 자연과 우주에 대한 앎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목표와 가치, 자신이 원하는 삶과 사회에 대해 성찰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는 교육적 가치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독서 이력을 통해 형성된 예리한 문제의식과 문제 발견 능력,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과 논리 정연한 표현력과 발표력은 1단계 서류 평가뿐만 아니라 2단계의 면접이나 토론을 통한 평가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면접이나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들로 뒷받침하며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대해 장단점을 따져서 적절하게 구체적으로 반박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독서 이력을 통한 평가 내용

독서 이력을 통해 평가하는 것은 크게 보아 자기 적성이나 진로에 대한 탐색 및 전공에 대한 열정과 탐구 노력, 폭넓고 깊이 있는 교양 함양 노력 두 가지이다. 첫째, 자기 적성이나 진로에 대한 탐색 및 전공에 대한 열정과 탐구 노력을 평가한다. 우선 평가자는 학생이 얼마나 자신의 흥미를 돋우고 관심을 사로잡은 것들에 관련된 독서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그 가능성과 한계를 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나 현실 사회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대응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그러한 탐색의 결과를 학생이 얼마나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으로 확장해 전공이나 관련 직업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개인적 사회적 성취도나 미래 전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는가 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평가한다. 물론 여기서 평가자가 궁극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학생의 꿈과 비전을 구체화하는 전공에 대한 열정과 동기, 자기 주도적인 탐구 노력,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다.

둘째, 폭넓고 깊이 있는 교양 함양 노력을 평가한다. 이는 첫째 항목의 전공 적성이나 소양에 비해 비중은 약하지만 학생의 전체적인 잠재력의 일관성이나 성실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적 교양을 평가하는 방법은 독서 이력 가운데 자기 정체성 탐색과 확립을 위한 노력, 관심사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 노력, 성장 단계에 따라 자신이 부닥치는 정신적·정서적·심리적·사회적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과 합리적 탐색 노력, 개인의 절박한 문제가 사회 구조나 자연 세계로까지 이어지는 삶의 총체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문제적 세계 속에서 자기다운 삶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독서 이력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무슨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보다는 학생이 ‘얼마나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읽기를 알차게 했는가’이다. 책 속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해결 과정이 오늘날 ‘지금-여기’의 나나 우리들 삶에 왜 중요한가, 이와 다른 생각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질문하고 나름의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이 드러나도록 독서 활동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서가 단지 더 많은 지식 습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식을 통해 나의 사고력과 주체적 문제 해결력이 제고되고, 주어진 지식을 지혜와 통찰력으로 비약시키는 적응력과 창의력이 배양되기 때문이다. 질문을 해야 생각의 길이 열리고, 공감하면서도 비판 의식을 가지고 읽어야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이 키워지는 것이다.

자기 주도적인 독서 이력 만들기 방법

올해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이 직접 전산 입력하게 되는 ‘독서 이력’은 그저 열심히 책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읽기의 과정과 결과를 일정한 형식을 갖춰 남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기록 자료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에 활용될 독서 이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독서가 관건이다.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독서란 자신의 특별한 문제의식이나 관심 분야를 충족시켜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자신의 진로나 직업 또는 미래의 전공과 관련된 책을 독서 목록으로 작성해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읽어나가고 그것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즉, 경쟁력 있는 독서 이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서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인 독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다음, 그 독서 과정을 다양한 형식으로 효과적으로 기록한 자료로 남겨야 한다. 다음에는 자기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독서 이력을 쌓는 데는 어떤 체계적인 노력과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자.

1. 학교에서 진행되는 독서 프로그램을 활용해 나만의 독서 이력으로 알차게 만들어가자.


평소 학습 일정에 부담되는 무리한 독서 계획을 세우거나 독서라는 새로운 스펙 쌓기에 대한 조급증으로 남들이 하는 거창한 독서 목록을 채우려고 따라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마다 나름의 추천 도서, 권장 도서, 지정 도서 등을 정해놓고 독서를 유도하고 있으나, 너무 의무적이고 강박적인 독서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선 그 가운데 나의 관심 분야나 흥미 있는 주제, 자신의 적성이나 전공 분야의 관련된 책들을 ‘나만의 독서 목록’으로 따로 만들어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섭렵해나가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읽으라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독서가 나의 삶과 연결되지 않아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다른 학생과 차이 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2. 나만의 체계적인 독서 목록을 만들어 계획적으로 독서해나가자.

입시에서는 학교의 공통적인 독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기만의 고유한 뜻과 계획에 따라 실천한 독서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한 독서 목록을 작성하려는 욕심은 금물이다. 관심 있는 직업이나 미래의 전공 학문 그리고 하위 영역으로서 문학·예술·사회·과학·정치·경제·역사·철학·종교 등 기본적인 독서 영역을 구분하고 영역별이나 분야별 또는 주제별로 난이도가 자기 수준에 맞고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는 내용과 관련된 책을 한두 권 선정해 적어 넣어가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책을 읽어나가면서 더 필요하고 중요한 책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럴 때마다 목록에 그 책을 추가하거나 관심사에서 멀어진 책을 목록에서 빼나가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도서 목록을 작성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편식하지 않고 필요한 책을 골고루 읽는 방법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시 독서 이력 중 주목하는 부분은 크게 자기 진로나 전공과 관련된 독서,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독서, 자신의 지적 관심사나 호기심과 관련된 교양 영역의 독서이다. 자신의 흥미와 특성을 되짚어보면서 앞으로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하는 독서,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 대한 안목과 지식을 심화하는 독서, 교과서 내용을 심화하는 독서, 이러한 큰 범주를 염두에 두고 독서 목록을 작성하고 읽어나가자. 예컨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 분야에서는 닮고 싶은 사람이 쓴 글이나 책, 그 사람을 소개한 책을 읽는다. 또, 자신의 당면한 내면적·생활적·사회적 문제를 탐구할 수 있는 책을 한두 권 정해 꼼꼼히 읽어나가는 것이다.

3. 효율적인 독서를 위한 나만의 책 읽기 시간 계획을 세운다.

책 읽기 시간 계획으로 1주일에 세 번 이상, 그리고 1회 독서 시간을 30분 이상, 하루 중 주로 어떤 시간대에 읽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런 다음, 실천 경과를 점검하면서 독서를 하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읽기가 가능하다. 시간을 정한 후 읽기 시작하면 집중력이 커지고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라면 1시간 이상 독서 시간을 할당하는 것도 좋다. 다른 공부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독서하려는 계획은 흐지부지되어 실행하기 어렵다.

4.  같은 주제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이어서 읽는 테마 독서를 한다.

전공이든 직업이든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주제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선정해 먼저 읽은 다음, 장르가 다른 동일한 주제의 책들을 한두 권 더 정독해나가는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동일한 주제에 대해 문학·역사·그림·철학·사회학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각 책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저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나 한계까지 알 수 있어서 관심 주제에 대한 넓이와 깊이를 획득하는 총체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고, 사고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5. 독서의 결과를 독서 일기로 쓰거나 블로그에 올린다.

독서 이력은 독서를 통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구체적인 문서와 자료로 작성해 온라인상에 올리거나 학교에 제출해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은 독서 결과의 효과적인 기록 관리에 힘써야 한다. 독서 활동의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면 지속적인 독서와 결과 관리가 가능해 독서 내용을 다채로운 학습으로 효과적으로 연결 짓기가 쉬워진다.

ⓒ연합뉴스

좀 더 나은 독서 결과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책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책의 저자나 자신의 문제의식을 뚜렷이 하고, 문제의 원인과 발생 과정이나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압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감명 깊게 읽은 내용이나 구절을 인용하거나, 저자의 생각과 입장을 달리하는 다른 저자의 견해를 소개해 그 차이점이나 비판적인 내용을 적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의문 나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책을 찾아보거나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물어서 도움말을 구하고, 이를 기록하는 것도 아주 바람직하다.

인터넷의 블로그에 독서 결과물을 올려놓으면 개인적인 독서기록장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독서 감상이나 비평 등 지적인 교류도 나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인생 경험과 관심이 다른 사람들이라 동일한 책이나 주제에 대해 저마다 다른 관점과 해석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주고받으면서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수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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