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구멍 뚫린 ‘4대강’ ‘보상금 도둑’이 판친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5.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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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정비사업의 한 지구인 낙동강 유역 김해시 한림면의 수용 지구에 보상을 받으려는 불법 지장물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눈먼 돈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하다 보니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엄청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보상금’을 노린 각종 불법·편법이 속출하는 4대강 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사저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낙동강 지역의 ‘허위 보상금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시산리는 둑을 경계로 해서 마을과 낙동강 하천으로 나뉜다. 둑 위에 올라서면 광활한 하천 부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이곳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낙동강의 하천 부지가 ‘보상금 도박장’으로 변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한림면 시산리 일대 국유지 수만 평에 비닐하우스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외지인들이 세운 것이었다. 이렇게 설치된 비닐하우스가 자그만치 수백 동에 달했다. 이것들은 모두 보상금을 받기 위해 설치한 가짜 비닐하우스였다. 얼마 전에는 이곳에 불법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한 마을 주민과 외지인 등 30여 명이 경찰에 적발되었고, 이 중 9명이 구속되었다. 구속자 중 이○○, 김○○, 박○○ 등 8명은 외지인으로 4대강 사업 지구를 돌며 보상금을 노려온 ‘보상금 전문 사기단’이었다.

이들은 부산 구포, 김해 대동, 양산 물금 등지의 4대강 사업지구에서 불법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12억원의 보상금을 받아냈다. 한림면 시산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6억3천여 만원을 추가로 받는 등 ‘눈먼 돈의 향연’을 마음껏 즐겼다.

노래방 사업자가 주소지 옮겨 ‘비닐하우스’로 거액 챙기기도

박 아무개씨(48)의 경우 원래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그는 지난해 4월, 4대강 사업 구역인 양산시 물금읍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철거 보상금 3억3천여 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이때부터 눈먼 돈에 맛을 들였다. 이번에는 보상 예정지이던 한림면으로 주소지를 옮겨 비닐하우스를 설치했고, 지난해 12월 김해시로부터 4천2백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박씨는 지난 8개월 동안 비닐하우스 철거 보상비로만 3억7천2백만원의 거액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박씨의 보상금 수령을 제지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렀다. 이들은 농사가 안 되는 황폐한 모래땅에 인부를 동원해 다시 3백28개 동의 비닐하우스 철골을 설치했다. 이번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해시청의 감찰반에 의해 실제 경작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보상도 거절당했다. 그러자 박씨 등은 시청에 몰려가 5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다가 결국 덜미가 잡혔다. 지난 4월28일 <시사저널> 취재진이 한림면 비닐하우스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박씨 등이 철거하지 않고 방치해둔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철골만 드러낸 채 흉물처럼 남아 있었다. 철골에 녹이 슬지 않은 것으로 봐서 급조된 것이 분명했다. 또, 철골들은 그 사이로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공간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철골에는 비닐을 씌웠던 흔적이 없는 등 비닐하우스가 농사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지역에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것은 모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보상금 때문이다. 하천 점용 허가가 난 지역이 아니라도, 비닐하우스 등 지상 시설물에 대해서는 이전 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해당 비닐하우스 앞에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소에서 세운 경고 표지판이 박혀 있었다. 여기에는 구조물을 설치한 사람의 이름과 번지가 적혀 있었는데, 사람은 다른데 번지는 모두 같았다. 외지인인 이들이 한림면 시산리 특정 번지(62×)에 한꺼번에 전입을 했기 때문이다. 표지판에는 ‘4월30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라는 내용의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취재진의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은 “땅 주인과 비닐하우스 주인은 각각 다른 사람이다. 우리는 인근 마을 주민인데 비닐하우스 철재를 싸게 사서 뽑아가려고 왔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을 주민이 아니라 비닐하우스 철재 임대업자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비닐하우스 1동(100m)당 철재 구입비는 100만원, 월 임대료는 10만원 정도이다.

구멍이 숭숭 뚫리기는 보상 주체인 김해시청도 마찬가지였다. 4대강 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김 아무개씨(37)가 시설물을 단속할 순찰요원 두 명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 4개월치 임금 5백여 만원을 가로채는 일이 발생했다. 영락없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김해지사장인 박 아무개씨도 부친 명의의 땅에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한 것처럼 ‘경작 사실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보상금을 타냈다. 이처럼 4대강 보상 체계의 허점을 알아챈 주민, 외지인, 공무원 등 너나없이 ‘돈 빼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 하원오 밀양시 하천 경작자 대책위원장이 4대강 정비 사업 지구 중 하나인 경남 밀양의 낙동강 15~16지구 내의 공사 현장에서 지장물 보상과 관련해 농민들의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한림면과 인접한 생림면도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경작지가 많았다. 이곳에도 보상금 도둑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을 이장과 외지인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했다. 허위로 보상금을 타낸 19명 중 15명이 외지인이었다. 생림면 보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마을 이장인 조 아무개씨(52)는 지난해 4월 보상 지역 토지 소유자가 해당 지역 거주 농민이 아닐 경우 실제 경작자에게 영농 손실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씨는 부산에 거주하는 토지 소유자 문 아무개씨(44)와 짜고 실제 경작자인 이 아무개씨(55)와 몰래 보상금을 나누기로 하고, 문씨에게 ‘허위 영농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보상금 수백만 원을 받았다. 조씨는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외지인에게 18차례에 걸쳐 영농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뒷돈을 챙겼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보상 업무를 한국주택토지공사에 위탁해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은 해당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김해시 같은 경우가 직접 위탁받은 사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외지인들이 4대강 사업지구를 돌며 불법 구조물을 설치하고 보상받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김해시청 건설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1일에 4대강 사업과 보상 계획 공고를 냈다. 농작물 경작과 지장물 설치를 하지 말라는 안내문도 냈다. 우리 입장에서는 행정적 조치가 내려지기 이전에 설치한 지장물에 대해서 불법인지 아닌지 가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불법 지장물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노리고 보상을 받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밀양시 하남읍 명례 지역은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 이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 29명의 주민들이 낙동강 일대 하천에 비닐하우스 철제를 꽂고 14억2천4백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이 중 5명이 구속된 상태이다.

이 사건을 맡은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주민들은 자신들의 경작지가 무허가인 것을 알고 영농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지난해 6월 일용직 인부들을 고용해 비닐하우스 철골을 설치했다고 한다. 구속된 유 아무개씨(39)는 마을 노인들의 경작지를 빌려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5천여 만원의 보상금을 수령했고, 같은 마을 민 아무개씨(46)는 자신의 처와 장모 그리고 형제까지 동원해 보상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27일 <시사저널> 취재진과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민들의 속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범죄자’로 몰고 있다며 경찰과 언론을 원망했다. 밀양 명례 지역은 김해 한림군과는 상황이 달랐다. 김해 한림면이 보상금을 노린 ‘전문 보상 사기단’의 소행이라면 명례 지역은 영농 손실을 보전하려는 농민들의 작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이 일대 낙동강 하천 부지는 국유지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밀양시와 약 5년 단위로 ‘하천 부지 대부 계약’을 체결해 농사를 지어왔다.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그러다가 지난 2002년 8월 태풍 ‘루사’ 때 집중 호우가 내리고 하천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밀양시는 하천법에 의해 주민들의 하천 사용 허가를 취소했다. 하천 부지에 대한 사용이 불허되었지만,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농사를 짓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시에서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4대강 사업이 발표되면서 주민들의 생계권이 위협받게 되었다. 하천 부지와 사용 허가를 맺지 않은 터라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밀양시 하천 경작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당국과 밀양시청 등 관계 기관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 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한 김해 매리마을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생존권 위협받는 선의의 피해자도 속출

하원오 대책위원장은 “하천 대부 계약을 안 했으면 지장물 설치나 농사를 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까지 아무런 제재 조치를 하지 않은 시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농민들이 지장물을 설치했다고 범죄자로 몰아 일방적으로 쫓아내려고 하니 수긍할 수가 없다. 정부와 밀양시에서 제대로 된 보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우스 철골 15동을 설치했다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이 아무개씨는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농사를 짓기 위한 시설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나는 보리와 감자 농사를 짓기 위해 하우스를 설치한 것인데, 경찰에서는 일방적으로 불법 지장물로 보고 있다. 이러면 기준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경남 김해시 매리 포산마을과 매리마을 주민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생존권을 잃게 생겼다며 보상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주민 최문식씨는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한다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고 정부가 땅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남경찰청은 4월26일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 보상과 관련해 김해, 양산, 밀양, 창녕, 하동 등지에서 86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보상금은 27억6천여 만원이다. 수십억 원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적발된 ‘불법 보상금 수령’ 유형을 보면 크게 세 가지이다. 비닐하우스 등 가짜 지장물을 설치해 보상금을 받거나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민을 내세워 영농 사실 확인서를 발급하고 돈을 타내는 방법이다. 농사 위탁 계약을 가장해 피해 신청을 하는 일도 있었다.

4대강 사업이 눈먼 돈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허술한 보상 체계에 원인이 있다. 보상금을 더 타내려는 사람들은 법이나 보상 체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지만, 보상 감정을 하는 감정평가사나 보상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조사는 허점투성이이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했던 밀양 명례 지역도 보상을 담당했던 공사 직원이 실사를 하지 않고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지장물 등에 대해서는 정밀 실사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이런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허술한 보상 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사만 정밀하게 이루어져도 ‘허위 보상’을 가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 4대강 지원사업단 관계자는 “우리는 나름으로 철저히 하고 있다. 항공 지도 등을 참조하고 실사 등의 기본 조사를 통해 보상을 결정하고 있다. 단순히 이장의 말이나 영농 확인서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 허위 보상금 지급 사례를 줄이기 위해 실사 등을 강화하고, 계약을 할 때에는 각서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한 홍보를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보상금 부정 수령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황철환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보상이 가장 많이 진행된 김해 지역에서 보상금 부정 수령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광범위하게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눈먼 보상금’을 놓고 쫓고 쫓기는 형국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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