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새자 ‘에너지 안보’ 역공
  • 워싱턴·최철호 | 통신원 ()
  • 승인 2010.05.18 14: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공화당, 멕시코 만 사고 책임 두고 정부 맹비난…시추 저지 나섰던 환경보호주의자들까지 ‘의심’

멕시코 만에서 지난 4월20일 원유 시추 시설이 폭발한 사고로 11명의 인명 피해를 내면서 유출되기 시작한 기름은, 줄잡아 하루 21만 갤런에 해당한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매일 이같은 양이 유출되었다고 보면 약 4백만 갤런 이상의 원유가 바다 위에 떠 흐르면서 갖가지 환경 재난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방재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는 이들을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 원유 유출 사고 해역에서 가까운 미국 멕시코 만 연안을 보호하기 위해 블랙호크 군용 헬기가 모래주머니를 나르고 있다. ⓒAP연합

물론 이번 사고는 지난 1991년 ㅇㅣ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군이 쿠웨이트 유전에 불을 질러 온 천지를 검은 연기로 만들며 3백60억 갤런을 없애버린 것이나, 1979년 멕시코 캄페체만 유전 사고 당시 1억4천만 갤런이 유출된 사고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난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서 엑손 발데스 호가 좌초했을 때에도 1천100만 갤런이 유출되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다.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아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도 아니고 폭발 사고 역시 전례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논평을 냈다. ㅇㅑ구로 치면 이제 1이닝이어서 사태의 추이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이며, 긍정적인 방재 작업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환경 문제에 관해 이전까지는 누구보다도 강경한 어조를 나타내왔고, 조지 W.부시 행정부 당시에는 대기 환경 보호와 연안해 및 수질 오염 방지에 소극적이던 환경보호국(EPA)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환경단체와 보조를 거의 같이했다. 그런 뉴욕타임스가 멕시코 만 사고에 대해 이처럼 긍정적으로 보도한 데에는 배경이 있다. 미국에서는 매체마다 선거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지난 대선 때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신문이다.

이번 멕시코 만 사고는 지난해 12월 알래스카 북서부 지역의 북극 지방에 거대 석유 자본인 로열더치 사가 유전을 개발하도록 허용한 이후 발생한 사고이기에 백악관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의 환경 보호 정강에 따라 알래스카 유전 개발이나 연안 해역 유저ㄴ 개발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일찌감치 알래스카 자연 보호 구역에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시추하는 정책을 딕 체니 부통령이 주도해 추진할 때 이를 극구 말렸다. 멕시코 만이나 동부 해안 지역 대륙붕에서 새로운 석유 시추를 추진하려 할 때도 환경 보호 여론을 조성하면서 반대해왔다. 그런 오바마가 최근 알래스카 북극 지역의 시추를 허용하는가 하면, 연안 해역의 시추까지 일부 허용하는 정책을 편 것은 이례적이다.

날로 심가ㄱ해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유 무기화 정책이나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정권의 석유를 무기로 한 반미 전선 형성 등 국제 정세가 미국 자국만을 위한 유전 개발의 필요성을 안보 차원에서 고려하도록 만들었다. 독자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미국이 국제 질서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데 필수 조건임을 고려하도록 했다. 이른바 공화당측에서 주장하는 에너지 독립은 그래서 애국적인 조치이며,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에 미국 경제가 휘말리는 것은 안보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미국 내에서는 더 설득력이 있다. 이같은 공화당의 논리는 오바마 정부의 테러 저지 및 안보 정책에 허점이 있는 듯하다는 여론을 공화당 진영이 형성하면서 더욱 확대되어갔다.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알래스카 북극 연안 유전 개발 허용이나 연안해 원유 시추를 부분적으로 허용한 조치는 바로 이처럼 정치적으로 약세에 있는 상황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오바마 대통령이 연안 해역 원유 시추를 허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같은 사ㄱㅗ가 발생해 오바마의 자세 전환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아성 지역인 버지니아 주에서 새로 주지사에 선출되어 공화당 바람을 주도하는 봅 맥도넬 주지사는 최근까지 “버지니아 주가 앞으로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회생력을 주도할 것이다”라고 연설하며 버지니아 주 앞바다의 석유 시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고 직후 “연안시추에 대해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마치 이번 연안 시추 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실정인 거ㅅ처럼 다시 몰아가는 동시에 연안 해역 오염이라는 결과가 민주당의 잘못된 정책 결과인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

▲ 5월12일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 관련 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AP연합

“민주당이 환경 파괴하고 국론 분열시킨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민들의 10%는 이번 사고가 바로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은밀히 저지른 ‘인위적인 사고’로 본다는 점을 공화당이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환경보호주의자들이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사의 시추선에서 사보타지를 일으켜 사고를 유발시켰으며, 이로 인한 환경 재앙의 역효과를 부각하려 했다는 의혹을 미국 대중드ㄹ에게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연안 시추가 오바마 정부의 실정이고 이것이 환경단체의 극렬한 저항을 받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으며, 결국 이같은 일련의 민주당 인물들은 미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안보를 허약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 선두에는 러시 림바우라는 극우 공화당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있다.

공화당은 원유 유출 사고의 후유증에 대한 비난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책임을 고스란히 민주당과 오바마 정부에 떠넘긴 채 안전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에너지 안보를 들먹이면서 시추의 강행을 추궁하기만 하는, 지극히 가벼워 보이는 정치적 자세를 취해 오바마 정부를 궁지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