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블록버스터, 누가 크게 웃을까
  • 라제기 |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
  • 승인 2010.06.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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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지난해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져도 쟁쟁한 감독·배우 앞세운 작품들 개봉 앞둬

 

여름이다. 극장가에서는 1년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이 열린다. 여느 해처럼 블록버스터의 쟁투가 뜨겁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하면 개봉작들의 중량감이 경량급에 가깝다.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다. 최대 시장의 최후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올해 할리우드산 영화는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붙이기 좀 머쓱하다. <인셉션>을 제외하면 제작비가 2억 달러를 넘지 못한다. 그래도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이 만만치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인셉션>(7월15일 개봉)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삼는다. 사람들의 생각을 지키는 보안요원이자 생각을 훔치는 데 탁월한 실력을 지닌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활약상을 다룬다. <다크 나이트>로 흥행과 비평 두 토끼를 잡은 놀란 감독의 연출력이 관람 포인트이다.

<나잇 앤 데이>(6월24일 개봉)는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바닐라 스카이>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로맨스 액션물이다. 평범한 여자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의문투성이 비밀 요원의 사연이 펼쳐진다.

<솔트>(7월29일 개봉)는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의 귀환을 알린다. 러시아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 CIA 요원 솔트(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CIA의 감시망을 뚫으려 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이다.

속편들도 여름 시장 최강자 자리를 노린다.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의 간판 시리즈인 <슈렉>은 <슈렉 포에버>(7월1일 개봉)로 시리즈의 종결을 알린다. 슈렉이 요정의 꼬임으로 뒤틀린 현실을 바로잡는 과정을 3D로 보여준다.

<토이스토리>(8월5일 개봉)도 11년 만에 3D로 귀환한다. <토이스토리 3>은 장난감 주인이 17세가 되면서 장난감들에게 몰아닥친 시련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손꼽히는 픽사의 작품이다. <프레데터스>(8월12일 개봉)는 1980년대 인기 시리즈 <프레데터>의 대를 잇는다. <프레데터스>는 원조의 골격을 유지하나 공간을 지구에서 외계 행성으로 옮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국내 작품들은 크기보다 만듦새에 더 신경 써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쌍끌이 흥행을 펼쳤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여름 한국 영화는 단출해 보인다. 스크린을 피로 흥건하게 할 스릴러·액션물로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선다.

70억원의 총제작비가 예상되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가 가장 중후해 보인다. 동명의 스릴러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강감독이 “영화 연출의 재미를 알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낸 작품이다. <놈놈놈>의 스타 감독 김지운은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8월 개봉 예정)로 돌아온다. 연쇄 살인마에게 애인을 잃은 한 남자의 철저한 복수극을 담아낸 영화로 최민식의 <주먹이 운다>(2005년) 이후 5년 만의 상업영화 복귀작이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8월 개봉 예정)는 감성 액션을 내세운다. 세상과 단절하고 살던 한 사내가 유일한 친구인 이웃집 소녀의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는다.

최민수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홍보팀 과장은 “올여름은 크기보다 만듦새에 신경을 쓴 영화들이 눈에 띈다. 대박은 기대할 수 없어도 흥미진진한 내용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유인할 듯하다”라고 전망했다. 

 


학살과 가난으로 얼룩진 동티모르의 유소년축구팀이 2004년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사건은 ‘기적’이다. 월드컵의 국가주의적이고 상업적인 면모와, 유소년축구팀부터 육성해야 한다는 아우성을 생각해보라. 이 각축전에 영양 부족에 맨발로 흙바닥을 뛰던 아이들이 항공료를 물고 출전한 것만으로도 판타지이다. 그런데 이 판타지는 6전 전승으로 이어졌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프로야구가 참칭하는 원형적 판타지에 진정 부합하지 않은가? 하물며 감독이 한국인임에야! 이처럼 <맨발의 꿈>은 실화 자체가 지닌 힘이 세다. 

2005년부터 동티모르 팀을 후원해 온 김태균 감독은 실존 인물(김신환)을 훨씬 재미있게 각색해냈다. 주인공(박희순)은 실패한 사업가이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선함과 희망이 회복되어간다. 편집은 재치 있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현지 아이들의 얼굴은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출중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포츠영화의 쾌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 국민이 국제 사회에서 느끼는 감회와 도리를 생각하게 한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축구의 보편성과 해방감이 더욱 절실한 이들은 제3세계 어린이와 여성일 것이다. ‘소수자의 축구’를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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