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쟁탈 ‘서해 냉전’
  • 소준섭 |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0.07.14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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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및 환태평양 군사 훈련 싸고 첨예한 신경전…중국은 해상 사격 훈련으로 ‘맞불’

■ 세 개의 해상 훈련과 한 개의 ‘미완성’ 훈련 

원래 6월 중에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이 과연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은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체로 지목된 북한에 대한 ‘무력 시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훈련에는 조지 워싱턴 호(9만7천톤급)와 핵잠수함,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해 한국 해군의 한국형 구축함(4천5백톤급)과 1천8백톤급 잠수함인 손원일함, F-15K 전투기 등의 전력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작전 반경이 중국 본토에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서해에서 진행되는 훈련에 미국 항공모함까지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항공모함은 한·미 해상 군사 훈련에 항상 그 모습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미 해상 훈련은 서해(중국명 황해)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진 동해에서 진행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해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비로소 ‘서해에 진입할 명분’을 찾은 것이다.

지난 6월23일에는 14개국이 참가한 환태평양 합동 군사 훈련이 진행되었다. 이 훈련에 대해 하와이의 현지 언론들이 “아시아·태평양 각국으로부터 해군 군함들이 마치 조수처럼 진주만에 집결했다”라고 묘사했을 정도로 그 규모가 굉장했다. 이 훈련에는 미국 및 호주, 일본 등 미국 동맹국 이외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도 참여했다.

훈련 내용은 대잠수함 작전, 어뢰 작전 및 상륙 작전 등이었으며, 25척의 각국 함정은 실탄 훈련에도 참가했다. 특히 훈련의 주도국인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레이건 호, 수륙 양용 공격함인 ‘리처드 호, 해안 전투함인 자유호 등 육·해·공의 각종 정예 장비를 선보였다.

중국은 이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국방대학 장자오중(張召忠) 교수는 “이번 군사 훈련은 동북아 지역의 한 대국이 해상 수송로를 봉쇄하는 것에 대비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며, 그 가상의 적은 비록 명시한 바 없지만 중국이다”라고 단언했다.

6월29일에는 러시아의 대규모 극동 군사 훈련이 시작되었다. ‘동방 2010’으로 불린 이 훈련은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실시한 것 중 전략 전쟁 훈련이었다. 약 2만명의 병사와 30척의 군함이 참가해, 7월8일까지 계속되었다. 러시아의 3대 함대가 이번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모두 동해상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시된 러시아의 이번 대규모 군사 훈련은 러시아의 각종 합동 작전 능력 제고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발표되었지만, 동시에 동북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세 개의 군사 훈련 외에도 6월30일부터 7월5일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동해함대의 직속 부대가 동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에 대해서 외신들은 중국이 곧 실시되는 한·미 합동 해상 군사 훈련을 견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 2009년 10월 서해상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훈련에 참가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왼쪽). 오른쪽은 최근 실시된 해상 훈련 도중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중국 군함. ⓒ연합뉴스·XIN HUA/NEWSIS

■ 천안함 사건과 한·미 해상 훈련의 관계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된 이같은 군사 훈련은 매우 이례적으로 시기가 집중되어 있고, 지점 역시 모두 한반도 주변 해역(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중국 주변 해역)에서 진행되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군사 훈련이 동북아 혹은 인근 해역에서 때맞추어 잇달아 전개되고 있는 것은, 동북아 지역이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북한이라는 분명한 대상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 제7함대 소속 항모인 워싱턴 호 등이 참가할 예정으로 있던 이 훈련은 중국의 베이징-톈진 지역과 산둥 반도 그리고 랴오둥 반도 모두가 미국 항모의 작전 반경 내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중국의 바로 코앞에서 군사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중국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서방 언론들은 미국의 항공모함에 탑재된 조기경보기 등으로 인해 중국의 해군력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특히 이번 한·미 해상 훈련을 불편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민감한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이 계속해서 이번 대잠수함 군사 훈련을 연기시켜온 모습에서,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울까 걱정하는 미국의 노심초사도 그대로 읽혀진다.

만약 미국의 항공모함 워싱턴 호가 서해 해역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미 군사 훈련이든 중국의 실탄 사격 훈련이든 한바탕의 화려한 열병식에 지나지 않게 된다. 모두를 긴장시켰던 위기는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 항모가 실제로 서해에 진입한다면, 동북아의 지정학적 균형은 순식간에 크게 흔들리게 된다.

미국이 한·미 군사 훈련에 워싱턴 호를 파견할지의 여부는 천안함 안보리 결의와 연관되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즉, 미국이 워싱턴 호를 서해로 파견하지 않는 조건으로 내건 카드가 바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워싱턴 호의 서해 군사 훈련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중국과 미국의 게임은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서 벌이고 있는 또 다른 ‘게임’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셈이다.

ⓒ일러스트 박현정

■ 항공모함의 시대는 지나갔는가?

미국은 지난 세기 초에 처음으로 항공모함을 건조한 이래 지금까지 항공모함을 이용해 100년에 걸쳐 세계 5대양을 지배해왔다. 구체적으로 1964년 이래 미국이 참여한 2백여 건의 분쟁 혹은 충돌 사건에서 항공모함은 거의 모든 사안에 개입해 왔다. 실로 항공모함은 그동안 미국의 국지 전쟁에 대한 대응, 억지력 행사, 해상 봉쇄, ‘외과수술 방식의 타격’ 실시에서 필수 불가결의 병력이었으며, 미군의 ‘가장 좋은’ 무기였다. 그러나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과 탄도미사일 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규모 항공모함 전단이 해양에서 발견되기 쉽기 때문에 치명적인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운명이다. 따라서 항공모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항공모함은 더 이상 효과적인 위협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항공모함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의 운용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면서 재정 적자를 초래하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심지어는 항공모함이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정도가 되었다.

한편, 중국 탄도미사일의 반(反)추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언론에 의하면 미국 항공모함에 근무하는 장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중국이 복수의 궤도 변경 능력을 지닌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항공모함이 미사일 구축함과 공격형 잠수함 그리고 기타 호위함을 이끌고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현대 군사 위성의 시야에서 투명하게 드러나는 일종의 ‘과녁’으로 전락하게 된다. “불꽃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폭발음이 잇따른다. 중국이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조지 워싱턴 호 핵추진 항공모함에 결정적인 기습을 감행, 첨단 ‘항모 킬러’ 탄도미사일을 명중시켰다. 거대한 해상의 보루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고, 올 5월에 미군 지휘관 제임스 크래스커가 발표한 ‘중국의 해군 패권 구상’이라는 기고문에 나오는 글이다.

특히 이번 중국의 훈련에서는 최초의 ‘항모 킬러’ 탄도미사일의 발사 실험이 실시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항모 킬러’ 탄도미사일은 중국 무기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은 무기이다. 그것은 미국과 옛 소련이 영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이러한 무기 개발에 소요되는 엄청난 원가와 그 위험성에 대해 상호 인식하고 냉전 종식 직전 양측이 금지하는 데 동의했던 것이었다. 더구나 이 미사일은 원래 핵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발사될 경우 핵전쟁의 재난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미국 해군전쟁학원 중국해군연구부의 앤드류 에릭슨 부교수는 “베이징은 며칠 동안 계속되는 군사 훈련이 매우 주목받고 있으며 심지어 좋지 않은 정치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의미 있는 훈련이 되기 위해 반드시 효과적인 기술적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중국 하이난 섬 남쪽 공해상을 운항하던 미 해군 군함 임페커블 호의 모습. 충돌할 위험이 있을 정도로 중국 선박 5척이 가까이 항해해 운항을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발표했다. ⓒEPA
■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국제 관계에서, 중국 정부를 가장 민감하게 만드는 문제는 바로 ‘국가 주권과 영토’의 문제이다. 중국은 미소를 띠고 대화하다가도 이 문제만 나오면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비타협적으로 나왔다. 다만, 중국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타지크스탄 등과의 육지 국경 문제에 대해 일종의 ‘관용적’ 태도를 보이면서 해결해왔다. 그러나 영해 문제에서는 중국의 태도가 오히려 이전보다 강경해졌다.  

실제로 올 3월,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남중국해(중국명 남해)가 중국 영토 보전에 관련된 ‘핵심 이익’이라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로써 남중국해 문제는 그간 중국 정부가 사활적 문제로 설정해왔던 타이완 문제, 티베트 문제 그리고 신장 문제와 함께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관련된 ‘핵심 이익’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되었다. 중국은 자국의 ‘해양 권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인식한 것이다. 남중국해는 엄청난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까지 중국과 인근 국가 간의 무력 충돌이 전개되었던 남사 군도(南沙群島, Spratly)를 비롯해 동사 군도 그리고 중국 석유 85%의 수송로이자 일본이 ‘해상 생명선’이라 부르는 말레카 해협이 위치해 있는 요충지이다.

중국은 이러한 남중국해의 중요성을 감안해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 제2세대 핵잠수함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이미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해 2~3년 안에 항모 전단을 갖추게 된다. 또, 2020년까지는 5만~6만톤급의 항모 두 척과 훈련용 항모 등을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만이 아니라 조어도 문제에서도 중국은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와도 이어도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중국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전역, 심지어 미국 바로 코앞인 베네수엘라에서까지 집요하고도 적극적인 전방위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영해에 대한 중국의 사활적 이해는 단기적으로 인근 해양에 매장된 엄청난 자원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중·장기적 목표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명제를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차지하려는 데 있다. 

■ 중국 문제에 대한 정확한 대응 절실

최근 중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미 해상 군사 훈련을 비난하면서 결국 미국의 항공모함을 서해에 끌어들인 장본인은 한국이고, 따라서 한국 상품 수입 제한, 한국 영화에 대한 덤핑 조사, 한국에 대한 우주 분야 기술 협력 중단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에서는 반한 감정이 거세게 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의 과정은 우리에게 새삼 중국의 엄청난 힘을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천안함 사건의 여파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이러한 반한 감정까지 초래하게 된 것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성격과 정책을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한 우리의 정책 결정 과정에도 그 요인이 존재한다.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어쩌면 이미 미국보다도 더욱 커져 있고, 앞으로 그 경향성이 더욱 강화될 중국에 대해 우리의 대응이 지나치게 취약하지 않는가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책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정확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중국 문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특별 대응팀’을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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