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카드가 정말 ‘공짜’ 줬을까
  • 박혜정 | 재테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7.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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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미리 받아 쓴 것일 뿐…카드 사용에 부담

 

▲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선포인트 카드 결제가 가능한 카드로 제품을 사라는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카드 가입하시면, 핸드폰 공짜로 드립니다’ ‘내비게이션을 내 돈 안 들이고 살 수 있는 방법!’ 같은 광고 문구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50만원 할인받고 여행가자’라는 광고가, 대형 마트 건물에는 ‘50만원을 할인해준다’라는 문구가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다. 어떻게 50만원의 파격적인 할인을 해준다는 것일까? 정말 세이브카드는 이런 광고처럼 달콤한 카드일까? 세이브카드는 ‘선 포인트 지급’ 카드이다. 기존에는 카드를 사용해서 포인트를 쌓은 후 그 포인트를 이용해 다시 물건을 구입했었는데, 세이브카드는 미리 포인트를 부여해서 그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한 후, 나중에 카드를 사용해서 포인트를 만들어 ‘포인트’를 갚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할부 방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세이브카드는 선 포인트로 지급해주는 금액이 50만원가량으로 꽤 크다 보니, 목돈이 드는 물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초기 구매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그 인기 때문에 처음에는 휴대전화로 시작되었던 세이브카드는 점차 내비게이션, 가전제품, 여행 상품 구매에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사용 범위가 무척 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래 카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후에 쓸 포인트를 미리 사용한 것일 뿐이라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포인트를 갚는 방식에 있다. 무조건 일정 시간(대부분 3년) 동안 나누어서 갚아야 하며, 매달 갚을 수 있는 포인트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일정한 포인트를 쌓지 못했다면 차액분은 다시 자신의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고, 반대로 쌓은 포인트가 넉넉한 경우라도 미리 당겨 갚을 수는 없는 구조이다. 또한, 할부나 현금서비스의 카드 이용분은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는다. 세이브카드로 물건을 구매한 사람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선 지급된 포인트만큼 돈으로 갚아야 되니 이럴 경우 물건을 3년 할부로 구매한 것과 동일해진 셈이다. 다른 개념의 채무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즉, 빨리 포인트로 갚아버리고 싶어도 갚을 수 있는 포인트 상한선 때문에 일정 기간은 반드시 이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카드사가 정한 일정 기간이 묶인다는 사실은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후에 마음에 드는 카드가 나왔을 때 사용할 수도 없고, 또 일정한 포인트를 의무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도 늘 따라온다.

포인트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권장할 만

카드사가 50만원어치라는 비교적 큰 금액의 선 포인트를 지급하면서까지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카드사는 포인트를 지급해줌으로써 3년간은 무조건 당사 카드를 사용하게 만든다. 그것도 일정 사용 금액이 보장되는 주거래 카드로 말이다.

세상에는 역시 공짜는 없다. 세이브카드 포인트도 결국은 본인들이 갚아나가야 할 몫이다. 갚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평소 카드를 사용하면서 포인트를 쌓아놓고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세이브카드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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