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인권위원장 “군 내 인권 문제 주시하고 있다”
  • 정락인 기자·손유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7.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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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위원장이 특정 사안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어”

 

ⓒ시사저널 이종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65)이 취임한 지 1년이 되었다. 현위원장은 취임 당시 ‘인권 비전문가’라며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받으며 내우외환을 겪었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인권위의 위상이 추락했고, 인권이 후퇴되었다는 비판이 많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인권의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해마다 인권이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인권 시계는 지금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을까. 지난 7월20일 오후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장실에서 현병철 위원장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취임 당시 인권단체들이 ‘인권 문외한’이라며 취임을 반대했다.

솔직히 인권 전문가라고 말하는 분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말(인권 문외한이라는)을 듣고 참 의아스러웠다. 나는 30여 년간 법학(노동법·민법)을 연구해왔다. 이런 나를 두고 ‘인권 문외한’이라고 하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든 잘하라는 경고이자 우려로 알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취임 1년을 지나면서 보니 인권은 끝없이 배우고 익혀야 할 분야이다. 누구도 자만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많은데 이런 것을 염두에 둔 지적인 것 같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발전 과정이며 여전히 미완성이고 현재 진행형이다. 한 나라의 인권 상황을 특정 시점에서 객관적인 기준 없이 판단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적절하지도 않다. 지금은 (인권이) 계속 발전하는 과정이다. 과거에 비해 심각한 인권 침해 사안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인권 의식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인권 의제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에서 나에게 독립성을 주문한 적도 없고 비판도 없었다. 인권위의 독립은 매우 중요하다. 인권위는 국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국가뿐 아니라 사회단체들로부터도 역시 독립되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외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인권위의 독립성과 위상 강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궁극적으로는 헌법 기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임 위원장들은 ‘사회단체들’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했다는 뜻인가?

노코멘트하겠다.

▶인권단체들과 인권위의 갈등이 여전하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할 것 같은데.

NGO(비정부 기구)의 역할이 정부와 인권 기구 활동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므로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는 (인권단체들과) 한 번도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 우리 간부들도 가능한 한 접촉을 시도한다. 매년 예산 책정 때나 사업보고서 발표 때는 사회단체들을 불러서 논의한다.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만, 다양한 주장에 귀 기울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는가?

취임 초기 인터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다. 지난 2004년 우리 위원회에서 결정한 ‘국가보안법 폐지’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심의 과정에서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한다.

▶지난해 8월과 10월 아시아인권위원회(AHRC)와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단(ANNI)은 ‘한국의 인권위는 독립성이 훼손되고 신용을 잃었다’라며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인권위 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내가 취임해서 자리 잡기 전부터 비판이 있었다. 유엔과 같은 국제 기구의 인권 관계자들이 찾아오면 대화를 많이 한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었던 ICC 총회 때도 여러 나라 대표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그런데 의외로 국제 사회에서는 우리나라 인권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기대를 많이 했다. 신뢰도에 대해 몇몇 비판적 단체에서 성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인권위원회나 ICC 등에도 얘기를 했는데, 나는 그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우선 우리측 의견을 먼저 들어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인권위가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기본 조사를 하고 본 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었다.

우리가 조사를 안 했다는 것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주요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항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어떤 기사를 쓸 때는 사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 그때는 조사 여부에 대해 결정이 안 난 상태였고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었다.

‘해당 사안이 1년 이상 경과하고, 수사 진행 중인 경우 각하대상 여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한 취지를 확대 해석한 것이다. 여러 가지 장애 요인들이 있고 한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기사가 났다. (이 사건은) 현재 진정 사건이 접수되어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통상적인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인권위원장이 되고 나서 사건 청탁을 받은 적은 없는가?

한 번도 누구의 부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들어올 때 워낙 시비에 휘말려서 그런지 몰라도 나에게는 우호 세력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행동의 자유를 느낀다. 사실 ‘영포회’가 뭔지도 모른다. 그리고 위원회 구조상 내가 위원장이라고 해도 일부러 특정 사안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지난 6월 인권위에 의해 양천경찰서 고문이 폭로되었다. 다른 경찰서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어느 정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경찰서로의 조사 확대는) ‘진정이 접수되면 조사하겠다’라는 답변이 확대되어 보도된 것이다. 양천서 사건 이후 인권상담센터 내에 한시적으로 ‘고문 피해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양천경찰서뿐만 아니라 그런 인권 피해 사례는 예외 없이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지금까지 의미 있는 제보가 접수된 것은 없다. 다만, 군 내부에서 인권 피해 사례가 접수되어 조사 중에 있다.

▶군 내부의 ‘인권 문제’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잘못 알려지면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군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하겠다.

▶최근 아동 성범죄 등 흉악 범죄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인권위에서는 ‘흉악범 얼굴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 인권위는 중범죄자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엄한 벌로 처벌해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둘째, 성범죄일 경우 피해자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아무리 큰 죄를 진 범죄자라고 해도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대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엄하게 처벌하면 된다. 범죄자의 얼굴이나 이름 공개와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중범죄가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마다 전문가들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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