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자립·도전 플랜’ 실험 중
  • 한병관 인턴기자 ()
  • 승인 2010.08.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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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니트족이 등장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는 니트족이 2백17만명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니트족의 증가는 일본의 잠재적 경제 성장과 국내 총생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고령화로 인해 소비층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소비력마저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 일본에서는 경기 침체기에 ‘인터넷 카페 난민’이라 불리는 니트족들이 많이 늘었다. ⓒEPA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니트족이 느는 원인을 고용 환경과 교육 문제에서 찾고 있다. 1990년대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은 고용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취업하고 싶은 청년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겐지 유다 도쿄 대학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저서 <니트>에서 “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지나치게 개성을 중시하고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그대로 방치한다. 또 오랫동안 풍요를 누리며 자란 일본 청년들은 생계에 어려움이 없어 여전히 부모에게 기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곱게 자란 젊은이들이 파편화되고 자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니트족의 유형을 크게 ‘비행형’ ‘은둔형’ ‘자기 실현 추구형’ ‘자신감 상실형’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사회에 불만을 갖고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는 ‘비행형’과 일명 ‘히키코모리’로 대변되는 ‘은둔형’은 전세계에서 나타난다. 반면 직장 생활에 겁을 먹는 ‘자기 실현 추구형’과 직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자신 상실형’은 일본 특유의 유형이다. 일본에서는 졸업 후 일제히 취업하고, 비슷한 시기에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 생활 방식이다. 때문에 한 번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면 재취업하기 힘든 구조이다. 일본 사회학자들은 “위계적이고 정형화된 일본의 직장 풍토가 곱게만 자란 일본 청년들과는 맞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니트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하나의 사회적 공감대로 형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해마다 8백억 엔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 문부과학성의 ‘청년 자립·도전 플랜’이다. 일본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직업관을 정립하는 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진로 교육은 중학교 때부터 실시한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 학생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니트족이 되는 것을 처음부터 막겠다는 취지이다. 일본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니트족 자립 기숙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자립 기숙사’는 전국 40여 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니트족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봉사 활동을 통해 근로 의식을 고취시킨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연구하고 현실에 응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박사는 “한국에서도 일본의 재활 프로그램 사례 연구가 일부 진행되고 있다. 국내 몇몇 시민단체는 일본 재활 지원 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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