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챙기려 먹는 건강 기능 식품, 건강 해칠 수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8.3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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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둔 요즘 건강 기능 식품은 효도 선물로 인기가 높다. 토코페롤·글루코사민 등 발음은 쉽지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건강 기능 식품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국민 10명 가운데 세 명 이상은 1년에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비타민 또는 건강 기능 식품을 복용한 것으로 국민 영양 조사에서 집계되었다. 그러나 정작 건강 기능 식품을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특정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거나 암을 예방해줄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다. <시사저널>은 전문의들과 함께 건강 기능 식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따져보고, 선택할 때 주의할 점도 짚어보았다.

사람들 사이에 ‘건강’ ‘기능’ ‘식품’, 이 세 단어에는 거부감이 거의 없다. 이 단어들을 합친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챙겨주고, 신체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식품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생김새는 캡슐이나 알약 모양이어서 효과는 약처럼 좋을 것 같은 데다 식품이라는 이름 덕에 부작용도 없을 것처럼 여겨진다. 먹어서 몸에 나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병에 걸린 상태는 아니지만 건강에 자신이 없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누구나 쉽게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건강기능식품이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몸이 좋지 않아 진료 한번 받으려면 병원 예약·대기·진찰·검사·처방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 것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인터넷몰, TV홈쇼핑은 물론이고 방문 판매를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복용도 편리하다. 조리를 하느라 부산을 떨 필요가 없다. 의약품처럼 용량과 시간을 꼭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 캡슐·알약·액상 등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으므로 섭취하기 편리한 제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아무리 먹어도 음식처럼 질리지도 않는다. 부족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먹어도 해가 되지 않으니 일단 먹고 보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정 성분을 과잉 복용해도 소변 등으로 배출되고 체내에 쌓이지 않으므로 안전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사람들이 건강기능식품을 맹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에는 ‘항산화’라는 말이 있다. 상당수의 건강기능식품은 항산화 작용을 강조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사람이 숨을 쉴 때 마시는 산소 중 일부는 활성산소로 변해서 DNA를 손상시켜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일으킨다. 게다가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활성산소를 막는 물질에 관심이 쏠렸다. 그것이 항산화물질이다. 채소·과일·생선 등에 있는 항산화물질을 일부 업체가 추출해서 사람이 먹기 좋은 알약으로 만든 것이 건강기능식품이다. 이 제품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 고농도의 비타민C를 주입했더니 암이 사라졌거나, 실험용 쥐에게 항산화물질을 투여했더니 노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세포와 동물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동물 실험 1천 건 가운데 한 건이 사람에게 적용될까 말까 할 정도로 동물과 사람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일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의대 교수에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의뢰하면서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업체는 유명 대학 교수의 직함과 이름을 들먹이며 대대적으로 광고한다. 반대로 연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와도 ‘의대 교수가 연구한 제품’이라고 광고한다. 연구 결과는 숨기고 연구했다는 점만 부각시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보다 연구 자체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고 밝혔다.

또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의사들의 무관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신이 처방하지도 않은 것에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환자가 상담을 해와도 뚜렷하게 답변을 해주지 못한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맹신과 이를 이용한 업체의 상업주의, 의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3조원대에 육박했고, 해마다 20%씩 성장하는 중이다. 

“어떤 성분이 몸속에서 무슨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고 맹신해”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개인의 사례를 일반 대중에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모유가 신생아에게 좋다고 해서 노인이 모유를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사람들에게 건강기능식품이 치료제로 인식되어 있는 점이다.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 당뇨 환자를 진료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주었다. 그런데 그 환자는 건강기능식품만 먹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기존 치료를 거부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치료 효과가 없다. 치료 효과가 있다면 이미 치료제로 쓰여야 마땅하지 않은가. 시장에서 채소를 살 때 원산지는 물론 유기농인지를 따지지만, 어떤 성분이 몸속에서 무슨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너그럽다”라며 건강기능식품을 맹신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연구가 2000년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건강을 챙기려고 먹는 건강기능식품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는 “식물 등에서 뽑아낸 물질이므로 안전하고, 항산화물질을 농축했으므로 효과가 클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오히려 암 및 심혈관질환 발생률과 그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이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강조했다. 건강기능식품은 한마디로 득보다 실이 많은 식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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