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위의 공원 공원 위의 ‘상생’
  • 김세희 기자 ()
  • 승인 2010.09.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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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묘지의 나라이다. 전 국토의 1%가 묘지 면적이다. 해마다 여의도 면적만큼 묘지가 늘어나고 있다. 화장도 하고 수목장도 하지만 여전히 묘지를 쓰는 이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땅은 한정되어 있다. 이제는 웬만한 시골 마을에서도 묘지로 쓸 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장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 부모님을 뵙게 되면 사후에 어떻게 모실지 은근히 고민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경북 영천·전영기 기자

여기 대안이 될 만한 사례가 있다. 경북 영천시 고경면에 있는 경주 최씨 진사공파 가족묘원인 ‘인덕원 가족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장으로 장사를 치르는 곳이다. 지난 4월에는 친환경 장사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이곳을 조성한 최봉진 경주 최씨 진사공파 회장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공로표창을 받았다. 얼핏 보면 그냥 잔디공원 같다. 장지를 조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50cm 이상 흙을 파낸 뒤 화장을 한 분골과 흙을 섞어 묻고 다시 잔디를 덮어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이다. 비석은 세우지 않고 명단석을 하나 만들어 이름 밑에 사망한 날짜를 기록한다.

보통 때는 말 그대로 ‘공원’ 역할을 한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잔디가 깔려 있으니 꽃들이 만발하는 봄에는 유치원생들이 대거 소풍을 온다. 마을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 부처와 종친회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찾아올 때도 많다. 이곳을 견학한 뒤 강원도 춘천시와 경기도 수원시 등에서는 자연장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찾은 이들은 1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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