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시 전 잠들고 식사 제때 하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0.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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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리듬 깨지 않는 것이 건강 유지하는 기본…저녁에는 적게 먹고 야식·운동 피해야

 

▲ 한강고수부지에서 아침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시사저널 박은숙

몸에는 생체 시계가 있다. 생체 시계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 사계절에 따라 몸 상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환경 변화에 몸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려는 본능이다. 여기에는 규칙적인 사이클이 있는데 이를 생체 리듬(바이오 리듬)이라고 한다. 이것이 깨지면 몸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가 된다. 따라서 생체 리듬을 깨지 않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다. 

하루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첫걸음은 수면과 관련이 깊다. 생체 시계는 밤에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수면을 유도한다. 이 호르몬은 낮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도 방지한다. 낮에 30~40분 정도 햇볕을 쬐어야 이 호르몬이 분비되는 데 이상이 없다. 토마토·바나나·견과류 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생체 시계는 특히 밤 12~1시에 멜라토닌 분비가 왕성하도록 맞춰져 있으므로 이 시간에는 잠을 자고 있어야 한다. 이 시간에는 또 성장호르몬도 왕성하게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어린이에게는 성장 촉진 효과를 보이고, 성인에게는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을 자극하는 환경은 수면의 질을 나쁘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TV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즐기면 신경이 안정되지 않아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또, 주변이 시끄럽거나 조명이 밝아도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밤 12~1시에도 깨어 있으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겨 야식을 찾게 된다. 야식은 비만의 원인일 뿐 아니라 하루 세 끼 식사 리듬을 깨는 주범이다. 배가 부르거나 출근 때문에 아침 식사를 거르면 하루 일과를 왕성하게 진행하기 어렵다. 전날 저녁 식사 후 아침 식사 때까지 거의 15시간 동안 몸은 에너지가 고갈되는 상태에 이른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에너지 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므로 우리 몸은 지방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젖산 등이 생성되므로 쉽게 몸이 피로해진다. 아침을 거르면 위염·장염 등 각종 질병이 발병할 확률도 높다. 아침 식사는 무엇보다 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침에는 포도당으로 쉽게 전환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이롭다. 혈당을 갑작스럽게 올리는 흰 쌀밥보다 현미나 잡곡밥이 좋다. 아침을 많이 먹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활동에 지장이 생기니 밥으로 치면 3분의 2 공기가 적당하다.

▲ 하루 30분 운동은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사저널 박은숙

하루 중 가장 에너지가 필요한 오후에는 영양분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좋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지방이 많아 소화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책상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일 경우 육류 중심의 식사를 하면 오후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육류 대신 생선이나 콩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직장인은 한 곳의 식당을 정하기보다 청국장, 등 푸른 생선, 두부 등을 파는 식당을 번갈아 가며 이용하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 등은 생체 시계를 교란해 영양 흡수를 방해하므로 좋지 않다.

잠자는 동안 체온 올라가지 않게 해야

저녁 시간은 하루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인 만큼 에너지 필요량이 적다. 저녁을 필요 이상 섭취하면 대부분 체지방으로 쌓인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낮보다 저녁에 섭취하는 것이 체내 지방으로 더 많이 축적된다. 저녁 식사를 오후 6시 이전에 마치면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생체 시계는 체온도 조절한다. 오전에 체온이 점점 올라가고 오후 5~6시부터 다시 떨어진다. 즉,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체온을 높이지 않도록 맞춰져 있으므로 잠자리가 너무 덥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에는 운동도 필요한데 하루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식사 후 소화를 시킬 겸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너무 늦은 시간에 운동을 할 경우 체온이 떨어지게 되어 있는 생체 리듬을 방해한다. 흥분 상태가 지속되므로 수면에 방해가 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 WE클리닉 원장은 “우리 몸은 오묘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밤에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낮에는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은 생체 시계에 맞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 식사,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생체 리듬을 유지해야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생체 시계는 계절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한다. 요즘처럼 쌀쌀해진 가을에는 생체 시계가 분주해진다. 인체의 온도계 역할을 하는 뇌의 시상하부와 그 밖의 조절 기관이 새 계절에 맞추어 호르몬 분비 수준을 재조정하는 등 화학적 조정 작용을 거쳐 인체를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과정에서 깨지기 쉬운 생체 리듬을 잘 조절해야 가을과 겨울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생체 리듬이 깨지면 무엇보다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가을에는 여름철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뇌가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감소시키는데, 이때 사람은 우울증에 빠진다. 증세가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드는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기온이 쌀쌀해지면서 생체 시계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킨다. 즉,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므로 열량 보관창고인 체내 지방의 사용이 증가한다. 살이 빠져야 정상이지만 추운 날씨로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지방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1년 중에 먹을거리가 풍부한 가을에 혈중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철에 허해진 기를 보충하는 차원에서 본능적으로 많이 먹게 되는데, 이것은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고 비만을 부른다.

가을철 온도가 1℃씩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이완기 혈압은 0.6mmHg 올라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을에는 여름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7mmHg, 이완기 혈압이 3mmHg 정도 상승한다. 정상인보다 고혈압 환자나 고령자일수록 실내·외 기온 차에 따라 혈압의 변화가 심하게 나타난다. 혈압이 오르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신체 활동을 늘려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체중을 5kg 정도 줄이면 수축기 혈압을 10mmHg, 이완기 혈압을 5mmHg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

돌연사 막으려면 혈압에 신경 써야

혈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돌연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혈관 수축이 활발해져 혈압이 상승하는데, 차가운 바깥 날씨에 갑자기 노출되면 심장 발작이 일어난다. 평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혈관은 이미 손상되어 있다. 손상된 혈관 내피세포 밑에는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백혈구가 모여 포말세포를 형성한다. 여기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동맥벽의 근육 세포가 분열해 벽이 두꺼워지고 지방질덩어리(죽종)를 형성한다. 죽종이 터지면 혈관 내 혈액이 엉겨서 혈전을 만든다. 혈전이 뇌나 심장의 큰 혈관을 막을 때 돌연사가 생긴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겨울철뿐만 아니라 가을철에도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가 많다. 실제로 지난 7년 동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심근경색증·협심증·뇌졸중 환자를 파악해 보니, 가을철인 9~11월과 겨울철인 12~2월의 환자 수가 비슷하거나 가을철이 오히려 더 많았다”라며 가을철 건강 관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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