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해 돌아와 다음 시즌 풍미할 그들
  • 정철우│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0.10.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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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 프로야구를 빛낼 5인

 

2010 한국 프로야구가 모두 막을 내렸다. 지난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SK가 다시 왕좌를 찾으며 길었던 하나의 시즌은 마지막을 고했다. 그러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이즈음 2011시즌을 가늠해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완전 연소하지는 못한 선수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2010시즌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2011시즌 한국 프로야구 판도에 영향을 줄 만한 대표적인 선수 다섯 명을 꼽아보았다. 

▒ 고원준(넥센) / 다양한 구질 선보여…경기 운영 능력도 노련해

고원준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무명으로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선수였다. 2009년에 입단했지만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2010시즌을 준비하는 넥센의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는 명단에 없었다. 팀 내에서도 별반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주머니 속 송곳은 결국 자신의 날카로움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시즌 초 불펜 투수로 종종 기용되던 고원준은 5월 들어 선발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5월17일 문학구장 SK전. 그는 강력한 SK 타선을 상대로 7.1이닝 동안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쾌투를 선보였다.

이후 거침없는 행진이 이어졌고 체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올 시즌 최고의 수확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시즌 최종 성적은 5승7패, 평균 자책점 4.12. 넥센이 좀 더 강팀이었다면 드러나는 것 이상의 성적도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백40㎞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장난치듯 던지는, 100㎞도 미치지 못하는 각 큰 커브, 여기에 포크볼 구사력까지 지니고 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노련하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느린 커브도 타자 성향에 따라 느리게, 더 느리게를 조절할 수 있다. 고원준의 존재는 빈약한 넥센 전력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 강정호(넥센) / 12홈런 58타점…공격력 주목

강정호가 과연 내년 시즌에도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강정호는 2011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굴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그를 노리는 구단이 많기 때문이다. 넥센은 지난해 장원삼(삼성)·이현승(두산)·이택근(LG)·마일영(한화) 등 주축 선수를 현금 트레이드했다. 부족한 구단 재정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넥센이 “더 이상의 현금 트레이드는 없다”라고 선언했지만, 믿는 사람은 없었다.

팬들은 넥센의 현금 트레이드를 강도 높게 비난한다. 또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각 구단은 비난을 무릅쓰고 새로운 트레이드를 모색 중이다. 현금 트레이드가 가장 안전한 전력 보강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그만큼 매력적인 선수이다. 수비 능력이 특급은 아니지만 유격수로서 타율 3할1리, 12홈런, 58타점을 올린 공격력은 매우 매력적이다. 20홈런도 충분히 가능한 선수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강정호를 영입하는 팀은 4강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좋은 카드 한 장을 손에 넣게 된다. 반대로 강정호가 팀에 남는다면, 넥센이 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오지환(LG) / 13홈런 61타점…수비 단점 보완하면 공격력 폭발할 듯

오지환은 LG의 화려한 공격 라인을 좀 더 폼 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유격수이다. 올 시즌 처음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율 2할4푼1리, 13홈런, 61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아쉬웠지만 타점이나 홈런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오지환은 패기와 오기로 뭉친 선수이다. 폭발적인 무언가를 안고 있다. 기존의 강력한 외야 라인업에 그까지 가세한다면 LG는 공격력만으로도 리그를 떨게 할 힘을 갖게 된다.

수비에서 단점을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숙제이다. 오지환은 올 시즌 무려 2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너무 잦은 실책은 팀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큰 짐이 되었다. 부실한 수비는 공격력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지환의 유격수 전업은 이제 3년째에 불과하다. 그가 수비에서 눈을 뜨게 된다면 공격력은 동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오지환이 이 계산대로 성장해주기만 한다면, LG는 상·하위 타선에서 고른 폭발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 이현승(두산) / 불펜 투수로 가능성 보여줘…내년 선발 기대

이현승의 2010시즌은 실망 그 자체였다. 우승에 도전했던 두산은 비난을 무릅쓰고 이현승을 현금 트레이드하며 선발 보강에 나섰다. 그러나 이현승은 좀처럼 넥센에서 보여주었던 구위를 되찾지 못했다. 팔 상태까지 좋지 않았다. 정규 시즌 최종 성적은 3승6패, 평균 자책점 4.75. 결국 선발 보강에 실패한 두산은 시즌을 3위로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현승은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고 있었다.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확실한 제자리를 찾았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놀라운 투구를 선보였다.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장해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닝 자체는 무의미했다. 1백40km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가 살아났다.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위력을 더했다. 직구 하나만으로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특유의 공이 살아난 것이었다.

두산은 이 경기에서 패했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현승의 회복은 두산을 다시 꿈꾸게 했다. 이현승이 다시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 안으로 들어와준다면 그 어느 해보다 강력한 선발진 구축이 가능해진다. 선발이 강해진 두산은 리그를 평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팀이 될 것이다. 
 

▲ 지난 6월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역투하는 SK 이승호 투수. ⓒ연합뉴스

 

▒ 이승호(SK) / ‘왕년의 탈삼진왕’ 다시 주목

SK는 2010 한국시리즈에서 강력한 불펜의 힘이 단기전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자로 잰 듯 정확한 투수 교체와 물량 공세는 삼성 타선의 숨통을 조였다. 그러나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에서는 한국시리즈 같은 운영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가능성 있는 불펜 투수가 절실하다. 이승호(37번)는 한국시리즈를 통해 SK가 내년 시즌에도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차전 선발로 나선 이승호는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후 교체되었다. 이때만 해도 별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무너진 선발 카도쿠라를 대신해 등판해 2.1이닝을 또 막아내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2003년 탈삼진왕 출신인 그에게 ‘아직 주목을 덜 받았지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실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호는 잊혀진 이름이었다. 잦은 부상과 구위 저하로 지난해 LG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트레이드도 아니었다. FA(자유 계약 선수)로 이적한 이진영에 대한 보상 선수였을 뿐이다. 게다가 이적 후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 이후 1백40㎞ 후반까지 내던 직구의 구위는 떨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장기인 슬라이더가 살아났다. 김성근 SK 감독의 집중 지도 이후 슬라이더의 제구와 속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스피드에서 1백30㎞대 후반의 직구와 별반 차이가 없기에 더욱 위력적으로 바뀌었다. 그의 다양한 슬라이더 앞에 삼성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이승호가 더해진다면 SK 불펜은 진정한 좌완 천국이 된다. 또 다른 이승호(20번)를 필두로 전병두·정우람, 여기에 다시 이승호(37)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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