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조리에 도전한‘시의적절’한 스릴러들
  • 최광희│영화 저널리스트 ()
  • 승인 2010.11.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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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극에서 벗어나 현실 비판 담은 한국 영화 잇달아 개봉

최근 사회 부조리에 대한 풍자나 비판을 담아낸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나 흉악 범죄에 대한 핏빛 복수극이 주를 이루었던 지난여름 극장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비판의 대상이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화법은 더 직설적이고 과감해졌다.

김상만 감독의 <심야의 FM>은 외형적으로는 범죄 스릴러이지만, 한국의 방송 문화에 대한 의미심장한 ‘꼬집기’를 수행해 이목을 끌었다. 유명 방송국 아나운서 선영(수애)은 5년간 진행하던 심야 영화음악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된다. 그 시각, 정체불명의 청취자 동수(유지태)가 선영의 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볼모로 잡는다. 그리고 생방송 중인 선영에게 전화를 해 자신이 시키는 대로 방송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동수가 선영을 협박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가 ‘방송에서 했던 말’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들이지만, 그 말이 서로 앞뒤가 안 맞는다. 결과적으로 위선적이다. 따로 들으면 멋지게 들리는 방송인의 멘트는, 조합을 해보면 그렇게 상호 모순적일 수 있다. <심야의 FM>은 흔히 방송이 내보이는 비일관성과 위선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 ⓒ외유내강 제공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부당거래>(10월28일 개봉)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와 스폰서 경찰이 정면 충돌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두 명을 모두 악인으로 설정해 놓은 것부터 독특하다. 비위 혐의를 받고 승진 인사에서 탈락된 최철기 형사(황정민)는 출세를 위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어린이 살인 사건의 범인을 조작한다. 이 과정에서 조폭 출신 기업가의 도움을 받는다. 한편으로, 야심만만한 검사 주양(류승범)은 자신의 스폰서가 최철기 형사에 의해 구속된 사건에 앙심을 품고 최형사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부당거래>는 기업과 야합한 수사 기관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거나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정의 구현 메커니즘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다. 때마침 불거진 스폰서 검사 파문 덕분에 영화의 메시지에 시의성까지 얹혔다.

박수영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11월4일 개봉)은 한국 사회의 마녀사냥 심리를 극화한, 일종의 사회 드라마이다.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얄궂게도 이 마을에는 아동 성추행 전과 기록이 있는 세진(이정진)이라는 인물이 살고 있다.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아이 아빠인 충식(김태우)은 세진이 자신의 딸을 납치한 진범이라고 믿게 되고, 그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해코지한다. 마을 사람도 그의 전과 기록을 이유로 세진의 가족에게 마을을 떠나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형사도 점차 그가 진범이라는 확신을 굳힌다.

충식이나 마을 사람의 행동은, 편리하게 적대시할 희생양을 찾아내고 몰아세우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가학 심리의 단면을 상징한다. <돌이킬 수 없는>은 범죄에 대한 공포나 특정인에 대한 적개심이 거대한 편견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폭력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우화이기도 하다. <돌이킬 수 없는>의 안철호 프로듀서는 “강호순 사건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 용의자 신상 공개나 아동 성범죄 공개가 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꺼내들고 있는 메스가 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카메라는 이들을 따라가며 고즈넉한 풍경과 애증이 교차하는 선우의 내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선우는 여행에서 ‘맙소사(寺)’ 스님과 아들에게 소를 태우려는 아버지 등을 만난다. 이들은 소와 현수를 사랑하는 본심을 깨닫지 못하는 선우를 견성(見成)으로 이끄는 방편들이다. 서울 조계사에 피터의 위패를 모시고 잠든 선우가 꿈속에서 그 방편들을 모두 불질러버리자, 꿈은 신비하게도 현실이 된다. 영화는 꿈과 현실을 비스듬히 중첩시키며, 불가의 비유를 로맨스로 치환한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일종의 우화로 읽힌다. 그러나 로맨틱 영화로서의 감정선은 그리 좋지 못하다. 소의 연기는 감탄스럽지만, 매력이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며, 그 결과 도시 여자처럼 보이는 현수가 선우와 함께 소를 끌고 밭을 가는 엔딩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별로 납득되지 않는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개그에 대한 우문현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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