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연예대상 누가 받아야 할까
  •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0.12.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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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별로 유재석·강호동 또 부각…이경규·이승기 등 ‘추격’

또다시 12월이 왔다. 바야흐로 시상식 시즌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누군가는 상을 받게 된다. 연말 시상식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사인데, 특히 예능이 모든 방송 분야를 통틀어 ‘최종 장르’로 떠오른 요즘에는 연예대상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는 누가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 왼쪽부터 의 이경규, 의 유재석, 의 강호동

유재석, MBC에서 4년 동안 세 번이나 대상 수상해 ‘부담’

먼저 MBC를 보자. MBC에서는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여준 ‘한 명’이 없다. 유재석은 변함없이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지켰다. 강호동도 변함없이 <무릎 팍 도사>를 지켰다. 이휘재, 박미선 등도 변함없이 <세바퀴>를 지켰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대상으로 정한다면 응당 유재석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 4년 사이에 대상을 세 번이나 받은 것이 부담이다. 만약 <무한도전>과 <놀러와>가 예년에 비해 더욱 성공적이었다면 유재석의 연속 수상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올해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고, <놀러와>는 기존의 인기를 안정적으로 이어갔을 뿐이다.

이런 구도에서 다른 사람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면 대상은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누군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살렸다면 설사 그 시청률이 <무한도전>보다 못하다 해도 대상은 그에게 갔을 것이다. 그러나, 저주라도 내린 것일까?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올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백약이 무효이다. 어떤 시도도 먹히지 않았다.

따라서 MBC에서는 유재석이 지난해에 이어 대상을 또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는 토요일과 월요일을 안정적으로 지배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투입되었던 탁재훈, 김구라, 박명수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박명수의 경우는 그나마 <뜨거운 형제들>이 네티즌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최우수상이 안배되어야 한다.

KBS를 보자. KBS에서는 강호동이 MBC에서의 유재석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이미 두 번 연속으로 대상을 받았으며 올해에도 자기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1박2일>이 올해 예년에 비해 저조했다는 문제도 있어서 대상을 또 받기가 부담스러운 구도이다. 그러나 김C, MC몽, 김종민 문제로 어려움에 빠진 <1박2일>을 살려냈다는 점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이경규, KBS에서 ‘드라마틱한 부활’ 보여줘 주목

▲ KBS ⓒKBS 제공

KBS의 구도가 MBC와 다른 것은 ‘임팩트’를 가진 별도의 인물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경규이다. 그는 <남자의 자격>을 메이저급 프로그램으로 성공시켰다. 그리하여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SBS <일요일이 좋다>를 제치고 KBS를 일요일 저녁의 절대 왕자로 군림하게 했다.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 등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살리지 못해 대상을 놓친다면, 그 프로그램을 완전히 누른 공로로 이경규가 대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경규에게는 드라마틱한 부활이라는 인간적인 임팩트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병만에게 KBS 연예대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서명 운동을 벌인다. 김병만이 <개그콘서트>를 지킨 공로는 인정해야 하지만, 그가 프로그램 전체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단 한 개의 코너에만 나왔다는 점이 한계이다. 따라서 김병만은 위기에 빠진 <1박2일>을 강호동과의 콤비플레이로 살린 이수근과 최우수상을 다퉈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KBS에서는 기계적 합리성으로 따졌을 때는 강호동, 종합적인 구도를 고려했을 때는 이경규이다.

SBS를 보자. 여기서는 유재석이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로 이미 2년 연속 수상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패밀리가 떴다>의 후속인 <런닝맨>을 살리지 못했다. SBS는 MBC와 함께 KBS <해피선데이>의 독주를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따라서 유재석이 대상을 받기는 힘들다.

대신에 강호동이 2007년의 구도를 재현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당시 <스타킹>과 <야심만만>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SBS 연예대상을 받았었다. 올해에는 <스타킹>과 <강심장>이다. 특히 <강심장>의 경우에는 현재 집단 토크쇼 트렌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올해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강호동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심장>에서는 이승기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아무도 그가 버라이어티 MC로서 이 정도의 재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었다. 극적인 성공인데, 바로 이런 데서 ‘임팩트’가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기는 강력한 최우수상 후보이다. 그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SBS 연기대상의 최우수상 후보이기도 하다. 이승기가 올해 SBS에서 연예대상, 연기대상과 더불어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종합하면 유재석과 강호동의 독주였던 예년에 비해 이경규라는 변수가 더해진 것이 의미 있는 변화이다. 다만 그것이 신인의 성장이 아닌 과거 유명 MC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올해는 방송 3사의 3색 연예대상을 기대해볼 만하다.  

 ‘통합 연예대상’이 있다면, 강호동 차지

만약 방송 3사 통합 연예대상이 있다면 그 대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단연 강호동이다. 2010년은 그만큼 강호동의 괴력이 빛을 발휘한 한 해였다. MBC에서는 <무릎 팍 도사>가 당대를 대표하는 토크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S에서는 위기에 빠진 <1박2일>을 이수근과 함께 살려냈다. 특히 고비마다 펼쳐 보인 ‘원맨쇼’가 그의 카리스마를 실감하게 했다. SBS에서는 여전히 <스타킹>을 이끌고 있으며, <강심장>을 대표적 집단 토크쇼로 만들었다. 반면에 유재석은 <런닝맨>에서 흔들렸고, 연말에는 <놀러와>도 도전에 직면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올해 예능의 제왕은 바로 강호동이다.

어찌 보면 상당히 감동적인 일이다. 강호동은 그동안 유재석에 비해 평가절하당했으며, 대중으로부터도 비난을 들었었다. 2008년에 강호동은 MBC, KBS 두 곳의 연예대상을 받았는데, 인터넷에서 파란이 일었다. 그의 수상에 반발하는 네티즌의 분노였다. 심지어 강호동의 대상을 취소해달라는 청원운동까지 일어났었다. 강호동이 대상 받은 다음 날 포털 메인을 장식한 것은 ‘무관의 제왕 유재석, 대상보다 빛난 대인배’ 류의 글이었고, 정작 수상자인 강호동은 찬밥 취급을 받았다.

2009년에는 유재석이 대상을 두 개 받았기 때문에 수상 결과 자체에서 강호동이 밀렸다. 올해에는 ‘이경규 변수’ 때문에 수상 결과로 강호동이 압도하기는 힘들겠지만, 전체적인 활약상을 따졌을 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강호동이 단연 돋보인다. 올해의 활약으로 3년을 끌어온 ‘강호동 대상 자격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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