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 정당의 ‘이유 있는 부활’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2.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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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부’의 정책 실패에 유권자들 반작용 보여…재정 적자가 만든 각박한 사회 분위기 틈타 득세

9·11 테러와 금융 위기는 유럽에서 극우주의의 득세를 가속화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는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적개심을 더욱 키워 유럽 내의 이슬람인들에 대해서 색안경을 쓰고 보도록 만들었고,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에 이은 2009년의 유럽 재정 적자는 유럽인들의 삶에 대한 여유를 빼앗아감으로써 유럽 사회의 분위기를 각박하게 만들었다. 유럽의 극우주의는 이런 토양을 배경으로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 ‘극우’의 존재를 드러낸 사람들. 왼쪽 위부터 스웨덴 민주당의 지미 오케손 당수, 오스트리아 자유당 인사들, 프랑스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 당수, 독일 국민민주당의 우도 보이트 당수. ⓒEPA

특히 금융 위기 이후 유럽에서 이슬람에 대한 반감은 그 강도가 더욱 높아져 구체적인 정책에까지 반영되고 있다. 로마 문명이 번성한 바탕에는 이민족을 포용한 관용이 있었고, 유럽인들은 그 전통을 미덕으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금융 위기의 여파로 생계 문제에 직면하게 되자 그 미덕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예로 그동안 문제시하지 않았던 이슬람 전통 의상인 히잡, 니카프, 부르카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프랑스에서는 이미 제정되었으며,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에서도 현재 입법화가 진행 중이다.

스웨덴에서는 2010년 9월 네오나치즘에 뿌리를 둔 민주당이 스웨덴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이어 10월10일 오스트리아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극우 정치 지도자인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드라헤의 득표율이 종전의 15%에서 거의 두 배 가까운 27%로 상승했다. 같은 시점에 네덜란드에 들어선 우익 정부는 외국인 이민을 줄이고, 전과 기록이 있는 이슬람 이민자들을 자국에서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가 재정 위기로 긴축 정책을 펴며 예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실직과 자녀 교육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들이, 자국민 우선주의라는 기치 아래 외국 이민자들을 도외시하는 극우파가 지지를 얻는 배경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유럽 극우 정당의 득세는 좌익 정부들의 정책 실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 주요 극우 정당의 세 불리기와 잠재력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실질적 지도자는 요르그 하이더로서 카린티아 주지사를 맡고 있고, 현 당수는 수잔느 리스 파서 스포츠 장관이다. 1986년부터 2000년까지 나치 추종자인 하이더의 리더십 아래에 있던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1999년 총선에서 전국 득표율 27%와 의회 52석을 차지함으로써 제2당이 되었다. 선거 후 우익인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함으로써 오스트리아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 비난과 원성을 샀다. 현재 자유당은 내각 장관 자리에 여섯 명을 진출시켰고, 특히 오스트리아 남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벨기에 극우당인 플레미쉬 블록당(VB당)의 현 당수는 프랑크 반헤크이다. VB당은 2000년 플레미쉬의 본거지인 안트워프(Antwerp)의 지방자치 선거에서 50석 가운데 20석을 차지하며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정치 세력이 되었다. 이미 1999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9.9%와 국회 의석 15석을 차지했다. VB당은 외국인 이민 정책을 극렬히 반대할 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반유대주의(anti-semitism)를 표방한다.

덴마크 국민당(DPP)의 당수는 피아  케르스가르드이다. DPP당은 2001년 총선에서 득표율 12%와 국회 의석 22개를 차지함으로써 제3당이 되었다. 현 중도 우익 연정에서 DPP당은 정치 망명자에 대한 엄격한 정책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비를 삭감하는 정책을 도입하도록 만들었다.

프랑스 극우당인 프롱트 나쇼날르(FN)는 장 마리 르팽이 창당자 겸 당수이다. 1972년 창당한 이래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1차전에서 17%를 득표하며 사회당 총리 조스팽을 누리는 기염을 토했다. 르팽이 6백만표를 득표한 것은 유럽 내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치당의 본산지인 독일에는 공화당(REP), 독일국민연맹(DVU), 국민민주당(NPD) 등 세 개의 극우 정당이 있다. 2차 대전 후 독일에서의 극우는 신나치 청년운동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세 개 극우 정당은 국가적 차원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국회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199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REP당과 DVU당의 득표율은 각각 1.8%와 1.2%에 머물러, 국회 진출 하한선인 5%를 넘지 못했다. 나치 잔당으로서의 이미지 때문에 독일 극우당의 리더가 누구인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에는 노던 리그와 내셔널 얼라이언스, 두 극우 정당이 있다. 외국인을 거부하는 노던 리그의 당수는 움베르토 보시이고 파시즘을 추구하는 내셔널 얼라이언스의 당수는 지안프랑코 피니이다. 이 두 당은 2001년 총선에서 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당과 연정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노던 리그에 각료 자리를 세 개나 주었다. 인간 노예상들에 대한 해안경비대의 발포권 인정과 EU는 아동 성폭력범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노던 리그가 이탈리아 연정에 참여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네덜란드의 극우당으로는 리버블 네덜란드당과 마트 헤르벤이 이끄는 핌 포르튠스 리스트(LPF)당이 있다. 전 국방부 대변인을 역임한 헤르벤 당수는 올 5월7일 총격을 받고 살해된 전 당수의 이름을 따서 당권을 이어받고 있다.  5월15일 치러진 총선에서 LPF당은 처음으로 참가해 26석이나 차지하는 성과를 내며 중도 우익의 기독교 민주당(CDA)에 이어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노르웨이에는 카알 하겐이 이끄는 진보당이 극우주의를 표방한다.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근 한 세기 동안 노르웨이 정치를 주도해 온 노동당이 실권함에 따라 진보당이 우익 연정에 참여했다. 진보당은 14.7% 득표율과 총 의석 수 1백65석인 국회에서 26석을 차지했다.

‘사회민주주의 모델’ 스웨덴도 예외 없어

▲ 위는 스위스 국민당의 크리스토프 블로셔 당수, 아래는 영국 국민당의 닉 그리핀 당수. ⓒEPA

포르투갈에는 파울로 포르타스가 이끄는 대중당이 극우 정당이다. 올 3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중당은 9% 득표율을 보이며 의회에서 14석을 차지했다. 언론인 출신인 포르타스 당수는 우익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 포르타스 당수는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제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스웨덴은 복지 국가로서뿐만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의 모델로서 인종 차별이 거의 없는 나라로 칭송을 받아왔다. 그런데 2010년 9월 총선에서 이민을 반대하는 스웨덴 극우주의 정당인 민주당이 국회 20석을 차지함으로써 종전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되었다. 스웨덴 민주당은 1988년에 지미 오케손에 의해서 창당되었다. 오케손 당수는 민주당이 민족주의를 표방하지만 인종 차별주의는 지양한다고 주장한다.

스위스 극우당인 스위스 국민당(SVP)은 크리스토프 블로셔가 이끌고 있다. 1999년 총선에서 SVP는 22.5% 득표율을 얻고 의회 44석을 차지함으로써 제2당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블로셔 당수가 연정에서 2인자 자리를 요구한 것이 다른 정당 당수들에 의해서 거부되어 연정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영국의 극우정당은 닉 그리핀이 이끄는 영국 내셔날당(BNP)이 있다. 인종주의적인 BNP가 영국 국회에 진출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하지만, 올 5월 지방자치 선거에서 전국 총 6천석 중에 3석을 차지한 바 있다. 캠브리지 출신의 그리핀 당수는, 유색 인종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것과 영국의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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