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으로 꾸리는 생계형 창업이 제격
  • 박남수 한국창업전략연구소 팀장 ()
  • 승인 2010.12.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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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자금이 넉넉지 않은 퇴직자

 

큰돈을 들이지 않고, 위험 부담이 크지 않으며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수 있는 업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투자비가 1억~1억5천만원 미만이고  부부가 함께 전업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생계형 창업에 속한다. 은퇴자의 경우 사업에 실패하면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가용 자본을 전부 투입하지 않고 안전선에서 투자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 안정성이 높은 ‘소형 점포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소형 점포는 투자비가 적어서 실패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고 대형 점포에 비해 투자비 회수가 빠르다. 또한 시설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정비 절감 효과도 있다. 고정비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소형 점포의 경우 혼자 운영하거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한 명을 추가 투입해 운영할 수 있다. 소형 점포의 이러한 장점을 종합해보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나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큰 ‘초보 창업자’에게 권장된다.

10평에서 15평 정도의 점포를 생계형 창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점포 구입비는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쳐 5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평균적이다. 소형 점포의 업종을 분석해보면 주택가 곳곳에 위치한 ‘소형 슈퍼마켓’ ‘분식집’ ‘치킨집’ ‘화장품 판매점’ 등이 많은 편이다. 그 밖에도 역세권과 주택가, 패션몰에 입점해 있는 ‘통신사 대리점’과 ‘액세서리 판매점’도 소형 점포에 입점해 있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이던 소형 점포의 업종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소형 점포의 업종 특성은 네 가지 요소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소형 점포 하면 떠오르는 ‘허름한 가게’의 이미지를 ‘세련된 매장’으로 탈바꿈한 업종도 늘어났다. 둘째, 전문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소형 점포 창업이 증가했다.

베이비부머들이 선택하고 있는 생계형 업종들 또한 과거 비좁고 궁색한 분식집이 아닌, 디자인 요소로서 인테리어를 강화하거나 메뉴의 전문성은 물론 조리의 편리함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수제 도시락 전문점 ‘벤또랑’의 경우 5천6백만원선이면 15평 안팎의 점포를 창업할 수 있다. 현재 분당 서현동에 있는 매장의 경우 유입 고객뿐 아니라 테이크아웃 포장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곳의 하루 평균 매출은 1백50만원. ‘연어벤또랑’ ‘도미뱃살데리야끼랑’ ‘모둠 문어 벤또랑’ 등 일식과 퓨전 요리를 접목한 벤또 요리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맛이 특징이다. 12가지 종류의 수제 도시락은 각각의 메뉴별로 스테미너·다이어트·헬시 메뉴 등 모든 메뉴에 칼로리와 효능을 넣어 ‘나에게 맞는 메뉴’를 고르는 즐거움을 준다. 모든 메뉴는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목기에 담아 내놓기 때문에 이색적인 느낌으로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다.

생계형 창업 시장에서 일식의 대표 음식인 돈가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랫동안 우리의 입맛을 길들여온 돈가스 관련 업계의 변화도 빠르다. 돈가스 메뉴를 특화해 전문점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거나 고급스럽고 개성 있는 메뉴를 개발해 이전의 분식점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는 것.

웰빙 트렌드에 맞춰 튀기지 않고 구워낸 돈가스를 선보이고 있는 돈가스 전문점도 있다. 1999년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으로 시작해 돈가스·우동·초밥 전문점으로 현재 1백7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코바코는 최근 ‘코바코베이크하우스’라는, 칼로리를 반으로 낮춘 신개념의 굽는 돈가스 매장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이곳에서 내놓는 ‘구운 돈가스’는 본사에서 제공되는 오븐 구이용 빵가루와 고기의 육즙을 살리는 노하우로 기존 돈가스와 같은 맛과 식감, 색상을 최대한 살려 겉으로는 튀겨낸 돈가스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상추, 깻잎, 무순, 치커리, 치자 단무지 등 일곱 가지의 야채와 얇게 썰어낸 쫀득한 떡피로 떡을 싸먹게 해 맛의 재미도 더했다.

코바코 하동수 차장은 “용인 동백점의 경우 오븐 요리가 다이어트에 민감한 젊은 여성과 자녀들의 간식거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창업 비용은 20평 매장 기준으로 점포 비용을 제외하고 가맹비와 인테리어(별도제외) 등을 포함해 9천만원선이다.

냉동육이 아닌 국산 유명 브랜드의 냉장 돼지고기만을 사용하는 ‘생생돈가스’는 자체 개발한 ‘프라임 오일’을 통해 식어도 맛을 유지하는 돈가스를 선보였다. 홀 판매뿐 아니라 배달 수요까지 잡은 것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돈가스를 튀긴 기름이 특정 부위에 뭉치는 현상이 없이 고유의 바삭함을 간직해 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 3분기 매출이 평균 20% 이상 상승했다. 창업 비용은 13평 기준 5천만원선.

17평 규모의 전통 손만두 전문점(모아소반 이수점)을 개점한 변광식씨(51·남)도 ‘2막 인생’으로 분식 업종을 택한 경우이다. 현재 이곳은 매장 내 판매와 전체 매출의 30%를 상회하는 포장 판매가 맞물려 하루 평균 2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통 수제 손만두 전문점으로서 고기 손만두, 김치 손만두, 게살 손만두, 새우 손만두 등 다양한 수제 만두를 내놓고 있다. 손만두뿐만 아니라 메밀류 3종, 우동류 3종, 돈까스류 3종, 볶음밥류 3종 등 다채로운 세트 메뉴를 구성했다. 창업 비용은 점포비를 제외하고 10평 기준 5천5백만원선.

삼각김밥과 규동 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 또한 높은 회전율 덕에 작은 평수에서 창업이 가능한 업종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삼각김밥 1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에서 1분. 규동도 데워진 소스를 밥에 얹으면 조리가 완료된다. 본부에서 원재료를 포함한 모든 재료를 공급해 따로 장을 볼 필요가 없고 조리도 하루만 배우면 될 정도로 간단하다.

떡볶이 카페를 표방하는 ‘요런떡볶이’는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중점을 둬 창업자 및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회색 톤의 벽면에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차양, 간판, 주문대 등을 강조했다. 원목 스타일의 빈티지한 테이블과 의자 역시 편안한 착석감을 느끼도록 해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또한 녹차, 크로렐라, 단호박, 백련초, 흑미를 떡에 첨가해 세 가지 색상의 떡볶이를 선보이며 먹는 재미도 더했다.

이곳 또한 떡볶이 판으로 조리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팩으로 포장된 떡볶이를 2~3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데워 내놓고 있어 조리의 간소화로 조리에 대한 부담을 덜은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창업 비용은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4천만~5천만원대면 가능하다.

짬뽕 전문점 ‘상하이짬뽕’은 짬뽕과 자장면, 탕수육으로 메뉴를 한정해 전문성을 높였다. 손맛이나 구전에 의해 전해오던 레시피를 매뉴얼화해 특별한 조리 기술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해졌고 식자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배달이 아닌 홀 판매로 영업 방식을 바꾼 것도 특징이다. 이곳의 짬뽕 요리들은 20여 가지 엄선된 식재료만을 사용해 쫄깃한 면발과 개운하고 담백한 맛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체 개발한 ‘상하이 짬뽕’과 하얀 국물의 ‘하이얀 짬뽕’, ‘홍합 짬뽕’, ‘모듬 해물 짬뽕’, ‘짬뽕 국밥’ 등이 이곳의 대표 메뉴이다. 모든 메뉴는 3천5백원에서 5천원선에 내놓고 있다. 현재 서래마을점, 홍대점, 반포점, 광화문점, 효자점 등 주택가 주변 상가와 대학상권, 복합 상권 지역, 오피스 상권에 입점해 있으며 창업 비용은 15평 매장을 기준으로 점포 비용을 제외하고 가맹비와 인테리어(별도 제외) 등을 포함해 5천만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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