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넘치는 ‘열린 교육’ 요람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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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방송통신대

 

▲ ⓒ시사저널 윤성호

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 학생들은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재학생의 80%가 직장인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면서도 대학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등록금이 학기당 35만~40만원 수준으로 다른 대학들에 비해 훨씬 저렴한 것도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이다.

1972년 3월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으로 개교해 1982년 서울대에서 분리 독립했다. 방송대는 국내 최초의 원격 교육 대학이자 평생 교육 기관의 산실로서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가 열려 있어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50만명의 동문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등록 재학생이 18만명인 매머드 대학이다. 졸업한 후 다시 다른 전공을 택해 재입학하는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방송대는 평생 학습을 실천하고 모교의 명예를 드높인 동문을 선정해 ‘자랑스러운 방송대인’ 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12회째를 맞은 올해는 김정수 사조오양 대표이사와 이만재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의 역대 수상자로는 1회 발명왕 한상관씨, 2회 박소득 의성약초시험장장, 3회 문무학 영남일보 논설위원, 4회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5회 김종호 상주대 총장, 6회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병기 인천기능대 학장, 7회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김효준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8회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대표-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9회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 10회 유희태 전 기업은행 부행장-정하균 국회의원, 11회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이규선 팽생교육실천협의회장이 있다.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은 포항상지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국립 타이완 대학 법학원을 수료했다. 그는 2009년 방송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2011년 영문과에 편입학할 예정이다. 박수택 SBS 논설위원은 우신고-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SBS에 입사해 기자로 재직해 오는 동안 도쿄 특파원, 뉴스 앵커, 사회부장을 거쳤으며 환경 문제를 다루는 전문기자이다. 2003년 중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방송대 환경보건학과에 재학 중이다.


중앙 행정 부처 고위 공무원 중 5.5% 차지

적기에 정규 교육을 이수하고 비중 있는 자리에서 활동해왔으면서도 새로운 학문을 접하기 위한 방편으로 방송대를 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빅창규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은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방송대에 등록한 경우이다. 경기고-서울대 공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원자력연구소에 오래 몸담아 원자력연구원장을 역임한 후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옮겼다. 한국위험통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차광은 차의과학대 대외부총장은 이화여대 의학과를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이며 방송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산부인과 의사로 명성을 날린 차경섭 차병원 설립자의 차녀이며 차광열 차의과학대 총장이 동생이다.

연세대 국어학 석사와 성신여대 문학 박사인 최문자 협성대 총장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방송대에서는 초등교육학을 전공했다. 

원영철 울산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춘천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당시 방송대 불문과에 입학했고, 프랑스 의사협회 장학생으로 1년간 파리 제11대학 병원에서 수학했다. 불문학사 학위를 받은 후 다시 영문과에 재학 중이다.

중학교 교사인 노문영 동문처럼 행정학, 영문학, 일본학, 국문학, 관광학 등 5개의 방송대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자기 계발을 위해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동문도 있다.

18대 국회에는 김충환(한나라당·서울 강동 갑)·이군현(한나라당·통영 고성)·이병석(한나라당·포항 북)·이진복(한나라당·부산 동래)·임영호(자유선진당·대전 동)·정하균(미래희망연대·비례대표) 동문 의원이 진출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중문과를 졸업했으며, 김용태·김춘진·이성헌·정두언 의원이 방송대에 적을 두고 학업 중에 있다.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졸업생은 방송대의 큰 자랑이다. 학교 당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중앙 행정 부처 고위 공무원 1천3백95명 중 방송대 출신이 71명(5.5%)으로 5위이다(2009년 9월 현재). 서울대 4백21명, 고려대 1백22명, 연세대 1백5명, 성균관대 88명의 순이다. 국가 인재 DB의 출신 대학 현황을 보면 방송대 출신은 8천7백16명으로 4위를 차지한다. 5급 이상 공무원 출신 대학 1위, 100대 공공 기관 임원의 출신 대학 5위 등 여러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현 재학생의 7% 정도가 공무원일 만큼 방송대는 공무원 등용문으로서 뿐 아니라 재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직 고위 공무원으로는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필두로 김선대 대구시 자치행정국장, 배양자 전라남도 복지여성국장, 이귀자 부산시 여성가족정책관, 이장근 충청북도 문화여성환경국장, 임채환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장, 장부연 인천시 가정복지국장, 정재현 광주시 시민교통국장, 최숙희 경상남도 보건복지여성국장, 한상준 전주지방환경청장이 방송대 동문이다.


설동근 차관은 초등학교 교사-외항선 통신장-해운업체 경영자-3선 교육감을 거친 특이한 경력의 교육 전문가이다. 

경찰에는 강기중 대구지방경찰청장, 김상철 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 신두호 인천지방경찰청장, 이금형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있다. 이부장은 김인옥 전 제주지방경찰청장에 이어 2009년 두 번째로 여성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청주 출신으로 대성여상고를 졸업하고 20세에 공채로 순경 계급장을 받은 이후 경정이 되기까지 시험을 통해 남성 경찰관들과 실력을 겨루었다. 

동문 지자체장은 전국 각지에 골고루 퍼져 있다. 김병립 제주시장, 김학기 동해시장, 박보생 김천시장, 박완수 창원시장, 박우량 신안군수, 송영길 인천시장, 우건도 충주시장, 이석화 청양군수, 전창범 양구군수, 정종해 보성군수, 조병돈 이천시장, 전종근 고흥군수, 채용생 속초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허남석 곡성군수가 그들이다.

기업인 중에는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박명종 씨앤우방 건설부문 부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복균 보르네오가구 대표이사가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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