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나이 30년까지 줄일 수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1.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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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영 대한노화방지연합회 이사장 인터뷰 / “노화 속도 2분의 1로 줄이면 수명은 두 배 늘어나”

 

ⓒ차움 안티에이징 연구센터

배철영 대한노화방지연합회 이사장은 실제 나이(55세)보다 7년 젊게 산다. 머리가 검고 아랫배도 나오지 않았다. 생체 나이로는 48세인 셈이다. 각 개인의 생체 나이를 확인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그 기준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 배이사장이다. 이른바 노화 기준으로 자신의 몸 상태가 나이보다 젊은지 늙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는 198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예방의학 석사를, 1991년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 무렵부터 노인의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했다. 현재 그는 노화 관련 7개 학회 주축 회원이 모인 대한노화방지연합회 이사장 외에도 차병원 의과대학 교수, 차움 노화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노화 기준을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노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 노화 방지 의학의 발전이 더딘 측면이 있다. 고혈압을 확인하려 해도 혈압을 재는 혈압계가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노화를 진단할 방법을 연구했다. 21세기에 비로소 생체 나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생체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임상 결과를 기초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한국에도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국인 20만명의 임상 자료를 분석해 나이와 성별에 따른 노화 기준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현재 50세인 사람의 생체 나이가 60세로 측정되었다면, 그 사람은 나이가 비록 50세이지만 몸 상태는 60세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화가 동년배보다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체 나이를 낮추면 기대 수명이 길어진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생체 나이를 높이는 요인을 피하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노화 속도를 2분의 1로 줄이면 기대 수명은 두 배 늘어난다. 해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료로는, 현재 50세인 한국 여성은 평균적으로 84세까지 살 수 있다. 그런데 노화 속도를 2분의 1로 유지한다면 (84세-50세)X2배=68세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즉, 50+68=1백18세까지 살 수 있다.

생체 나이는 최대 얼마까지 낮출 수 있는가?

최대 30년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사업상 실패와 같은 큰 사건을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겪으면 심신에 큰 타격을 입는다. 최대 30년까지 늙은 사례가 있다. 다만 실제 나이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생체 나이는 달라진다. 젊은 사람은 동년배와 비교해도 생체 나이의 차이가 작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 사이에서는 그 차이가 크다. 실제로 현재 55세인 초등학교 동창생들 사이에서도 생체 나이가 무려 15세 벌어진 경우가 있다.

생체 나이가 건강 또는 노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수단이 될 것 같다.

물론이다. 생체 나이 측정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노화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잔여 수명을 계산할 수 있다. 막상 수명이 15년이라면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것은 새로운 건강 관리와 노화 관리를 계획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또 각종 치료법의 효과 판정, 유헬스케어, 직장 건강 관리 수단 등으로도 생체 나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일반인이 어디에서 생체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가?

약 1백50곳의 대학병원, 종합병원, 종합검진센터에서 해마다 약 30만명이 생체 나이를 측정한다.

생체 나이를 낮추는 방법은 무엇인가?

▲ 배철영 이사장이 차움 안티에이징 연구센터에서 생체 나이 측정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움 안티에이징 연구센터
무엇보다 병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요소 중 30%는 나쁜 생활 습관에서 온다. 따라서 나쁜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므로 주간·월간·연간 건강계획표를 세우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노화 방지법은 무엇인가?

시간이 날 때마다 걷거나 스트레칭을 한다. 14층 아파트 계단은 걸어서 오르내리고, 못 걸었다 싶은 날은 지하철 한두 정거장 앞에서 먼저 내린다. 아침에 다리를 쭉 펴고 두 발을 안팎으로 흔들면서 양 엄지발가락을 부딪치고, 발목을 두어 번 돌린 후에야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양치할 때는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또 골프와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많이 한다. 항산화제(비타민 A, B, C, E, 코큐텐 등)와 무기질(셀레니움, 크롬 등)도 먹는다. 세포 유독물질을 제거하는 비타민A, C, E나 셀레늄 등 항산화제를 먹으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들어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수명은 유한하다. 단순한 장수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건강한 수명을 추구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로 늘어났지만, 생체 수명은 70세도 되지 않아 다른 나라에 비해 노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무병장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잔병치레를 하면서도 오래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삶의 질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정도의 잔병은 노화에 따라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거나 대인 관계에 지장을 받는다면 문제이다. 삶의 질을 저하시키므로 참다운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잔병이 문제가 아니라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의 정도가 관건이다. 따라서 젊을 때부터 최상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갱년기 이후 건강 상태의 50%는 그 이전에 건강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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