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중추신경 망가뜨리는 ‘약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2.07 19: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에 대한 잘못된 상식 깨기 / 소주든, 맥주든 3잔 이내가 적당…잠 잔다고 빨리 술 깨지는 않아

 

ⓒ시사저널자료

50대 후반의 김기준씨(가명)는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 체구가 작아서 소주 반 병만 마셔도 견디지 못하고 잠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는 최근 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음주량은 적었지만 술을 마시는 횟수가 잦았던 탓이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던 그는 손을 심하게 떠는 금단 증상까지 경험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주 마시는 습관도 알코올 의존도를 높인다. 비단 알코올 중독만이 아니라 술 때문에 걸리는 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금주가 최선이다. 그러나 ‘회식=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한국 직장 생활에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도리가 없다. 피치 못할 술자리라면 몸에 무리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성인 남성은 1일 알코올 30mg(소주 3잔, 맥주 3잔, 양주 2잔, 정종 1홉, 막걸리 2홉) 이하가 적당하다. 여성은 절반 정도가 적정량이다. 그 이상의 음주량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음주 전에는 두부, 순두부, 청국장, 닭가슴살 등의 식사를 하면 좋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술과 함께 소화되어 술이 빨리 깨고, 알코올 배설도 빨라진다. 기름진 음식은 숙취를 오래 유지하므로 피해야 한다. 또 술은 몸에서 알코올과 물로 분해되어 소변, 땀 등으로 배출된다. 술을 마시면 갈증이 심해지는 것은 탈수 증상 때문이다. 술을 마실 때, 물도 많이 마시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탈수를 막을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술을 섞는, 이른바 폭탄주는 간에 많은 부담을 주어 숙취를 오래 지속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체내 알코올의 10% 정도는 호흡기로 배출되므로 대화, 노래, 심호흡을 하면 심한 숙취를 예방할 수 있다. 술자리는 1주일에 최대 2회까지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 날에는 운동을 즐기고 채소와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면 간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기분이 나쁠 때와 좋을 때도 술을 마시는데,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심신이 더 심하게 손상된다.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술을 마셔야 숙취도 덜하다.

그런데 잘못 알고 있는 술에 대한 상식도 많다. 대표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알코올은 음식이나 음료일 뿐이다?

술은 식품이라기보다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에 가깝다. 과하면 혼수상태에 이르며 자주 마시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독성이 생긴다.

술을 마시면 생각이 더 명료해진다?

술은 중추신경계 활동을 둔화시키는 억제제(진정제)의 기능을 한다. 즉, 대뇌의 활동이 약해지기 때문에 사고나 판단 능력에 장애가 생긴다.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고 자신이 생기는 것은 절제 능력이 억제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술이 몸에 주는 영향은 모든 이에게 똑같다?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며, 같은 사람이라도 마시는 시간·장소·환경·분위기 등에 따라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커피를 마시거나, 토하거나, 찬물에 샤워하면 술이 빨리 깬다?

술을 깨게 하는 것은 시간뿐이다. 일부러 토하기도 하는데, 위험천만한 일이다. 식도와 위 사이 점막이 손상되어 다량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커피나 샤워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사우나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오히려 탈수를 일으킨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알코올 해독은 더 어려워진다.

약과 함께 술을 마셔도 괜찮다?

매우 위험하다. 항생제는 술 때문에 약효가 없어질 수 있으며, 졸음이 오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수면제나 향정신성 약을 술과 함께 먹으면 해독이 늦어져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알코올 중독자는 사회의 낙오자들이다?

알코올 중독자 중에는 가정을 가지고 사회에서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회 유명 인사도 많이 있다. 그만큼 알코올 중독자는 감추어져 있어 대처하기가 어렵다.

술 마신 직후 얼굴이 빨개지면 건강하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이 쉽게 상한다.

술을 마실 때는 담배 맛이 좋다?

니코틴은 알코올에 잘 용해되기 때문에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면 더 빨리 취한다. 또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등에 걸릴 위험성도 커진다. 담배에 있는 니코틴 이외의 유해 발암물질이 알코올에 용해되어 신체의 저항력을 매우 약하게 만든다.

잠을 자면 술이 빨리 깬다?

술을 마신 뒤에 한숨 자면 알코올의 흡수·분해가 오히려 늦어진다. 음주 뒤 4시간 동안 잠을 잔 사람의 알코올 농도가 자지 않은 사람의 약 두 배나 된다.

술은 술로 풀어야 한다?

음주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시면 그런 느낌이 들지만, 해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만 키우게 된다. 

(도움말: 백승운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조애경 위클리닉 원장)


 의사들이 추천하는 해장 음식들…그중 최고는 ‘콩나물국’

│국물류│

콩나물국│콩나물은 최고의 숙취 해소 음식이다. 콩나물에는 비타민 B와 C가 풍부하고 단백질, 칼슘, 칼륨 등의 미네랄도 풍부하다. 특히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알코올 분해를 돕는 역할을 하므로 숙취 예방 및 제거에 효과가 있다. 아스파라긴산은 특히 콩나물 꼬리 부분에 많다. 지나치게 가열하거나 머리와 꼬리를 잘라버리면 영양소가 파괴된다. 콩나물에 타우린이 풍부한 조개나 핵산과 비타민 미네랄이 많은 굴을 넣어 함께 국물을 내면 더욱 좋다.

조갯국│음주 후 탈이 난 속을 달래주는 데는 조갯국도 좋다. 조갯국의 시원한 맛은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 핵산, 호박산 등이 어울린 결과이다. 조갯국에 들어 있는 타우린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주며 흡수율이 97% 이상 되는 질 좋은 단백질이다. 간 기능이 약해지면 간에 지방이 쌓여 지방간이 되는데, 조갯국에 이를 방지해주는 성분(베타인)이 있다.

북어국·복어국│북어에는 간을 보호해주는 메티오닌이 있어 피로해진 간의 재생을 도와준다. 복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B1, B2 등이 풍부해 과음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또, 복어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를 활성화하는 성분도 있다.

국물에 함께 넣으면 좋은 채소

시스테인이 함유된 무는 해독 작용을 도와준다. 미나리는 혈액에 녹아 있는 알코올 산화의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노폐물을 씻어내 피를 맑게 한다.

│음료류│

녹차│녹차에는 단백질, 아미노산, 카페인, 카데킨, 비타민,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카데킨 성분은 몸의 독성 산화 물질을 제거해주는 항산화 효과가 비타민C보다 100배 정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꿀·꿀물│꿀에는 노화를 방지하고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항산화 성분이 많다. 또 숙취로 인한 두통 해소에 효과가 있다. 과도하게 마시면 당질지수가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감나무 잎차│말린 감나무 잎차에는 타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위를 보호해주고 숙취를 줄여준다.

이온음료│술을 마신 뒤 생기는 갈증에는 전해질과 미네랄을 보충해주는 이온음료가 도움이 된다. 일부 이온음료는 열량이 높아 비만을 부를 수 있으므로 잘 선택해야 한다.

│간식류│

밤│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이 풍부하고 비타민 B와 C도 많아 음주로 인해 부족해진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한다.

과일│술은 체내의 포도당을 만드는 능력을 떨어뜨리는데, 부족한 포도당을 보충해주는 것이 과일이다. 항산화제가 풍부해 해독에도 도움이 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