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고산 준령’ 넓게 뻗치다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2.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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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강원도 원주·홍천·횡성·태백·영월·평창·정선

▲ 강원 원주시 전경 ⓒ원주시 제공

2010년 6월2일 치러진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와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맞붙었다. 두 후보는 17년 차이의 원주중·고 선후배 사이이다.

이계진 후보는 원주를 지역구로 둔 아나운서 출신의 2선 의원이고 이광재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태백·영월·평창·정선을 지역구로 하는 2선 의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임기의 절반가량이 남은 현역 의원 자리를 버리고 출사표를 던진 터였다. 결과는 17년 아래인 이광재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나라당의 텃밭’, 혹은 “말뚝만 박아도 한나라당이 이긴다”라는 말을 들었던 강원도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여론조사 결과는 이계진 후보의 우세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역전된 것에 대해 사람들은 몇 가지 배경을 제시한다. 첫째 이광재 후보가 지역을 위해 워낙 열심히 뛰었다는 것. 이 전 의원의 17대 국회 임기인 2004년 5월~2008년 4월은 노 전 대통령의 임기인 2003년 2월25일~2008년 2월24일과 거의 전 기간이 겹친다. 이 기간 동안 그가 보인 봉사적인 자세로 선거구민들로부터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의원’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이런 인식이 도내에 점점 확산되어나갔다. 둘째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군인이 많은 탓에 대체로 보수 성향을 띠는 강원도민이기에 한나라당에 지지 표를 던졌던 것인데 정작 얻은 것은 없지 않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지지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별로 없었으니 ‘짝사랑’을 한 것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여당 후보가 이광재 후보와 달리 스킨십이 부족해 유권자들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우세하게 나타나는 여론조사를 믿고 방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4·27 도지사 선거에 관심 집중

‘이광재 바람’은 강원도 도처에서 불었다. ‘포스트 이광재’를 뽑는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서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외친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와 ‘이광재 지킴이’를 자청한 민주당 최종원 후보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선거 초·중반 최후보가 염후보를 앞서나갔지만 종반으로 가면서 안갯속을 헤맸다. 그러나 결국 최후보가 격차를 유지하며 승리했다. 

태백 출신으로 태백공고 광산과,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대)와 경운대 매체정보학과를 졸업한 최의원은 연기자그룹 회장, 배우협회 창립 부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 한국연극배우협회 제5대 회장, 한국연극협회 제20대 이사장 등 연극인의 삶을 살아왔으며 대표적인 친노(親盧) 연예인으로 꼽힌다.

이계진 전 의원이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 보궐선거가 치러진 2010년 7월28일, 원주 선거구에서는 선거 초반부터 민주당 박우순 후보가 우세했다. 한때 한나라당 이인섭 후보, 무소속 함종한 후보가 각축을 벌였으나 박후보가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하면서 두 달 전 지방선거에 나타났던 이광재 당시 강원도지사의 바람이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원주고 1년 중퇴의 박우순 의원은 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영월, 원주, 춘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춘천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지냈다. 자민련 지구당 위원장과 명예총재 법률특보로 일하다 16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고, 7·28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어서야 18대 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다.

홍천·횡성 선거구에는 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 한나라당의 황영철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홍천에서 출생해서 홍천초·중·고를 나온 토박이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25세에 홍천군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차곡차곡 경력을 쌓은 ‘풀뿌리 정치인’이다. 4·5대 강원도의회 의원,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당 대표 특별보좌, 도지사 정무특보, 17대 대통령 선거 강원도 선대본부장 겸 대변인을 지냈다. 16대와 17대 총선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18대에 이르러서야 지역구 현역인 통합민주당 조일현 의원과의 세 번째 대결 끝에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밖에 원주 출신 정치인으로 서울 도봉구 을에서 뿌리를 내린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중진이자 노무현 정권의 초대 정무수석이었던 유인태 의원과 맞붙어 이겼다. 그는 1988년부터 도봉구에서 살고 있다. 고려대 정외과를 나와 박사 과정 중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영입되면서 정치에 발을 디딘 그는, YS 정부 5년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고 이회창 대통령 후보 보좌역도 맡았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되어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광재 지사는 지난 1월27일 대법원 판결로 지사직을 상실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지사의 낙마를 대체로 아깝게 생각하는 듯하다. 오는 4·27 재·보선에서 강원도지사 후보로 누구를 내세울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고심 중이다. 이번 선거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고려할 때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전통적으로 강릉과 춘천, 영동-영서 대결 구도에 원주 민심의 향배가 승패를 갈라왔다.

한나라당은 이계진 전 의원의 불출마 결심으로 춘천고 출신의 엄기영 전 MBC 사장과 한승수 전 총리 카드를 놓고 고심 중이다. 등에 업을 당적 문제를 떠나 유력한 후보자의 하나인 엄기영 전 사장은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민주당은 강릉 출신의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영입에 힘을 쏟았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 선출직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본인의 뜻이라고 한다.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이 큰 관심사인 강원도민들은 어떤 후보가 좀 더 강력하게 중앙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투표할 것으로 보이며,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도 어떤 형태로든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홍천 출신의 김동호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행사를 마지막으로 15년간 맡아온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퇴임했다. 15년간 그는 국적을 불문하고 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그는 부산과 세계 영화제를 돌며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만들어냈다. 경기고-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공보부 주사보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문화부 차관과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등을 지냈다. 부산영화제가 무모한 시도라는 회의적 시각을 받으며 출발했는데 첫해 관객 20만명을 불러모으며 그런 의구심을 해소했다.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에도 큰 역할을 했다.

군·언론·경제·체육계 인물 수두룩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6개월간 공직을 떠나 있었던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사장이 되었다. 현 정부에서 불러주지 않아 힘든 시절을 보내다 새 자리를 맡은 그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돌아온 임영록’이라고 불렀다.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행시 20회에 합격해 금융 정책과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억기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은 평창 산골의 몹시 가난한 집에서 자라나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외양간에 공장을 차려 사업을 시작했고, 첨단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의 사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광부 집안의 9남매 중 다섯째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2년이 지나서야 원주의 육민관고로 진학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학력 콤플렉스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횡성),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영월), 도경환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정선)이 고위 공무원으로 있으며, 성공한 기업인으로는 김용식 쌍용양회 대표이사 사장(원주), 김용휘 현대 유니콘스 대표이사 사장(원주), 이강선 동원CNS IT부문 대표이사(원주),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공동대표이사 사장(원주), 원종성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 회장(횡성),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이사 사장(평창), 김태영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사장(평창), 최상철 대림레미콘 대표이사 사장(정선), 최종태 포스코 전략기획총괄 사장이 꼽힌다. 종교인 중에는 김지석 천주교 원주교구장(원주), 지광 능인선원 원장(원주), 이원행 오대산 월정사 부주지(평창)의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지만 과거 원주가 1군사령부를 중심으로 ‘군인 도시’로 불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상무정신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 사이에 사관학교 지원이 활발해 고위 장성을 많이 배출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원주 대성고-육사),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경기고-육사), 이억수 전 공군 참모총장(원주고-공사), 황의돈 전 육군참모총장(원주 대성고-육사), 조원건 전 공군작전사령관(공사)이 그들이다.

언론인으로는 김병수 세계일보 편집인, 윤태일 충주신문 사장, 허남진 중앙일보 정치 분야 대기자, 김경중 MBC 정치부장, 안형순 강원도민일보 대표이사 회장이 있다. 법조인 중에는 여상원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강태훈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안병익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남상봉 인천지검 부장검사, 유상범 대구지검 부장검사, 이종환 대구지검 강력부장 등이 있다.

문화예술·연예·체육계 인물로는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손열음씨, 역도 선수 장미란씨, 한창조 국제조형예술원 원장, 사재혁 강원도청 역도 선수, 영화배우 유오성씨, 탤런트 연규진씨, 탤런트 심양홍씨, 영화배우 원빈씨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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