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돈에 휘둘리나
  • 이석·안성모 기자 ()
  • 승인 2011.02.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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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의 위상이 끝없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돈과 권력’이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불거진 ‘금품 수수’ 논란은 그 한 단면일 뿐이다. 한기총의 ‘돈 선거’ 잡음은 대형 교회들에서 터져나온 폭행 또는 성추행 사건 등과 맞물려 개신교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이 복을 받은 사람이다”라는 잘못된 기복 신앙이 교회를 멍들게 한다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한국 개신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았다.

한국 개신교계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내용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직전 회장이 주체여서 무게가 실린다. 개신교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기총의 ‘돈 선거’ 주장은 최근 대형 교회들이 잇달아 폭행이나 성추행 사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과 연동되면서 한국 개신교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에서조차 한기총을 ‘한국기득권총연합회’로, 개신교를 ‘개독교’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발단은 이광선 전 한기총 대표회장(신일교회 당회장)의 양심선언이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9일 “사회에서는 오래전에 사라진 금권 선거가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나도 한때 진흙탕에 들어간 적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최근 대표회장으로 선임된 길자연 목사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파장은 ‘메가톤급’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돈을 받았다는 한기총 간부들의 양심선언이 줄을 이었다. 강주성 목사는 다음 날 “길자연 목사측으로부터 40명이 100만원씩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라고 증언했다. 신광수 목사와 김화경 목사도 “옳지 못한 돈을 받았다”라고 고백했다.

길자연 목사측은 현재 “돈을 준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길목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목사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만난 적이 없는데 무슨 돈을 주느냐”라고 해명했다. 길목사를 대신해 돈 봉투를 건넨 인사로 지목된 홍재철 목사 역시 “돈을 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 2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회’에서 신자들이 ‘금권 선거’ 관련 기사를 읽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하지만 금품 선거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기총 간부를 중심으로 ‘한기총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결성되었다. 법적 조치에도 나섰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최귀수 한기총 총무협 부회장은 지난 2월18일 “불법 선거 사실이 드러난 만큼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법원에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이다”라고 밝혔다. 법적 공방이 가열되면서 한기총의 내홍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의 권력 다툼’으로 본다. 하지만 ‘권력 다툼’으로만 보기에는 의문이 있다.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인사들이 모두 길자연 목사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이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교계 인사는 “한기총의 구조적인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기총 내에는 군소 교단이 많다. 선거철이 되면 이곳 총무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출처 불명의 자금이 선거판으로 유입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계 인사는 “교회가 대형화 및 세속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개신교 전체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많이 투명해졌다. 선거 제도 역시 꾸준히 바뀌었다. 하지만 교회는 달랐다.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하나님 대신 ‘맘몬’(돈)이 한국 교회의 우상이 되었다. ‘돈 잘 버는 사람이 복 많이 받은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교회 내에 팽배해 있다. 이렇게 곪은 문제들이 이번 한기총 사태를 통해 일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 또한 여전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 투명하지 않은 회계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교회 예산의 집행 내역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교인들은 헌금을 내고도 어디에 썼는지 알 수가 없다. 담임목사 등 일부 인사들에 의해 교회 예산이 유용되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구교형 성서한국 사무총장은 “어떤 계기를 통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파악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조성되어 떠돌아다니는 자금이 꽤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돈을 ‘개신교의 지하 자금’이라고 표현했다. 일반 지하 자금은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실시된 금융실명제를 통해 상당수 양지로 나왔다. 하지만 개신교의 지하 자금은 여전히 음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사무총장은 “일부 교회는 담임목사가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특수한 헌금까지 있다. 당회에서도 이 자금은 눈감아주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직자들이 돈이나 권력의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분당중앙교회가 한 사례이다. 이 교회는 최근 담임목사의 교회 자금 유용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헌금을 비롯한 교회 돈 수십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체 감사에서 드러난 담임목사 관련 지출은 상상을 초월한다. 6억원의 연봉을 포함해 사례비나 목회비, 대외협력비 명목으로 10억원 정도가 지급되었다. 담임목사는 세 딸의 미국 유학비와 부인 차량 관리비 등으로도 2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심지어 100억원에 달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서도 당회 승인을 받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담임목사가 신도들의 헌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해 온 셈이다.

문제가 확산되자 담임목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1년간의 안식을 갖겠다고 선언했다. 신도들은 교회발전위(발전위)를 결성하는 등 자체적으로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최근 발전위의 감사를 거부하면서 담임목사와 신도들 간의 대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는 팩트가 아니다. 현재 재정 감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 결과를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교계의 한 인사는 “교회 재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교회가 상당수이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분당중앙교회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신뢰, 신도 수 감소와도 무관치 않아

목동제자교회의 경우에도 담임목사가 검찰에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 교회는 최근 2년간 결산을 하지 않았다. 담임목사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7개월 동안 32억원의 교회 자금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담임목사는 이 교회에 다니는 한 집사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방법으로 교회 돈을 빼돌렸다. 이 자금 중 일부는 또 다른 집사가 운영하는 ㄷ사의 운영비로 사용되었다. ㄷ사의 채권자나 담임목사의 아내에게도 돈이 건네졌다. 검찰은 집사 서 아무개씨 등 공모자 두 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문제 역시 제자교회의 한 장로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담임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이 장로는 “검찰 고발 이후 헌금을 포함한 교회 재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와 집사 서씨는 현재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진행된 공판에서 “대부분의 돈은 선교 헌금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담임목사는 “집사의 계좌를 통해 돈이 흘러간 것은 맞지만, 선교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한국 개신교의 타락상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여신도를 상대로 한 성범죄와 폭행, 교회 돈 횡령, 세습 등 종류 또한 다양하다. 집사나 장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감사 헌금’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에 거액을 내야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명목은 헌금이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보면 ‘교회판 매관매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통상 집사직은 3천만원, 장로직은 5천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로는 “자격이 되는데도 돈을 낼 능력이 없어서 몇 년째 장로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교회의 목사는 벤츠를 선물받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부 교회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집사나 장로를 새로 뽑기도 한다. 교회 재정이 어려운 일부 교회는 후임 목사를 뽑을 때 돈을 들고 오게 한다. 일종의 권리금인 셈이다. 100명 정도 성도가 있는 교회는 보통 1억원 정도의 권리금이 필요하다. 나갈 때 권리금을 다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계 인사는 “형식적으로는 신문 광고를 통해 공개 모집을 한다. 하지만 공모에 응한 목사는 사실상 들러리이다. 이런 식의 검은 거래를 통해 목사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교회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의 신도 수가 해마다 감소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모든 교회가 투명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일부 교회는 재정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교인들은 교회에서 보내는 주보를 통해 헌금의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감사 기능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교회 재정 문제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모범 정관 갖기 운동이 교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자정 노력이 담보가 되어야 교회의 신뢰도 또한 회복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성인 6명 중 1명만 “한국 교회 신뢰한다”

지난 1970~80년대만 해도 한국 교회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통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사가 옥고를 치렀다. 신앙심이 있든 없든 교회나 성직자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신도 수는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990년대 들면서 일반 사회는 많이 변했다. 민주화 열풍으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개선되었지만 교회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오히려 성장 지상주의와 물신주의를 추구하면서 하나 둘씩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종교라는 특성상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교회 내에서 자정 노력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손봉호 교수는 “목사는 왕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파행적인 교회 운영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위)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성인 여섯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만 한국 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톨릭이나 불교의 신뢰도가 해마다 상승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조사를 분석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교회 지도자나 성도들이 윤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뢰하지도, 불신하지도 않는 수준인 3점 아래가 3년 동안 높게 유지되었다.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결국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의 성장 일변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상임대표는 “낮은 사회적 신뢰도는 한국 교회 성장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교인 수 증가보다 윤리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본지는 2011년 2월23일자(제1114호) “교회, 돈에 휘둘리나”라는 제하 기사에서 ‘분당중앙교회가 교회 자금 유용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교회 재정감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최목사의 연봉은 1억5천만원이며, 교회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회 재정은 예결산위원회,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를 거쳐 확정된 예산을 34개 위원회의 책임 하에 집행하며, 적립식 펀드 역시 당회 승인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운영 사실을 재정위원회에 밝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울러 최목사측은 “지난해 10월 교인들과 미국 여행을 가는 과정에서 여집사와 과도한 스킨십을 한 적이 없다”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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