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영훈’의 마지막 소원, 무대에 올린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3.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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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 연가> 첫 공연 앞둔 방송인 김승현씨

 

ⓒ광화문 연가 제공

노래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그녀의 웃음소리뿐>이 선사한 서정성은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범벅된 1980년대의 또 다른 초상이었다. 이 노래들을 만든 작곡가 이영훈씨가 세상을 뜬 것은 지난 2008년 2월14일. 어느새 3년이 지났고 그때 친구 이영훈의 병상에서 이영훈의 마지막 작업이 된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함께 준비했던 방송인 김승현씨는 <광화문 연가>의 첫 공연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면서 목이 메었다.

“영훈이가 세상을 뜨기 1년 전부터 <광화문 연가>를 준비했다. 그때 영훈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 개막 날 양복 쫙 빼 입고 공연장 로비에서 함께 손님 맞자’라고 했다. 영훈이는 천사 얘기를 참 많이 했다.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천사가 많아서 이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영훈이가 천사가 되어 공연장 로비에 내려와서 인사할 것 같다.”

27년 전 명동에서 무명 작곡가와 무명 진행자로 처음 만난 이들은 서로의 결혼식 축가 연주를 맡아주고 사회를 봐주면서 연을 이어나갔다. 무명 작곡가는 명동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잔 하면서 나중에 유명해지면 둘이 꼭 한번 작업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술을 마신 뒤 이영훈씨는 혜화동 작업실에 김승현씨를 데려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는 했다. 이 곡이 나중에 이문세라는 임자를 만나 공전의 히트를 했다.

“2007년에 영훈이가 ‘승현아, 내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라고 하더라. 그때 이미 영훈이는 아픈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금세 악화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영훈씨가 세상을 뜬 후 1년여 간 표류하던 뮤지컬 프로젝트는 임영근 프로듀서가 가세하고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박동우 무대미술 등 최고의 뮤지컬계 인력이 뭉치면서 구체화되었다. 여기에 이영훈씨가 아끼던 가수 윤도현, 배우 송창의·김무열이 배우로 캐스팅되면서 <광화문 연가>는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한 작곡가의 기존 발표곡만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국내 뮤지컬의 영토를 한 뼘 더 넓힐 <광화문 연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3월20일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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