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계절’ 앞당겨졌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3.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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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토르:천둥의 신>을 시작으로 <캐리비안의 해적4> <슈퍼 8> 등 잇따라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들여서 화려한 그래픽과 속도감 있는 액션 모험으로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시키는 블록버스터물. 이들은 대개 6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해 한여름을 관통하며 극장가 최대 성수기를 견인해낸다. 이 블록버스터 시즌이 최근에는 5월까지 앞당겨지더니 올해는 4월부터 시작된다.

1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토르:천둥의 신>이 4월 말에 개봉하고 디즈니의 야심작 <캐리비안의 해적4:낯선 조류>가 5월에, 6월부터는 블록버스터의 원조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 ⓒSPBV Korea 제공

‘마블 사’ 대 ‘스필버그 연합군’의 대결 볼만

올 시즌 선보일 블록버스터는 크게 스티븐 스필버그 연합군과 미국 양대 만화 출판사 가운데 하나이자 영화제작사까지 겸하고 있는 마블 사의 작품 그리고 디즈니(<캐리비안의 해적>)나 워너브러더스(<해리 포터>) 같은 거대 스튜디오의 시리즈 작품이다. 편수를 보면 사실상 올여름은 마블 대 스필버그 연합군이 맞대결 하는 형국이다.

▲ ⓒCJE&M 제공

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생산성’은 놀라울 정도이다. <슈퍼 8>(6월 초 개봉), <트랜스포머:다크 오브 더 문>(6월 말 개봉), <카우보이와 에일리언>(7월 말 개봉), <리얼스틸>(10월 초 개봉)은 그가 총 제작 지휘를 맡은 작품이고, 직접 감독한 영화도 두 편이나 대기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물인 <땡땡의 모험>과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소년과 말의 우정을 그린 휴머니티 드라마 <워 호스>가 연말에 거의 동시 개봉된다. 여기에 ‘제목 미정의 외계인 침공 프로젝트’로 알려졌던 8부작 시리즈물 <폴링 스카이>가 상반기에 미국 전역에 방송된다. 지난 2005년 <우주 전쟁> 이후 굳게 닫혀 있던 스필버그의 ‘우주 놀이 공원’이 다시 전면 개방되는 것이다.

스필버그표 SF영화는 대개는 그의 초기작 <미지와의 조우>의 세계관을 반복해 변용하는 한편, 종말론이나 극단적인 신체 훼손 같은 가족영화의 금기 사항을 어기는 법이 없다. 때문에 <슈퍼 8>이나 <트랜스포머3> <카우보이와 에일리언>이 멀티플렉스에서 즐기는 가족용 놀이공원 체험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스필버그 사단의 독식을 저지할 선봉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이다.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멘, 헐크, 아이먼맨은 모두 마블사의 만화 주인공이고 마블은 영화사를 직접 차렸다. 마블의 영화 사업은 이 캐릭터의 창조자인 스탠 리가 총괄하고 있다. 올해 나이 90세인 스탠 리는 4월 말부터 매달 한 편씩 개봉하는 <토르:천둥의 신> <엑스멘:퍼스트 클래스> <캡틴 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저>의 총감독을 맡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올여름에 나올 마블 사의 작품 가운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엑스멘3>로 쫄딱 망한 엑스멘 시리즈가 프리퀄인 <엑스멘:퍼스트 클래스>로 부활할지 여부이다. 마블은 <엑스멘1, 2>로 비평이나 흥행에서 모두 대박을 쳤지만,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엑스멘3>가 제작비만 간신히 회수하는 수준에 그친 데다 비평적으로도 참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원인이라면 시리즈1, 2의 감독이던 브라이언 싱어가 DC코믹스의 <슈퍼맨 리턴스>에 합류해 <엑스멘> 시리즈에서 발을 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엑스멘:퍼스트 클래스>에는 그가 다시 스토리 작가와 프로듀서로 합류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블이 지난 2009년 디즈니에 40억 달러에 팔린 디즈니 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디즈니는 내년에 아이언맨과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가 총출동하는 <어벤저> 배급부터 마블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예정이어서 올여름 <토르>와 <퍼스트 어벤저>를 제작·배급하는 파라마운트의 성공을 확실히 빌어주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때는 1987년, 제대하는 현준을 마중 나온 다홍. 군대에서 펜팔로 사귄 연인의 눈에는 하트가 가득하다. 그로부터 2년 후, 광주나이트클럽 사장의 아들인 현준과 부산예식장 사장의 딸인 다홍은 서울에서 ‘몰래’ 데이트를 한다. 왜냐고?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서, 이들의 결혼이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인기 가수 박남정이라도 광주에서 ‘부산 갈매기’를 씨불였다가는 뭇매를 맞을 만큼 지역 감정이 극심했으니까.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쳐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가 양 김의 분열로 ‘죽 쑤어 개 준 꼴’이 되었고,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흔은 청문회를 통해 터져나왔지만 권좌에는 여전히 ‘개’가 앉아 있는 상황에서, 오직 프로야구만이 대중의 울분을 실어나르던 시대였다.    

다홍이 선 봐서 결혼해야 할 지경에 이르자, 현준은 다홍의 집에 인사를 하러 간다. 물론 서울 사람으로 위장하고서. 현준은 출신지 이외에 또 다른 비밀이 있다. 순정만화로 뭇 팬들을 울린 ‘현지님’이신 것. 영화는 단순히 지역 감정을 희화화한 코미디에 머무르지 않고, 젠더를 뛰어넘는 취향의 정체성을 말한다.

<위험한 상견례>는 숨겨진 정체성에 관한 영화이자, 동일성의 틈에 관한 영화이다. 지역 감정 측면에서 보면 경상도와 전라도 두 진영 내부는 완전히 동일해 보이지만, 그들 내부에는 틈이 있다. 김수미의 폭발력 있는 변신은 그 틈을 정확히 보여준다. 다홍 오빠 역시 젠더의 틈을 대변한다. 영화는 예상보다 훌륭하다. 막장 드라마 콘셉트에서 출발해 대립을 넘어서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영화는 매 장면 쉬지 않고 웃기는 데다, 풍부하게 활용된 19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최대 공로는 배우에게 있다. 송새벽·이시영의 매력은 이들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도록 몰입시키고, 김수미의 맛깔 연기는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유쾌하고 따뜻한 코미디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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