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업체와 기술 이전 계약 끝냈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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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 인터뷰 / “줄기세포 치료 사례 가지고 논문과 특허까지 낸 유일한 업체”

 

ⓒ시사저널 이종현

성체 줄기세포 업체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3월21일 미국 업체와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 3백45억원 당기순손실 3백40억원을 기록한 업체가 발표한 공시치고는 내용이나 규모가 엄청났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알앤엘바이오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셋째 날 상황은 급변했다. 2010년 회계 연도 결산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진 것이다. 회사가 수익 인식 기준에서 회계법인과 의견 차이가 심해 ‘한정’이나 ‘거절’이라는 감사 의견을 받아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은 기술 이전 계약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알앤엘바이오 주주나 투자자는 사흘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지난 3월29일 라정찬 회장을 만나 시장에서 나도는 온갖 의혹에 대해 물었다.

미국 업체와 맺은 3억3천만 달러 기술 이전 계약에 대해 설명해달라.

미국 바이오라이프스템셀 사로부터 선급 기술 이전료 3천만 달러와 매출액 20% 총 3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 기술 이전료 3천만 달러는 8월 안으로 받기로 되어 있다. 3천만 달러가 입금되면 바로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 이 계약은 대표이사인 내가 미국 텍사스로 날아가 계약을 체결했다. 왜 기술 이전 계약 사실에 대해 불신이 생기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 계약에서 알앤엘바이오가 이행해야 할 의무는 무엇인가?

미국 텍사스 주 슈거랜드에 자가 성체 줄기세포 분리·배양·품질 관리·처리 시설을 건립하고 임직원을 교육·훈련해야 한다. 시설은 월 2백50명 환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설립 비용으로 4백만 달러가량이 발생한다. 설립 비용은 공사가 끝난 후 계약 상대방이 지불한다. 계약 상대방이 당사로 하여금 언제든지 4백만 달러를 빌릴 수 있게 해주었다. 알앤엘바이오는 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슈거랜드에 건물 4백30평을 이미 임대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설계업체에 설계를 의뢰했다. 메릴랜드 연구 시설 내 장비를 슈거랜드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4월5일 알앤엘바이오 임직원이 텍사스 현지에 간다. 준공식은 6월22일 열린다. 준공식 이후 60일 이내 선급 기술 이전료와 설립 비용 3천4백만 달러가 입금될 것이다.

기술 이전 계약에 대해 불신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나도 모르겠다. 요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이틀에 한 번씩 전화한다. 텍사스 주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계약 상대방인 바이오라이프스템셀의 투자자이자 대표이사인 데이비드 엘러는 미국 화학업체 듀폰케미칼 대표이사를 지냈다. 엘러 회장은 지금 그라나다바이오사이언스라는 나스닥 상장사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바이오라이프스템셀 투자자는 텍사스 유력 인사들이다. 미식축구 리그(NFL) 구단주나 텍사스 전 주지사 같은 억만장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계약 상대방이 돈이 없어 선급 기술 이전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앤엘바이오가 서둘러 시설을 완성할 것을 재촉하기 위해 기술 이전료 지급을 늦추는 것이다. 바이오라이프스템셀 사는 조만간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다.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앤엘바이오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우선주(지분 10%)를 1천6백만 달러에 매입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최근 결산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진 까닭은?

ⓒ시사저널 이종현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당사 수익 인식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자가 성체 줄기세포 보관업이라는 업종이 없다 보니 수익 인식 기준이 없었다. 새 수익 인식 기준에 맞추어 지난 5년간의 재무제표를 모두 뜯어고쳐야 했다. 그렇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시장에서 나도는 소문처럼 회계법인과 어떠한 의견 차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회계법인 대표가 직접 찾아와 이틀 늦어진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고객이 자가 성체 줄기세포를 분리·배양·보관해달라고 청약금을 미리 지불하더라도 당장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다. 청약자가 줄기세포 배양액을 찾아가면 수익으로 인식한다. 보관 수수료는 15년에 나누어 매출로 계상해야 한다. 지난해 이미 수령한 금액 2백억원가량이 올해 매출로 넘어온다.  

지난해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았다.

수익 인식 기준이 바뀌면서 매출로 인식했어야 할 항목이 선수금으로 계상되어 부채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과거 기준으로 산정했다면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백억원과 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8월까지 미국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료 3백50억원가량이 들어온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업체와 추진하고 있는 기술 이전 계약이 완료되면 올해 말까지 추가로 2백50억원이 입금된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천억원, 2백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 2011년은 지난 10년 동안의 투자에 대한 결실을 거두는 원년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수사 의뢰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어떻게 결론 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의료법 위반에 대한 수사는 무혐의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월 광주지법이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다만, 무허가 의약품 판매라는 혐의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당사 고객은 성체 줄기세포를 맡길 때 치료 목적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당사는 줄기세포 배양 목적이 미용인지, 노화 방지인지, 치료인지 모른다. 치료 목적인지가 불명확한데 어떻게 무허가 의약품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더욱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국내에서도 자가 성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한다. 이헌구 대통령 과학특별보좌관이 특보단과 함께 국내 규제 완화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들었다. 지금 1만3천명이 성체 줄기세포를 맡겼고, 6천명이 자가 성체 줄기세포를 몸 안에 주입했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벌써 생겼다. 

회사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위협적인 변수가 있다면 무엇인가?

자가 성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논문, 특허, 치료 사례를 충족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업체는 세계에서 알앤엘바이오가 유일하다. 따라서 회사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위협할 요인은 이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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