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개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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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심하게 표현하면 고향에 갈 때마다 늘어나는 것이 도로입니다. 전에는 없던 길이 새로 생깁니다. 이름도 가지가지입니다. 우회도로, ○○대로, 고속화도로…. 지금도 산허리를 잘라 새 도로가 생기고 있습니다. 시골 마을 중앙을 거치지 않고 돌아서 좀 더 빨리 가기 위한 길입니다. 덩달아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계속 생깁니다. 시골은 서울처럼 교통 체증도 없는데 말입니다. 고가도로가 생기는 통에 시골에서도 예전처럼 온전히 하늘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도시보다도 감시 눈초리가 덜한 시골의 환경 파괴가 더 심하게 진행되는지도 모릅니다. 나무로 우거졌던 산허리가 허옇게 파헤쳐진 것을 보면 마치 살이 잘려나간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문명의 편안함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자동차를 타고 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자동차를 타고 돌아오는 격이라고나 할까. 꾸불꾸불하고 돌아가더라도 좀 여유를 갖고 가면 안 될까요. 꼭 직선도로를 쌩쌩 달려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우리의 정신,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개발’ 막후에는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지역민들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공약을 막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단한 업적이라며 홍보하기에 바쁩니다. 과연 거기에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였을 때 그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지킬 수는 있는 것인지 등은 순위에서 밀립니다. 표를 얻기 위한 인기성 발언이나 무조건적인 ‘우리 고장 사랑’에 바탕을 둔 사업은 제대로 궤도를 가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동남권 신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지금 우리 상황에서 엄청난 자금이 드는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에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 영남권에 있는 김해·대구·포항·사천·울산 공항도 운영이 간단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또 공항을 만든다?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들의 입장이 어떠할지 짐작은 가지만,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과 지역의 갈등으로 몰아갈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행태가 고쳐졌으면 합니다. 민주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이들이 실제로 내년 대선에서 이것을 공약으로 내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제 ‘개발 위주’ ‘한 건 위주’의 지역 발전 방식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민들이 다른 길을 찾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국에 드라마 세트다 뭐다 해서 국민 세금을 때려넣고 유지·보수를 제대로 못하는 시설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다른 비전을 찾아야 합니다. 유형의 건축물이나 도로를 짓는 데 열중하기보다 이제는 자연과의 조화, 문화를 함양하고 정신을 살리는 것으로 발전의 동력을 삼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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