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읽기 전에 기업 경쟁력을 보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4.1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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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익 섹터투자자문 대표 / “기업의 속사정까지 알 수 있어야”

 

ⓒ시사저널 전영기

인종익 섹터투자자문 대표(48)는 투자자들에게는 중·소형주의 강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유리자산운용에서 ‘유리스몰뷰티’라는 중·소형주 위주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누적 수익률을 3백56%까지 내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소형주는 매물이 많지 않기에 대형 우량주 위주의 펀드보다 운용하기가 어렵다. 그는 이 어렵다는 중·소형주 펀드를 2004년에 설정해 2009년까지 늘 시장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리며 중·소형주 운용의 강자로 각광받았다.

그가 지난해 9월 섹터투자자문의 대표로 변신했다. 섹터투자자문은 그가 지분 9.4%를 가진 3대 주주이다. 1대 주주는 넷마블의 창업주인 벤처기업인 방준혁 회장이다. 방회장은 2004년 넷마블을 CJ에 매각한 뒤 2006년 완전히 손을 뗐다. 방회장은 지난해부터 윈포넷이나 소프트맥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섹터투자자문을 설립하면서 다시 경영자로 돌아왔다. 섹터투자자문 출범이 증시 선수들의 눈길을 끈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인대표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 변신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10년간 일하다가 지난 2000년 와이즈에셋의 창립 멤버로 들어가 리서치팀장을 맡았던 일이고, 두 번째는 2003년 유리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로 변신해서 증시에 인종익이라는 이름을 남겼던 일이다. 그리고 세 번째 변신은 투자자문사 대표이다.

그는 자신이 시장을 보는 눈, 기업을 보는 눈의 기본을 삼성전자에서 관리직 직원으로 일할 때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시절 구매 부서와 수출·경영 지원 부서를 두루 경험했다. 외환위기 시절에는 외국계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서 경영 혁신 작업에도 참여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라는 점을 그들이 지적했다. 당시 해외 현지법인의 재고 관리도 제대로 안 되었다. 전자제품은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데다가 해외의 수요 예측도 제대로 안 되니 재고 관리가 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얼마간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컨설팅회사에서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전사적 자원 관리’라는 프로그램을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함께 깔았다. 그러면서 이익을 팍팍 내는 회사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업의 구매부터 수출, 내부 관리까지 과정을 알게 되면서 기업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세계적인 경쟁력 가진 국내 기업 찾아내

기업을 보는 눈을 갖게 된 것까지는 좋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앞날도 훤히 보이게 되었다. 직장 생활에 대한 권태가 찾아올 무렵 그의 선배 하나가  ‘금융 투자업이 자본주의의 꽃이다’라며 그를 꼬드겼다. 물론 삼성전자 시절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섣부른 기대였다”라고 했다. 금융 선진국처럼 펀드매니저가 성과급으로 떼돈을 버는 것은 아직도 국내에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삼성전자 직원 인종익은 직업을 바꾸었다. 그는 ‘과감하다’거나 ‘리스크가 있다’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 인대표의 부인도 말리지 않았고 그도 ‘딱 10년만 해보자’라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다만 남들보다 10년 늦게 증권시장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한 셈이기에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 정도는 있었다. 그는 “10년 늦게 시작했지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해야 할 일이 금융이 아니라 기업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와이즈에셋 리서치팀장 시절부터 그는 부지런히 기업 탐방을 다녔다.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려면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현장 답사를 나가고 기업인을 면담했다. 지금까지 다닌 곳이 8백 군데가 넘는다. 국내 증시에 대형주라고 불릴 만한 기업은 100개 안팎이다. 나머지는 중·소형주이다. 그는 이런 탐방을 통해 중·소형주를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경험에서 오는 직관과 분석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현장 탐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물론 그가 경험하고 지켜본 삼성전자에 대해 쓴 보고서도 그의 이름값을 높였다. 삼성전자가 주식이 10만원대 안팎에서 맥을 못출 때 그는 ‘100만원 간다’라는 보고서를 냈다. 시장에서는 이것을 주목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은 그렇게 흘러갔다.

2003년 유리자산운용으로 이직하면서 그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같이 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게 된 데는 이런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 스몰뷰티 펀드로 이름값을 얻은 그는 독립 선언을 했다. 시작할 때 “10년만 해보자”라는 말은 무심결에 지켜진 셈이다. 대표가 된 펀드매니저는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여전히 국내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신뢰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은 사람으로 치면40대이다. 돈을 벌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단계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정상권에 임박했다. 이익 구조도 탄탄하다. 우리 선배들이 땀 흘려 만든 그 과실을 우리가 따야지 지금 왜 중국을 가나.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의 글로벌 전성기가 앞으로 5~10년 동안 펼쳐진다. 그 기간 동안 충분히 수익을 누린 뒤에 중국으로 가도 늦지 않다. 우리의 1970~80년대를 생각해보라. 한일약품도 사라지고, 해태그룹도, 대우그룹도 사라졌다. 지금 중국 기업 중 누가 사라지고 누가 남을지 알 수 없는 단계이다. 지금은 한국 기업의 시대이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가장 안정적인 곳 또한 한국 증시이다.”

‘세계적인 경쟁률을 가진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로 그의 좌표도 바뀐 셈이다.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대형주가 70%, 중·소형주가 30%이다. 지난해 9월 섹터투자자문의 문을 연 이래 들어온 돈은 2천억원 정도. 지난 1월에는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을 통해 랩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증권에서 출시한 섹터자문형 랩1호는 대형주와 중·소형주 혼합형으로 성장주를 압축·선별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목표수익 전환형 랩이었고, 현대증권 중·소형주 집중형 랩은 대형주 대비 실적이 우수하고 성장세가 양호한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해 대형주 대비 초과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을 가진 상품이다.

지난 2~3월에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대형 우량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던 대형 자문사의 랩 상품이 수익률 하락으로 전전긍긍할 때 섹터의 랩 상품은 수익률 톱으로 치고나가며 인대표의 중·소형주 ‘칵테일’ 솜씨가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하락장에서 15개 미만의 중·소형주로 발 빠르게 대처해 시장 평균이 마이너스일 때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위기 대처 능력은 강세장보다는 약세장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IT·자동차·기계·조선·화학·은행 업종 주목

그는 여전히 탄탄한 중·소형주에 대한 사랑이 강했지만 그가 운용하는 섹터투자자문의 상품에는 대형 우량주도 편입되어 있다. 그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라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인대표는 최근의 이슈였던 금융 위기나 일본 대지진이 우리 기업과 우리 증시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 중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그룹 주, 화학주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예를 들었다. “반도체 쪽에서 치킨 게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순익 20조원에 도전해볼 만하다(2010년 순이익은 16조원).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률(PER)이 10일 경우 시가총액이 2백조원에 이른다. 지금은 1백30조원 정도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절정기에 최고 기업의 PER가 15배까지도 갈 수 있다. 그러면 3백조원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지금의 두 배가 된다면 한국 증시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된다. 인대표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국내 증시를 전인미답의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기 전에 각기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구글과 애플이다. 하드웨어 제조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 싸움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빅3가 살아나고 도요타가 일본 대지진을 완전히 수습한 뒤 돌아왔을 때 진검 승부가 남아 있다. 그 싸움을 거쳐야 미국 시장에서 선두권 자리를 확인할 수 있고 세계 빅3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대차가 전성기 도요타의 영광 이상은 누릴 것으로 본다.”

그는 “지금 우리 기업이 지난 40~50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과 운이 맞아 떨어져서 세계 시장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런 타이밍에는 당연히 우리 증시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쳐다보아야 할 우리 기업의 간판으로 IT와 자동차, 기계·조선, 화학, 은행 업종을 꼽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대세 상승기의 5부 능선쯤 와 있다고 한다. 그가 2009년 <시사저널>의 취재에 응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자세를 취한 부분이 장세 전망이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지수가 얼마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시장의 출렁임을 보지 말고 투자 대상으로 삼을 만한 기업의 경쟁력을 보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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