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가고 코미디 뜨는데, 작품 수준은 “거기서 거기”
  • 최광희│영화 저널리스트 ()
  • 승인 2011.05.0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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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 흥행 성공, <써니> <체포왕> 등으로 이어질까

 

충무로에 다시 코미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스릴러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코미디 영화가 봇물을 이루며 개봉하고 있다. 3월31일 개봉한 송새벽 주연의 <위험한 상견례>를 필두로, 류승범이 보험 설계사로 분한
<수상한 고객들>(4월14일 개봉), 김주혁과 정려원이 각각 한국전쟁기의 인민군과 시골 처녀로 등장하는 <적과의 동침>(4월27일 개봉), 10대 배우 심은경과 유호정이 1980년대와 현재의 동일 인물을 따로 연기한 <써니>(5월4일 개봉), 박중훈과 이선균이 호흡을 맞춘 형사 코미디 <체포왕>(5월4일 개봉) 등 올봄 들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주요 한국 영화는 사실상 코미디 일색이다. 이런 가운데, 스릴러 열풍의 막차를 탄 김승우 주연의 <나는 아빠다>(4월14일 개봉)는 15만명 관객 동원에 그치며 부진했다. 민규동 감독의 멜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코미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같은 코미디라도 흥행 희비는 작품마다 엇갈리고 있다. <위험한 상견례>가 2백만명을 넘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 주 앞서 개봉한 윤은혜 주연의 청춘 코미디물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는 누적 관객수 31만명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수상한 고객들>은 개봉 첫 주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곧이어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 밀려 2위로 내려서며 기대 이하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적과의 동침>은 예매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암울한 흥행 전조를 드리우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하는 <써니>와 <체포왕>은,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전환하는 5월 극장가를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 흥행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 ⓒ 씨네이천 제공

질적 저하 우려에도 ‘2% 부족한 코미디 영화’가 대세

최근 극장가에 코미디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것은, 코미디가 한국 영화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라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충무로 안팎의 분석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한국 영화 전성기에 대박 흥행을 터뜨린 영화는 태반이 코미디였다. 그렇다 보니 ‘웃기고 보자’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코미디가 양산되었다. ‘조폭 코미디’는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유행했다. 그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한국 영화의 질적인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이후 불어닥친 스릴러 열풍이 한풀 꺾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극소수 작품을 빼고는 지난해 개봉한 대다수 스릴러 영화가 손익 분기점을 맞추지 못했고, 스릴러도 더 이상 흥행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지난해 폭력의 표현 수위가 높았던 영화가 많았던 데 대한 반작용적인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하게 가자”라는 심리가 다시 코미디 붐의 재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유행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나오고 있는 코미디 영화가 과연 질적인 면에서 한국 영화의 발전을 증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영화인은 많지 않다. 지난해 김인권 주연의 코미디 <방가? 방가!>를 성공시킨 바 있는 육상효 감독은 “요즘 코미디 영화의 흐름이 썩 흡족하지는 않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미디의 유머는 스토리의 핵심으로부터 만들어져야 개성이 나오는데, <개그 콘서트>처럼 에피소드 중심의 유머에 스토리가 동원되는 느낌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영화평론가 곽영진씨도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는 리얼리티와 작품 미학을 많이 훼손하면서까지 관객의 입맛과 취향에 영합하려는 상업적인 계산이 지나쳐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억지 웃음으로 도박을 걸려는 시도가 인상을 쓰게 하고 실소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이다.

코미디의 장르적 목표는 당연하게도 관객을 웃기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코미디 영화가 겨드랑이만 간지럽게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일상적인 도시의 아침, 출근길의 분주함이 느껴지던 통근 기차는 범인을 알 수 없는 폭탄 테러로 인해 한순간 지옥으로 변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 중이던 콜터 대위(제이크 질렌할)는 또다시 예고된 테러를 막기 위해 사건 해결에 투입된다. 콜터의 임무는 시공간 이동을 가능케 하는 접속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통해 열차 폭발로 죽은 이의 기억 속에 들어가 테러범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8분,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몇 번이고 폭발의 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반복되는 임무를 수행하며 악몽 같은 죽음의 공포를 거듭 체험하던 콜터는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마주하면서 절망에 빠지게 된다.

저예산 SF영화 <소스코드>는 평행 우주 이론과 생체 실험을 매개로 테러 사건을 둘러싼 비밀을 추적해가는 작품이다. 줄줄이 나열된 단어가 얼핏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영화가 보여주는 설정은 간단하다. 과거를 바꾸어도 현재를 바꿀 수는 없으며, 이 우주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깔끔한 연출이 빛났던 데뷔작 <더 문> 이후 SF 장르에서 주목받는 신예가 된 던칸 존스 감독은 이렇게 꾸며진 시간 여행 모티프에 생체 실험과 인간의 존엄성 문제 그리고 가족애와 사랑을 양념처럼 더해 또 한 편의 지적이고 따뜻한 SF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화는 흔히 알고 있는 시간 여행의 개념을 ‘죽은 자의 기억에 접속한다’는 설정으로 슬쩍 비튼 뒤, 매번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주되는 8분의 시간과 콜터의 신병에 관한 미스터리가 얽힌 현재를 교차시킴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많지는 않지만 적절히 배치된 액션 장면들도 흥미롭다. 영화 속 주요 인물이 겨우 네 명이고 공간적 배경 또한 열차 안, 실험 공간 등으로 한정되어 있음에도 지루해질 틈은 없다.

진심으로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을 93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해낸다는 사실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명민한 연출 그리고 훌륭한 연기의 3박자가 이루어낸 성과이다. 종종 증명되는 일이지만, 영화는 돈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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