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청춘들의 ‘무한도전’…도전 정신만큼은 높이 뛰었다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6.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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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도약선생>

▲ ⓒ조제 제공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대구를 배경으로, 장대높이뛰기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설마 진짜 스포츠 영화를 상상한 사람이 있을까? <도약선생>은 스포츠를 빙자한 퀴어 로맨틱 코미디이다.

영화는 누군가의 꿈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모노를 입은 장대높이뛰기협회 회장님 왈, 장대높이뛰기에도 예술 점수를 도입해, 신체의 아름다움, 의상 등에 종합 점수를 매겨야 세계 기록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물론 헛소리이다. 이어지는 또 다른 이의 꿈 장면들. 영화는 윤성호 감독의 영화답게, 여러 인물들의 내레이션을 넣은 장면들을 산만하게 겹쳐나간다. 그러다 내러티브가 정돈된다. 우선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대높이뛰기 선수를 키우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힌 코치(박혁권)가 있다. 우연히 그를 만나 훈련에 돌입한 원식(나수윤)은 자신을 차버린 여성에게 ‘크고, 높고, 늠름한 것’을 보여주려 한다. 여기에 과거 육상선수였으나, 지금은 ‘집안의 계급을 바꾸기 위해’ 아이돌이 되려는 재영(박희본)이 합류한다. 원식의 열정에 호기심을 느껴서다.

이들의 전인격적인 훈련 과정은 우스꽝스럽지만, 사뭇 진지하다. 이들의 도전이 무모하다고 느껴지면서도, 그 애처로운 집착이 우리네 사는 모습이라는 생각에 비웃기가 힘들다. 영화의 마지막, 원식의 무모한 도약으로 사태는 급정리된다. 그리고 코치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장대높이뛰기에 집착했는지 밝혀진다. 그것은 장대에 대한 페티시즘 따위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구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신심 때문이다. 도착이라면 도착이요, 예술적 욕망이라면 예술적 욕망이라 할 이 신심!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결국 모든 집착은 다 유토피아를 향한 도착이 아니던가! <도약선생>은 상영 시간 60분 남짓한 초저예산 소품이지만, 윤성호 감독 특유의 아포리즘이 확실히 살아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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