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반전’있을까 / 원준·현준 ‘샛별’뜰까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1.06.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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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투수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
▲ LG 박현준 ⓒ연합뉴스

2011 프로야구는 이변의 연속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두산이 하위권에서 맴돌고, 만년 하위팀 LG가 SK, 삼성, KIA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타격 부문에서도 홍성흔(롯데), 김상현(KIA), 강정호(넥센) 등 리그를 압도하던 타자는 헛스윙을 연발하지만, 배영섭(삼성), 김선빈(KIA), 손아섭(롯데) 등 젊은 타자는 연일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투수 부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왼손 선발 3인’인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양현종(KIA)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장원준(롯데), 박현준(LG) 등이 마운드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접전을 거듭하는 투수 부문 개인 타이틀을 집중 점검했다.  

다승왕 구도, ‘오른손 선발 전성시대’가 열렸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막강한 타선은 관중을 부르지만, 훌륭한 투수진은 우승을 부른다. 그 가운데 선발 투수야말로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지난해에는 왼손 선발 투수들이 리그를 이끌었다. 김광현이 17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오른 가운데 류현진과 양현종이 16승으로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장원삼(삼성), 장원준, 봉중근(이상 LG)도 다승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왼손 선발 전성시대’에 동참했다.

그러나 올 시즌 다승 구도는 지난해와는 ‘영’ 다르다. 다승 상위권을 오른손 투수가 점령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자가 박현준(LG)이다. 오른손 사이드암인 박현준은 6월17일 현재(이하 같은 기준) 8승4패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윤석민(KIA)도 7승으로 공동 2위, 안지만과 임찬규도 5승으로 공동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승 상위권 10명 가운데 오른손 투수가 무려 7명이나 된다. 왼손은 공동 1위 장원준, 공동 5위 류현진과 양현종 등 세 명뿐이다.

오른손 투수가 이처럼 다승 부문 상위권을 점령한 이유는 무엇일까.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봉중근, 장원삼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며 다승왕 경쟁에서 왼손 투수들이 대거 탈락했다. 올 시즌 들어 뛰어난 오른손 타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상대적으로 오른손 타자에 약한 왼손 투수들이 힘겨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야구계는 다승왕 경쟁에 등장한 새로운 얼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승 공동 1위인 박현준과 장원준은 지난해까지는 리그를 대표하던 선발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9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SK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박현준은 데뷔 때만 해도 ‘제2의 임창용’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SK에서 ‘성장 가능성이 작다’라는 평을 받고 지난해 LG로 전격 트레이드되었다. 프로 2년간 단 2승에 그쳤던 박현준은 그러나 사이드암 투수는 구사하기 어렵다는 포크볼을 익히며 올 시즌 LG 에이스로 우뚝 섰다.

장원준도 지난해 12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통산 경기당 평균 이닝이 5.3이닝에 그치며 ‘5이닝 투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경기마다 기복이 심해 ‘제주 날씨만큼 내일을 알 수 없는 투수’라는 혹평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6.1이닝을 소화하며 8승1패 평균 자책 2.98로 특급 투수 반열에 올랐다.

야구 전문가들은 박현준, 장원삼과 함께 7승으로 공동 2위인 윤석민, 아퀼리노 로페즈(이상 KIA)가 다승왕 선두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KIA 타선이 원체 강한 데다 두 투수가 지난해와는 1백80˚ 다른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류현진을 다승왕 다크호스로 뽑았다. 허위원은 “시즌 초반 야수들의 실책과 타선의 침묵으로 승수를 챙기지 못한 류현진이 7월부터 대반전을 시도할 것이다. 카림 가르시아를 영입한 이후 한화 타선이 강해졌기에 류현진의 승수 쌓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화는 가르시아를 영입한 후, 팀 타율과 팀 득점권 타율이 각각 3푼과 5푼 올라갔다.

특급 셋업맨 정우람, 평균 자책점 1위에 오르다

야구계의 우스갯소리 가운데 ‘돈을 벌려면 선발을 하고, 명성을 쌓으려면 마무리를 해라’라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8개 구단 상위 연봉자 가운데 절대 다수가 선발 투수이다. 여기에다 리그의 대표적인 마무리 오승환(삼성), 손승락(넥센), 임태훈(두산) 등은 웬만한 에이스보다 인기가 높다.

선발과 마무리 사이에서 셋업맨이 늘 찬밥일 수밖에 없던 이유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정우람(SK), 고창성(두산), 정현욱(삼성), 이상열(LG) 등 셋업맨들이 세이브보다 값진 홀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선두 주자는 단연 정우람이다. 6월15일 문학 롯데전에서 통산 1백3번째 홀드를 기록하며 류택현과 이 부문 역대 공동 1위에 오른 정우람은 셋업맨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어놓았다. 이전만 해도 셋업맨은 선발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고, 마무리보다 구위가 낮은 투수들이나 맡는 보직으로 통했다. 그러나 정우람은 웬만한 선발 투수만큼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마무리보다 뛰어난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실제로 정우람은 56⅓이닝을 던져 규정 투구 이닝에 2⅔이닝이 모자랄 뿐이다. 여기에다 그의 평균 자책 0.96과 안타 허용률 1할7푼7리는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11홀드로 고창성과 이 부문 공동 1위를 달리는 정우람은 SK 전력이 두산보다 강해 어렵지 않게 홀드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야구 전문가는 정우람이 홀드왕과 함께 셋업맨으로서 처음으로 평균 자책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SK 선발진이 예년보다 강하지 못해 정우람의 등판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우람이 홀드왕과 평균 자책왕에 오른다면 프로야구 30년사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물론 셋업맨이 선발 투수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면 ‘역대 최고의 혹사’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세이브, 오승환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이브 부문은 한 마리 경주마만 달리는 경마 대회처럼 보인다. 선두 오승환(삼성)과 나머지 마무리의 세이브 격차가 너무 큰 까닭이다.

오승환은 25경기에 등판해 19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공동 2위 송신영(넥센)·정대현(SK)과는 무려 10세이브 차이이다.

오승환은 앞으로 1경기에서 세이브를 추가하면 자신이 2006년에 달성한 역대 최소 경기 20세이브 기록과 동률을 이룬다. 2006년 아시아 최다 세이브(47개)로 세이브왕에 올랐던 오승환은 2007년에는 40세이브를 달성해 2년 연속 4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대업을 이룩한 바 있다.

MBC 이효봉 해설위원은 “삼성이 SK와 선두 싸움을 벌이며 상승세에 있기 때문에 오승환의 세이브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한창 전성기였던 2007년보다 구위가 더 좋아진 만큼 오승환의 세이브왕 등극은 떼어놓은 당상이다”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전화 통화에서 “2006년 47세이브를 기록했을 때 팀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도 기회가 되면 47세이브 이상을 기록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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