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유 주 ‘유망’음식료·건설·유통·금융 등 내수 업종에도 ‘금맥’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7.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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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 / “보수적으로 보아도 지수 상단 2420포인트 넘을 것”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밝다. 증권사마다 상승 예상치는 다르더라도 주가가 연말까지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우증권은 ‘하반기 경제 전망/투자 전략’ 보고서에서 하반기 종합주가지수(KOSPI) 목표치를 100포인트 올려 2000~2500포인트로 제시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지수 상단이 2420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판단했다.  

골고루 갖춰진 주가 상승 요인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갖가지 변수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사태 탓에 일본 업체가 생산량을 정상치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보니 한국 수출 기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더블딥이냐, 소프트패치이냐’라는 논쟁이 일 정도로 미국 경기 회복세는 둔화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의회가 지난 6월30일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키자 유럽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섰다. 국제 사회가 유동성을 꾸준히 공급해 남유럽발 재정 위기의 확산을 막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수개월 조정기를 거치면서 시장 주가수익배율(PER)이 10배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한국 증시 강세장에서 시장 PER는 11.8배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여전히 낮다. 주가 상승 요인이 골고루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 지표, 내수 업종에 우호적으로 변해

김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비중을 낮추거나 처분해야 할 순간은 유럽 재정 위기나 전쟁, 지진 같은 악재가 터질 때가 아니라 시장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지나치게 좋은 재료가 나올 때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리스의 지급 불능(디폴트)이나 미국 경기 회복세 둔화 같은 악재에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으나 오름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악재가 불거지면 정부나 중앙 은행이 긴축이나 출구 전략을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잇달아 회복되고 있다.

김현철 팀장은 ‘하반기 주식시장을 끌어올릴 변수는 수출이 아니라 소비’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하반기 긴축 기조를 완화하고 내수 진작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 선거도 2012년에 몰려 있어 내수 활성화 정책이 실행될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몰려 있어 정부·여당이 내수 활성화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에서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수주에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그는 내수주가 3분기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국이 경기 부양책을 다시 꺼내들기까지는 상반기 주식시장을 끌고 온 종목들이 다시 오르기 쉽지 않을 듯하다. 주요 경제 지표들도 내수 업종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원화 강세는 내수 업종에 유리하다. 지난 수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고 주식과 채권 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원화 강세 요인이 강했다. 하지만 그동안 원화 가치는 오르지 않았다. 원화 가치 절상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 사태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자 원화 오름세를 내리눌렀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 위주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 금융 당국이 채택한 고환율 정책은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원화 가치 오름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우선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약해지고 있다. 6자회담이라는 대화 틀이 다시 시도되고 있다. 산업 정책이 수출 위주이다 보니 자동차나 전기·전자 업종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내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은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를 입지 못했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지나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부는 이제 원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 상반기 내내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유나 원자재 국제 가격이 오른 부문을 상쇄한다. 물가 관리 차원에서라도 원화 가치 상승을 용인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 대우증권은 ‘하반기 경제 전망/투자 전략’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2000~2500포인트로 제시했다. 위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2011 대우 증시 포럼. ⓒ대우증권

전문가들이 뽑은 ‘하반기 유망 종목 7선’

대우증권은 하반기 유망 종목 7개를 제시했다. 자동차와 정유 주를 제외한 5개 종목이 내수주이다.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은 내수 업종으로 분류되는 음식료·건설·유통·은행·증권 부문에서 가장 유망한 종목을 하나씩 선정했다. 음식료 업종에서는 오리온이 돋보인다. 오리온은 제품 값을 올리고 판매량이 늘어나 국내 실적이 크게 오르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건설 업종에서는 현대건설이 유망하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하반기 중동과 남미 지역에서 대규모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대림건설을 하반기 유망 종목 5선에 포함시켰다. 3분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수주가 확실시되고 주가가 싸졌기 때문이다. 유통 업종에서는 현대홈쇼핑이다. S급 채널을 확보해 TV홈쇼핑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인터넷 쇼핑 부문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은행 업종에서는 기업은행이 유망하다. 실적이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주가는 싸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은행 업종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를 하반기 유망 종목 5선으로 꼽았다. 우리금융지주 주가 순자산 배율은 0.61배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지주 자산을 팔아 주주에게 나누어주면 주식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저평가되어 있다. 증권 업종은 삼성증권이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수 종목 외에 자동차와 정유를 유망 업종으로 꼽고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을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일본 도호쿠 지방 대지진 탓에 일본 자동차와 정유 업체가 아직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면서 국내 경쟁 업체들이 그 수혜를 보고 있다. 더욱이 정유 업종이 상반기 조정을 받으면서 SK이노베이션 주식은 상대적으로 싸졌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대차를 하반기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현대차는 전세계 공장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플랫폼 통합에 따라 원가가 줄고 있다. 또, 평균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까지 기대된다.

대신증권은 현대차와 함께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을 하반기 유망 종목 5선에 포함시켰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7천2백만대를 팔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현대제철은 국제 철근 가격이 오르고 건축 경기 회복에 따라 봉형강류 출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글로벌 경제 흐름과 국내 경제 상황을 종합해볼 때 하반기에 단기적으로 가장 좋아 보이는 펀드로는 국내 주식형 중 성장형과 압축포트폴리오 형태로 운용되는 펀드를 추천한다. 국내 증시는 대외 악재가 수그러들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 달간 전세계의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MMF에서 지속적으로 이탈된 자금이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와 아시아에 투자하는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

이런 수혜를 가장 빠르게 입을 수 있는 종목은 성장형,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의 주식이 될 것이다. 연말 쯤에는 가치형과 중소형으로의 분산을 통해 박스권에서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반기에도 금리는 완만한 상승 속에서 정상화될 것으로 보여 채권형 펀드는 만기 매칭형 외에는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다.

해외 펀드에서는 미국, 원자재, 중국 순으로 매력도가 높아 보인다.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으로 눌려왔던 미국 증시는 이들 요인이 완화된다면 단기적으로 가장 큰 상승 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다면 수요 증가로 인해 원자재 펀드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대한 비중 확대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시점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면 국내 채권형 펀드보다는 해외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가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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