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재스민 혁명,’ 불씨는 있나
  • 이윤걸 |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
  • 승인 2011.07.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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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대학에 휴교령 내려 궁금증 증폭 / 건설 인력 보강하고 사상 통제까지 한다는 주장 우세

▲ 북한 평양의 놀이공원에서 놀이 기구를 타려고 줄지어 선 시민들. ⓒ연합뉴스

최근 북한 내부에서 북한의 현 부자 세습 체제, 즉 김정일에서 김정은에게로의 권력 이양에 대항하려는 듯한 의미 있는 변화들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속속 보도되었다. 특히 국내의 대북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북한 평양의 공개적인 장소인 평양 형제산 구역에 있는 철도대학 담장에서 김정일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낙서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낙서 내용은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 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빨간 벽돌로 된 철도대학 담장에 흰색 분필로 써 있어 눈에 더욱 잘 띄더라고 말한 소식을 접하며, 탈북하기 전 철도대학을 여러 번 가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그 풍경이 너무나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철도대학 정문 앞길 왼쪽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길은 비록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역으로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철거되어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이라지만,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거리와 이어진 길로서 아침이면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낙서 사건이 언제 일어나, 어떻게 알려졌다는 구체적인 자료들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많은 사람이 보았으리라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 아닐 듯하다.

통제 강화한다는 정보 속속 들어와

또한 외신은 6월28일 북한 대학들이 당국에 의해 내년 ‘강성대국 진입의 해’를 준비하는 데 동원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학생들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고 있고, 내년 4월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에서 이처럼 10개월 이상의 휴교령을 내린 것은 전례가 없다’라면서 ‘건설 인력을 보강하는 차원과 함께 사상을 통제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난 1989년 ‘제13차 세계학생청년축전’을 준비하면서 건설된 광복거리의 건설 마감을 위해 1988년 9월부터 1989년 6월까지 대략 6~10개월 동안 리과대학, 강계국방대학, 영변물리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게 휴교령이 내려져 대학생들이 동원되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지방 대학들은 거의 10개월 정도, 김일성종합대학·김책종합대학 등 대부분의 중앙 대학들은 한 학기(6개월) 정도씩 동시에 휴교령이 내려져 노력 동원에 투입되었다. 본질적으로 북한이 이번에 실시한 휴교령 역시  대학생들의 일탈로 인한 반체제적 시위를 막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기보다는, 인적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현재 북한 군부 내에서 남한의 대북 방송과 일반 TV를 몰래 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국내의 많은 대북 전문가나 언론 매체들은 또다시 ‘북한 내에서도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불어닥치는가’라는 주제로 북한의 엘리트층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식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실제 얼마 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발한 시민 혁명 운동은 북한을 비롯한 독재 권력이 남아 있는 기타 지역에도 자발적인 시민운동의 희망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유감스럽게도 현 단계의 북한에서 튀니지·이집트와는 달리 그러한 시민 혁명, 즉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 사회의 감시와 통제의 수준이 예외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최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김정일 시대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공동 정권 시대에 비해 주민에 대한 감시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전세계에서 북한만큼 주민을 엄격하게 감시하는 정권은 찾을 수가 없다.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 세습이 등장했지만 이들도 자기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통제와 감시를 강화할 것이며, 또 실제 강화하고 있다는 정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평양은 고요…북한 엘리트의 변화 지켜봐야

그렇다면 과연 지금 평양은 실제 어떨까? 결론적으로 최근 북한 뉴스 메이커들이 전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평양은 상대적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분명한 점은 평양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사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중 혁명의 불씨가 전국적인 혁명의 불길로 타올라 벤 알리의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까지 과정에서의 주요 원인을 분석해보면, 혁명은 그 동기를 전국적인 범위로 확산시킬 조직적인 역량을 갖춘 야당이 있기에 가능했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제4 권력인 언론도 존재했다는 점이다. 끝으로 최소한 정보의 급속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맨투맨 정보 소스에 접근할 수 있는 비율이 최소한 70% 이상(휴대전화나 컴퓨터 보급률이 상당히 높음)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군사·정치·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부문이 사회주의가 변질된 선군 수령 독재 이념에 의해 확실히 장악· 통제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뒤엎을 수 있는 이런 민중 폭동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평양의 현실을 직시하는 많은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이다. 즉, 북한은 공산당 독재도 아닌 선군 수령 독재 시스템에서 재스민 혁명 같은 시위를 일으킬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이 존재할 상황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북한 내에서 민중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살아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대처할 방식을 모를 뿐이지, 북한 정부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릴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중 혁명이 발발할 잠재력은 조성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에서 또는 남한에서 시민혁명의 주도 세력을 키우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일부 탈북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이를 위해 남한 내에서의 탈북자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탈북자 엘리트들은 분단 시대에 북한을 대표하는 대안 엘리트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중개인, 교육자, 어떤 경우에 지도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이용해 북한 내부에 우리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선별할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각도에서 종합하면, 북한 전략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해 미래 북한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북한에서 싹트기 시작하고 있는 시장의 주도 세력을 남한 등 외부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교두보를 북한 내부에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북한 주민들의 재스민 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엘리트들을 일종의 ‘야당’ 세력으로 승화시켜 만들고 선점한다면 향후 북한 내부에서의 엄청난 변화를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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