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풍’ 이끄는 여경 간부들 누가 있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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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형 광주청장, 현역 최초로 최고위인 치안감급에 올라 총경은 ‘경찰대 1호’ 윤성혜 가평서장 등 7명

 

▲ 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최근 ‘대한민국 사건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경찰서의 강력계 수장으로 여성 경감이 취임했다. 강남권 경찰서 형사과에 대한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면서 강남경찰서 역사상 최초로 여성 강력계장이 탄생한 것이다. 박미옥 경감(44)은 이 자리가 전혀 낯설지 않다. 대구여고를 졸업한 후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 생활이 어느덧 23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주로 형사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이미 2000년 여성 최초 강력반장, 서울경찰청 여자기동수사대 반장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여성 경찰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7천13명의 여경이 근무하고 있다. 아직 전체 경찰의 6.9% 수준이지만, 예전에 비해 역할과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특정 분야에 한정되었던 업무 영역은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박경감의 경우처럼 강력계 베테랑으로 활약하는 여경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시사저널>이 경감 이상 경찰들의 명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경감 이상 여성 경찰 간부는 현재 2백1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감 이상 경찰 간부의 3.54%에 달하는 것으로, 전체 여경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훨씬 못 미친다. 여전히 경찰 조직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고위직에 오르기가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계급이 올라갈수록 승진 문턱은 더 높아진다. 여성 경감은 1백64명으로 전체 경감의 4.34%이다. 반면 여성 경정은 40명으로 전체 경정의 2.48%, 여성 총경은 7명으로 전체 총경의 1.43%에 그쳤다. 총경 이상을 기준으로 해서 보더라도 전체의 1.42%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무관 41명 중 한 명이 여성이지만, 치안감 이상에서는 아직 여성이 아무도 없다.

여경의 현역 최고위직은 광주경찰청장(직무대리)을 맡고 있는 이금형 경무관(54)이다. 광주경찰청장은 치안감이 앉는 자리이다. 이경무관은 치안감 자리의 청장에 오른 최초의 여성인 셈이다. 충북 청주에 있는 대성여상을 졸업한 뒤 지난 1977년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해 경찰에 입문한 그는 이후 충북 진천경찰서장과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서울마포경찰서장, 충북지방경찰청 차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등을 역임했다. 여성 경찰로서는 세 번째로 총경이 되었고, 두 번째로 경무관에 올랐다.

‘여성 1호 총경’은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66)이다. 197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의 이름 옆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998년 여경 사상 처음으로 총경으로 승진해 첫 여성 경찰서장이 되었다. 서울 종암경찰서장 시절 미아리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며 ‘성매매와의 전쟁’을 펼쳐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여성 1호 경무관’은 김인옥 전 청장

‘여성 1호 경무관’은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59)이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1972년 순경 공채 1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청 소년계장, 경기경찰청 방범과장,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역임한 그는 2004년 첫 여성 경무관으로 승진한 후 이듬해 제주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60년 한국 경찰 역사상 첫 여성 지방경찰청장이었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총경은 모두 일곱 명이다. 이 중에서 윤성혜 총경(41)은 지난해 1월 최연소 총경이자 경찰대 출신(10기) 최초의 여성 총경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초급 간부 시절부터 수사와 생활 안전, 경비 분야를 두루 경험한 윤총경은 서울 성북경찰서 경비계장, 여경기동대 중대장, 경찰청 형사과 실종사건수사팀장,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팀장,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경기도 가평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김순정 총경(59)도 윤총경과 함께 승진했다. 당시 최고령 총경 승진이었다. 대구 출신인 김총경은 대구여고를 졸업하고 대구교대를 중퇴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197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투신한 그는, 2003년 경정으로 승진한 뒤 서울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과 중랑경찰서 경무과장, 강원경찰청 보안과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1월 강원도 영월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이은정 총경(47)은 이보다 한 해 전인 2009년 3월 당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총경으로 승진했다. 서울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경찰에 입문한 이총경은, 경기 분당경찰서와 성남수정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낸 ‘수사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강원 영월경찰서장에 부임했다가 올해 1월부터 경찰교육원 교무과장을 맡고 있다.

 

▲ (왼쪽부터)김순정 강원 영월경찰서장, 설용숙 대구 북부경찰서장, 한재숙 전남 완도경찰서장, 홍영화 서울 광진경찰서장. (왼쪽부터)©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완도경찰서제공, © 연합뉴스

 


여성 간부들, 젊은 층에 많이 몰려 있어

김해경 총경(52)은 지난 2008년 3월 총경으로 승진했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광주대 행정과, 동국대 대학원 공안행정과를 졸업했다. 198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김총경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에서 정보, 방범 등 주요 업무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청와대 경호실에 파견되어 영부인 경호를 맡기도 했다. 총경 진급 후 경기도 양평경찰서장으로 지내다, 최근 서울 강동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현재섭 경찰수사과장이 남편으로, 우리나라 경찰 역사상 최초의 '부부 총경'이기도 하다.

설용숙 총경(54)의 이름 앞에도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 2005년 1월 승진한 설총경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처음으로 총경 계급장을 단 여성이다. 2006년 3월 경북 성주경찰서장으로 부임해 대구·경북 지역 첫 여성 경찰서장이 된 설총경은 여성으로서는 처음 대구경찰청 홍보담당관을 지내기도 했다. 올해 1월 대구 북부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한재숙 총경(59)은 2006년 2월 총경이 되었다. 광주·전남 지역 여경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벌교상고와 조선대를 졸업한 한총경은 지역 첫 여성 수사과장과 방범과장을 지냈다. 총경 승진 후 전남 함평·장성·화순 등에서 경찰서장을 역임했으며, 전남경찰청 생활안전과장과 청문감사담당관을 지냈다. 최근 전남 완도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영화 총경(60)은 강원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경찰이다. 강릉 출신으로 강릉제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2007년 1월 강원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 총경으로 승진했다. 197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홍총경은 서울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장, 서울 서부경찰서 보안2계장, 청량리경찰서 생활안전과장, 혜화경찰서 생활안전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강원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 강원 삼척경찰서장, 서울경찰청 보안2과장을 지낸 그는 올해 1월부터 서울 광진경찰서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총경 이상 고위직에 오른 여성 경찰은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하지만 여성 경찰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몰려 있다는 점은 향후 이들의 약진을 기대하게 만든다. 30대 이하에서 경감 이상 여성 경찰 간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78%에 이른다. 현재 최연소 경감도 27세의 여경이다.

“여경의 양적인 증가보다 질적인 발전이 더 중요하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자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전체 여경은 물론 간부직에 오른 여경이 많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여경에 대한 교육과 인사 제도 등에서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여경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특히 여성 간부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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