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인재들, 고산준령을 이루다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8.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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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 강원도 철원군 ⓒ뉴스뱅크이미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언제 누가 지어낸 말인지는 모르지만 기막힌 조어력(造語力)이 가히 작품 수준이다.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끌려가는(?) 병사들의 두렵고 불안한 심경을 인제군 원통면이라는 지명에 빗대 읊었다.

어렵던 시절 인제 땅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겨울은 길고 추위는 혹독했다. 후방 근무로 남겨진 전우들과 헤어져 더블백을 메고 춘천의 102보충대를 거쳐 전방으로 배치되던 신병의 설움이 이 한마디의 넋두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산악 지대와 군부대는 인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웃한 철원, 화천, 양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모두가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닿아 있다. 3·8선으로 분단되었을 때 북한 지역에 속했다가 휴전선이 새로 그어지면서 실지(失地) 회복을 한 곳이다. 그리하고도 일부는 휴전선 너머 북쪽에 남아 있다. 화천만은 북한에 내준 땅이 하나도 없으면서 최전방 취급을 받는 곳이다.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는 땅은 넓고 사람은 적다. 도처에 군부대가 산재해 전방 냄새가 물씬 풍기고 군인과 그 가족들이 많이 산다. 현역 의원은 2010년 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의 한기호 의원이다. 한의원은 육사를 졸업하고 40년 가까이 군문에 몸담아 오는 동안 사단장, 군단장, 교육사령관을 역임한 3성의 야전군인 출신이다.

지난 선거에서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민주당), 박승흡 전 민노당 최고위원(민노당), 정태수 강원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무소속) 등 5명의 후보가 출마했었는데 그중 한의원을 포함한 4명이 철원 출신이고 정만호 후보만 양구 출신이었다. 그 때문에 철원 표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에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개표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으나 결과는 42.3%의 높은 득표율로 나타났다.

정만호 후보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사회부장까지 지내고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에 들어갔다가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박승흡 후보는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으로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거쳐 민노당 대변인 등을 지냈다.

7·28 재·보선은 당시 의원이었던 이용삼씨의 사망으로 인해 치러졌다. 이 지역에서 14·15·16대 의원을 지낸 검사 출신의 이씨는 17대 때 역시 검사 출신인 박세환 의원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이씨는 18대에 이르러 박의원을 누르고 의석 재탈환에 성공했으나 임기 중인 2010년 1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철원 출신 인사

이름

출신  학교

직책

김강립

동국대사대부고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김중만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

사진작가 

엄성호

신철원농고

전국농민단체연합회 회장 

우상호

용문고-연세대 국문과

전 국회의원·민주당 야권통합특위 간사

윤세영

서울고-서울대 행정학과

SBS 명예회장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정해룡

춘천고-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인천지방경찰청 차장 

정호조

신철원종고

철원군수 

채영복

경동고-서울대 화학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이사장 

한기호

육사

국회의원(한나라당·철원 화천 양구 인제) 

황규학

중동고-성균관대 경영학과

유한킴벌리 CFO 

     

화천 출신 인사

이름

출신  학교

직책

권경상

대광고-한국외대 무역학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사무총장 

박세환

철원고-고려대 행정학과

전 국회의원 

이수원

춘천고-고려대 경영대

특허청장 

정갑철

성동공고

화천군수 

정미경

덕성여고-고려대 법학과

국회의원(한나라당·수원 권선구) 

홍진표

서울대 정치학과 중퇴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윤세영 SBS 명예회장, 도민들에게 큰 기여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의 제약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일에 관심을 쏟아온 한기호 의원은 내년 19대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지역을 빛낸 인물로 철원 출신의 윤세영 SBS 명예회장이 있다. 강원도 전체 도민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그는 1999년 6월부터 2008년 1월까지 10년 가까이 강원도민회 회장을 맡아보며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도민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서울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회장은 건설업으로 다진 기업인의 입지를 발판으로 1990년 SBS를 개국해 언론인으로 도약했고, 방송사를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냈다.

윤회장이 강원도민회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3년 그의 발의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5층짜리 도민회관이 세워졌다. 서울에 자체 도민회관을 가지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는 아직까지 강원도밖에 없어 다른 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회관에는 도민회와 도청 서울사무소뿐 아니라 도내 18개 시·군 사무소도 함께 들어 있다.

그는 모교인 서울고의 총동창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재 태영건설을 모체로 하는 태영그룹 명예회장 직함도 가지고 있다. 그의 장남인 윤석민씨는 휘문고-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태영과 SBS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으며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으로서 후계자의 길을 밟고 있다.

‘제2의 주식’인 라면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도 철원 출신이다. 삼양라면이 처음 등장한 1960년대 초만 해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았다. 전회장은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죽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마침 일본 여행 중에 눈여겨보았던 먹기 간편한 라면 생각을 떠올렸다. 1963년 일본의 명성식품으로부터 기계 2대를 들여와 그해 9월5일 주황색 포장지의 첫 삼양라면을 생산해 중량 100g, 한 봉지에 10원으로 출시했다. 당시 커피 한 잔 값이 35원, 꿀꿀이죽 한 그릇이 5원이었다. 이 가격은 그 후 6~7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었고 삼양라면은 ‘최초’의 기록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폭발적인 신장세를 거듭했다.

풍파도 있었다. 1989년 있었던 ‘우지(牛脂) 사건’이 그것이다. 라면을 만들 때 인체에 유해한 비식용 우지(쇠기름)를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관련 임원이 구속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삼양식품은 후발 업체인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오랜 세월을 끈 끝에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으나, 삼양식품의 경영은 화의 절차를 밟으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0년 3월 전중윤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아들인 전인장 회장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속초 지역을 지역구로 삼아 오랫동안 터줏대감의 자리를 굳혔던 정재철 전 의원(양구)은 한일은행장을 지낸 후 11대 때 민정당 소속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그 후에 정무제1장관과 12, 14, 15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가 당 상임고문으로 물러앉은 뒤 16대를 건너뛰고 17대에 들어 아들인 정문헌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속초·고성·양양 지역구를 물려받아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18대 총선에 공천을 받지 못하고 청와대에 근무하며 숨 고르기를 하다가 지금은 내년 총선을 향해 재도전의 채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정미경 의원(한나라당·수원 권선구)은 군인인 아버지가 양구에서 근무할 당시 출생했다는 점에서 이 지역과 인연을 맺고 있다. 18대 초선 의원인 그녀는 검사 시절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라는 책을 통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여성 공직자들의 자세와 사명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덕성여고-고려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의정부, 부천, 수원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양구 출신 인사

이름

출신  학교

직책

김중석

춘천고-강원대 농화학과

강원도민일보 대표이사 사장 

김홍수

양구고-강원대 통계학과

춘천도시개발공사 사장 

박기병

건국대 행정학과

강원민방(GTB) 상임고문 

박기호

강릉고-고려대 신방과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장 

오춘석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강원도 산업경제국장 

유종환

춘천고

밀리오레 사장 

이성한

성동고-연세대 경영학과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 소장

이해인

필리핀 성루이스대 영문과

성베네딕도수녀회 수녀 

임창건

양정고-서울대 영어교육과

KBS 대전방송총국장 

장윤석

춘천고-서울대 의대

마리아병원 명예원장 

전창범

양구종고-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양구군수

정재철

배재고-동국대 정치학과

한나라당 상임고문 

조영기

양구종고-강원대 철학과

강원도의회 의원(한나라당·양구군) 

최승규

금오공고-영남대 영문과

강릉MBC 보도부장 

     
인제 출신 인사

이름

출신  학교

직책

김국진

인창고-경기대 영문과

개그맨 

김재구

경문고-서울시립대

부산지검 부장검사 

김진국

강원대 농학과

강원도 공무원교육원장 

김태진

춘천고-강원대 토목과

강원환경보전운동본부장 

박경우

용산고-고려대 교육학과

인제교육청 교육장 

박수근(故)

양구보통학교

화가 

박인환(故)

평양의전 중퇴

시인 

안준헌

춘천성수고-강원대 경영학과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윤종성

수도사대부고-육사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이기순

인제고

인제군수 

이인재

명지고-연세대 법학과

파주시장 

조정환

춘천제일고-육사

육군 제2작전사령관 

허경구

춘천고-고려대 정외과

국제정치문제연구소 이사장 


박수근·박인환·이해인 등 문화예술인 두각

고 박수근 화백은 전란과 가난 속에서 양구, 춘천, 평양, 군산을 전전하고 서울의 창신동과 전농동 일대를 떠돌며 때로는 도청 서기로 일하기도 했고,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부두 노동자의 삶을 살면서도 손에서 화필을 놓지 않았다. 어린 아들의 참척(慘慽)을 당하고 눈병으로 화가에게는 생명 같은 한 눈을 실명하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타계했다. 양구보통학교 졸업 후 가사를 돌보며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해 화강암 표면과 같은 회갈색·황갈색 주조의 바탕에 명암과 원근을 배제해 단순화시킨 형태의 작품들을 그린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화가였다.

고 박인환 시인(인제)의 대표작인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로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평양의전을 중퇴한 박인환씨는 8·15 광복 후 서점을 경영하며 모더니즘 시 운동에 참여하고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로도 일했다. 인제에서 가장 유서 깊은 정자인 합강정에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되는 <세월이 가면>의 시구가 새겨진 박인환 시비가 있다.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가 2008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 병상에서 틈틈이 쓴 시 100편과 일기를 묶어 시·산문집 <희망은 깨어 있네>를 지난해 초에 펴냈다. 여기 담긴 시들은 암에 대한 인간적인 두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의연하게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투병이 시작된 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소회는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이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 반달이 뜬 하늘을 올려다보며 산책을 하는 저녁 식사 후의 행복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절절히 묻어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으나 투병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심정으로 작은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마음 자세는 힘든 병에 걸린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일 것이다.

▲ 강원도 인제읍 ⓒ인제군청 제공

김중만 사진작가(철원)는 특이한 이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열일곱 살 되던 해 정부 파견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떠났다. 이듬해 단신으로 프랑스로 유학 가 니스 국립응용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사진작가의 길로 나섰다. 23세 때는 프랑스 ‘오늘의 사진작가 80인’ 중 최연소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귀국해 국적을 회복하고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캄보디아에 미술학교를 세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시회를 가졌던 김씨는 오래전부터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장윤석 마리아병원 명예원장(양구)은 춘천고-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유전의학회, 불임학회, 산부인과학회 등의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아세아대양주 산부인과연맹 원로 회원으로 있는 산부인과 분야의 권위자이다.

조정환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과 윤종성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이 인제 출신이다. 조사령관은 춘천제일고-육사를 졸업하고 사단장, 육본 정보작전부장, 군단장, 육군참모차장을 거쳐 지난 4월 현직에 진급했다. 윤 전 본부장은 수도사대부고-육사를 나와 동국대와 명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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