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불굴의 마라토너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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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한국의 육상 영웅 손기정·황영조

▲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마라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왼쪽)를 축하하는 손기정 옹. ⓒ연합뉴스
8월27일 열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가까워오면서 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의 방한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달구벌을 달릴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달궈지고 있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의 낯익은 얼굴을 주요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만날 수도 있다. 황위원장은 이번 대회의 마라톤 코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무더운 날씨를 극복하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익숙하지 않은 변형 순환 코스의 특성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대회는 15km 구간을 두 바퀴 돈 뒤 12.195km를 더 도는 순환 코스를 채택했다. 황위원장은 “선수들 입장에서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폭염 속에서 체력적인 한계와 싸우며 출발점을 다시 지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욕망과도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 사상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던 2007년 오사카 대회 때에는 남자 마라톤 선수 85명 중 28명이 기권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육상 전문 기자가 펴낸 <자유와 황홀, 육상>(알렙 펴냄)에서도 한국 마라톤의 역사가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선사 시대부터 미래의 육상 전망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 육상의 시작부터 마라톤 중흥 시대까지, 아프리카에서 전세계까지 동서고금을 아울러 ‘인간이 달리고 넘고 던진다는 것’에 대해 말했다. 특히 이 책에는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그 주인공들의 속마음까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상세히 기록해 감동을 준다.

“나라 없는 백성은 개와 똑같아. 만약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것을 알았다면 난 베를린 올림픽에서 달리지 않았을 거야.” 손기정은 1936년 8월9일 베를린올림픽 시상대에서 시종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의 일장기를 월계수 화관으로 가린 채. 그러면서 그 생애에 다시는 일장기를 달고 달리지 않으리라 굳게 맹세했다. 그리고 실제 광복이되기까지 단 한 번도 마라톤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손기정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온 뒤 기진해 쓰러진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속울음을 삼켰다. “더 이상 여한이 없구먼. 이제는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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