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에 활짝 펼친 인재의 요람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9.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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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삼│편집위원

▲ 청주시 서쪽의 청주공업단지 전경 ⓒ뉴스뱅크이미지

청주시 출신 인맥에 대해서는 본 기획 시리즈 2010년 7월13일자(제1081호) ‘청주고 vs 충주고’ 편에서 일부 소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호에서는 청주시 3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판세를 짚어보기로 한다.

어찌 보면 충북의 다른 시·군 출신일지라도 일단 명문 청주고를 다녔다 하면 ‘청주 사람’의 동아리에 묶일 수도 있을 것이다.

최현호 충북대 초빙교수(충청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출생지와 본적이 보은군이다. 청주고를 졸업한 인연으로 15대 때부터 18대 때까지 청주 흥덕구에서 네 차례 출마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15·16대에는 무소속, 17대에는 자민련, 18대에는 자유선진당이었다. 15·16대 때 무소속 출마하고도 1만 표 이상 얻은 것이 화근(?)이었다. 선거에서 ‘마(魔)의 선’이라는 10%를 넘다 보니까 ‘이번에 바람만 잘 불어주면…’ 하는 생각에서 네 차례나 출마했다고 한다. 이제는 그 꿈을 접었다는 말에서 “시원섭섭하다”라는 여운이 묻어 나온다. 지금까지 대학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그에게 네 번의 선거는 어느 정도 손재수(損財數)를 불가피하게 안겼을 터이고, 이제는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가 부담스러운 듯하다. 부인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57쪽 표에서 보는 것처럼 청주시 3개 선거구의 현역 의원은 모두 고향 사람으로 민주당 소속이다. 이처럼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 지역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강세인 현상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충북의 민심이다. 세종시 문제를 중심으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넓게 퍼진 데다 자유선진당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반감이 작용한다. 전통적으로 자유당을 비롯해 집권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민심이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맹주로 군림하던 시절에는 그를 중심으로 결집되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대전·충남에서는 다수를 점하는 자유선진당이 충북에서는 맥을 못 춘다.

또 한 가지는 민주당을 배경으로 한 인사들이 ‘인물론’에서 앞선다는 것. 유권자들이 당의 간판을 떠나 일할 만한 사람들을 뽑아주었다는 얘기이다. 친(親)한나라당 성향으로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한나라당의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청원군의 변재일 의원(민주당) 역시 능력 있는 행정 관료 출신으로 분류된다.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역풍이 불어 홍재형, 오제세, 노영민 세 의원이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흥덕구가 갑·을로 나뉘기 전인 16대 때 상당구에서는 홍재형 후보(민주당)가 한대수 후보(한나라당)에게 이겼으나 흥덕구에서 윤경식 후보(한나라당)가 조성훈(자민련)·노영민(민주) 후보를 눌렀었다. 15대는 구천서, 오용운 두 자민련 후보가 석권했던 시기이다.

지역구

이름(나이)

당적  

본적

학력

경력

선수

상당구

홍재형(73)

민주  

청주

청주고-서울대 상대

경제부총리

3선 

흥덕구 갑 

오제세(62)

민주 

청주

경기고-서울대 법대

인천시 부시장

2선

흥덕구 을

노영민(54)

민주 

청주

청주고-연세대경영학과

사회운동가

2선

홍재형 의원은 3선으로 18대 후반기인 현재 국회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청주고-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후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정통 재무 관료 출신으로 주영국 대사관 재무관, 관세국장,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한국수출입은행장, 외환은행장, 재무부장관을 거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까지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주도했다.

YS의 지지로 15대 총선에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구천서 후보에게 패하고 난 뒤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에 몸담아 첫 등원했다. 16대 총선 이전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경제특보로 부름을 받았던 터였다. 이 선거에서 그는 차점자인 한대수 후보(한나라당)를 누르고 3위에 그친 구천서 후보에게도 설욕할 수 있었다.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으로 이어지는 당적을 견지하며 국회 예결위원장,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등 주요 국회직·당직을 거친 그는 앞으로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선거에서는 50%를 상회하는 득표율을 유지하고 있다.

충북 ‘정치 1번지’를 둘러싼 흥미로운 대결

오제세 의원은 17대 총선에 출마해 현역인 윤경식 후보를 물리쳤다. 오의원은 청주 출신으로 청주중을 졸업하고 경기고로 진학했다.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했다. 내무부 본부와 온양-대천 시장, 청주시 부시장을 지낸 끝에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마지막으로 17대 국회에 진출했다.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세 차례, 국회 입법 및 정책 최우수의원에 두 차례 선정되는 등 성실한 의정 활동을 인정받아 18대에서 재선 의원이 되었다. 정무, 재정·경제, 예·결산에 밝아 국회 기획재정위 위원으로 있으면서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다.

청주 출신 인사

이름

출신  학교

직책

강익중

홍익대 서양화과

설치미술가 

경청호

청주고-청주대 경영학과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부회장 

권오곤

경기고-서울대 법학과

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 

김경수

청주고-육사

국세청 소득지원국장 

김동수

청주고-연세대 경제학과

한국도자기 회장 

김병근

성동고-성균관대 행정학과

중소기업청 경영지원국장 

김봉구

서울대 조소학과

서울미술협회 회장 

김석원

청주고-경희대 행정학과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 

김석휘

서울대 법학과

 변호사

김성수

청주고-한양대 화공과

ZEN한국 회장 

김수현

청주여고-고려대 국문과

방송작가 

김승유

경기고-고려대 경영학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김영대

충북대 임학과

충청일보 정경부장 

김윤배

청주고-고려대 정외과

청주대 총장 

김이환

청주고-서울대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김진모

청주신흥고-서울대 법학과

청와대 민정2비서관 

김태만

대성고-청주대 행정학과

포항스틸러스 프로축구단 구단주 

김태훈

충북대 화공과

YTN 청주지국장 

김형근

청주고-충북대 경영학과

충북도의회 의원(민주당·청주시2) 

남재희

청주고-서울대 법학과

전 노동부장관 

노영민

청주고-연세대 경영학과

국회의원(민주당·청주시 흥덕구 을) 

도종환

원주고-충북대 국어교육과

시인 

문창극

서울고-서울대 정치학과

중앙일보 대기자 

민경삼

신일고-고려대

SK 와이번스 단장 

박광호

충남대 무역학과

충청일보 편집부국장 

박상문

한양대 연극영화과

 문화일보 사진부 부국장 

박성규

청주상고-중앙대 경제학과

중부매일 대표이사 회장 

박재갑

경기고-서울대 의대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박종운

청주고-서울대 사회학과

한나라당 경기도당 서부 지역 총괄본부장 

박환규

청주고-육사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변재일

청주고-연세대 정외과

국회의원(민주당·청원군) 

변주연

청주기계공고-청주대 지적학과

충청매일 대표이사 

노영민 의원은 금배지를 달기 전에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전기 공사 기사, 위험물 처리 기능사 면허를 갖고 있는 그는 노동운동에 뛰어다니느라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지 14년 만에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전기 공사 업체를 운영하기도 했고, 민주개혁국민연합 충북연대 공동대표와 정권교체민주개혁 충북위원회 공동대표 일도 맡아보았다.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은 이후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충북본부장, 열린우리당 충북창당추진위 본부장 일을 보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16대 총선에서 낙방하고 17대에 이르러 남상우 후보(한나라당)에게 이겼다. 18대까지 2선을 기록하는 동안 국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특위 위원장, 열린우리당 사무부총장, 통합민주당 정책조정위원장,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민주당 대변인을 거쳐 현재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을 맡고 있다.

상당구는 청주, 나아가 충북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선거구이다. 이곳에서 내년 총선을 목표로 홍재형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인물이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이다. 70대 고령의 홍의원과 50대 정우택 전 지사 간의 접전은 내년 총선에서 충북 전체의 바람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정운갑 전 의원(작고)의 4남인 정 전 지사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10여 년 동안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가 부친의 지역구였던 충북 진천·음성으로 가 자민련 후보로 15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종필 명예총재 특별보좌역을 지냈고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자민련 정책위 의장을 지낸 정책통이다. 16대 국회 임기 중 잠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다.

그에게는 두 번의 시련기가 있었다. 자민련 후보로 나섰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돌풍’의 회오리를 맞으며 낙마한 것과 2010년 5월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세종시 돌풍’에 휩쓸린 것이다. 17대 총선 후인 2005년 그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의해 ‘제1호’로 영입되었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에 당선되었는데 2010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당적이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다.

16대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흥덕구 윤경식 의원(한나라당)은 17·18대 두 차례 선거에서 오제세 의원에게 쓴맛을 보았다.

일찌감치 서울의 고등학교로 유학한 유명 인사들이 있다. 권오곤 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 오제세 국회의원,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그들이다.

남재희·박재갑·권오곤 등 각계에서 ‘명성’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는 서울고로 진학해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언론인의 길로 들어섰다. 중앙일보에서 사회부·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논설위원실장, 논설주간, 주필을 지내는 동안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관악언론인회(서울대 출신 언론인들 모임) 회장을 맡았다.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내면서 ‘금연 전도사’로 이름을 굳힌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청주에서 출생해 청주중을 졸업하고 경기고로 진학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에서 강의와 진료를 병행한 외과 전문의이다. 암센터 1·2대 원장으로 재직하며 병원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성과를 인정받아 중앙의료원장에 임명되었었다. 그런 박원장이 입원실 옆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농성하는 노조에 질렸다며 지난 8월31일 사의를 표명했다. “공공 병원이 민간 병원들보다 환자는 덜 보면서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이유에서였다. 2010년 4월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초대 원장을 맡은 지 1년5개월 만이다.

권오곤 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은 경기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으로서 대구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후 2001년 이 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선출되었고 2008년 부소장으로 승진했다. 대학과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하고, 사법시험도 수석 합격했다.

청주고를 졸업한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은 서울대 의대 예과에 입학해 다니다 중퇴하고 다시 시험을 치러 서울대 법대를 다닌 언론인 출신이다. 왜 진로를 바꿨느냐는 질문에 “당시에는 그런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라고 답한다.

그 당시 법대로 전과 또는 재입학한 네 명과 정치학과나 사범대로 옮긴 친구들을 합쳐 의예과 동기 1백20명 중 10명 정도가 의사의 길을 중도 포기했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굶어 죽지 않을 직업이 의사·변호사·목사 ‘3사’”라는 말이 있는데 법대를 졸업하고 기자의 길을 택했으니 ‘3사’를 피해 간 형국이다. 그는, 소설가 고 이병주씨가 “당신이 할 뻔했던 의사·변호사라는 게 늘 세상에서 가장 고달픈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데 그걸 면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라고 해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영자(英字) 주간지를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던 독서광에 고서(古書) 수집이 취미였던 그는 한국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문화·정치부장과 논설위원, 서울신문 편집국장, 주필로 20년간 언론인 생활을 하고 10~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은퇴 후 조용히 만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정치는 허무한 것이다”라고 술회한다. 곤궁 속에 살았던 개발 시대, 정·문화계 인사들과 술에 얽힌 풍류를 담은 <언론·정치 풍속사>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오랜 지기인 박맹호 회장이 운영하는 민음사를 통해 출간했다.

김석휘 변호사는 당대에 드문 관운(官運)의 소유자였다.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후 재학 중에 고등고시 사법·행정과에 합격하고 검사 생활을 시작해 부장검사, 대통령 비서실 파견 검사, 법무부 교정국장, 서울지검장, 서울고검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 이르기까지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차근차근 빠뜨리지 않고 모두 거쳤다.

금융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드라마 시청률 78%(<사랑과 진실> 1984년)라는 공전의 신화를 갖고 있는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방송작가가 청주 무심천변을 거닐던 사람들이다.

청주 출신 인사

이름

출신  학교

직책

서규용

청주고-고려대 농학과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서세원

대구대륜고-경기대 국문과

개그맨 

서지문

경기여고-이화여대 영문과

고려대 영문과 교수 

송경근

운호고-연세대 법대

 인천지법 부장판사 

송인혁

청주고-서울대 공법학과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 

송해은

청주고-한양대 법학과

서울동부지검장 

신완수

경동고-연세대 사학과

SBS 교양4CP 국장 

안정호

청주고-서울대 법학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