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사들에 접근한 것은 사실”
  • 대구·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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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권재진 법무부장관 로비 고리’로 지목한 이 아무개씨 직격 인터뷰

▲ 지난 10월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 ⓒ시사저널 윤성호

<시사저널>을 통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권재진 법무부장관을 겨냥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청와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회장은 지난 10월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구 지역에서 스크린골프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이 아무개씨를 통해 권장관에게 구명 활동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장관은 10월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나는 이회장도 모르고 사업가 이씨도 전혀 모른다. (이에 대해 내가 검찰) 수사받을 부분은 받아도 좋고, 해명할 부분은 해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회장과 권장관의 진실 공방 사이에서 새로운 핵심 인물로 떠오른 이 아무개씨는, 대구 지역에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전직 언론인이다. 이씨는 한 뉴스 전문 채널의 대구·경북지사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지역에서 선거 컨설팅 분야에도 종사했다. 그의 약력에는 대구시 투자유치자문관과 경북도지사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고 나와 있다. 지난 10월4일 대구에서 기자와 만난 이씨는 “로비나 구명 활동이라는 표현은 정말로 적절하지 않다”라고 이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국철 회장은 “이 아무개씨를 지난해 4~5월께에 처음 만났다. 친구인 강 아무개씨가 ‘대구에서 상당히 능력 있고 청와대 민정 쪽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이씨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이회장 쪽에서 먼저 손 내밀었다”

▲ 권재진 법무부장관(왼쪽)과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씨는 “그 이전부터 이회장과는 알던 사이였다”라고 다소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이씨는 “한 언론인의 소개로 2006년께 이국철 회장을 만났다. SLS중공업이 대구에 R&D센터를 짓겠다며 달서구의 삼성 상용차 부지를 분양받고 싶어 했다. 이회장 자신은 평생 일만 해서 대구에 아는 사람이 없다며 도움을 달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무를 맡은 이회장의 친구 강씨(당시 SLS중공업 이사)를 주로 보았지만, 이회장도 두어 번 만났다. SLS쪽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대구 부지 건이 잘 안 되면서 연락이 끊어졌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이씨가 이회장의 부탁을 받고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SLS그룹 해체를 막기 위한 구명 로비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회장은 “이씨가 (먼저 접근해) ‘이것은 청와대 민정 쪽 일이다. 그리고 내가 민정 쪽은 잘 안다’라고 말했다.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을 ○○대학(대구 소재) 총장인 노 아무개씨와 함께 만났다고 했고, SLS그룹 해체 과정의 억울함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SLS 명함이 있으면 활동하기 편하겠다고 해서 자회사 고문 자리를 주었고 차량과 급여를 제공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내가 아니라 이회장 쪽에서 먼저 찾아왔다”라고 반박했다. 대구 부지 건 이후 연락이 끊어졌던 강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스크린골프 업소로 찾아왔고, SLS그룹이 요즘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권장관과의 인연도 그다지 깊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지역 사회가 크지 않다. 권장관과는 행사가 있을 때 악수 정도 하고 얼굴이나 알고 인사했던 사이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SLS에 몸담고 있으면 이야기를 하기가 더 수월할 것 같아 명함을 파달라고 한 것은 맞다. 권장관을 잘 아는 사람을 통해 이런 억울한 일이 있다는 것 정도를 전달할 수는 있겠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권장관에게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라고 했다. 그는 “차량과 급여도 내가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들어오는 돈도 몇 개월 지나니 안 들어와서 회사가 어려운가 보다 생각하고 말았다”라고 해명했다.

이씨는 SLS조선 워크아웃과 관련해 여러 방면으로 접촉한 사실은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와 검찰 등 자신이 아는 관계자와 만났던 것도 인정했다.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도 이회장과 함께 만났다고 했다. 당시 SLS 워크아웃을 진행했던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가 박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자리였다. 그는 “박회장이 대구에서 신한국당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로비나 구명 활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만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억울함이 있으니 다시 한번 들여다봐달라고 했을 뿐이다. 이회장이 청와대에 (SLS조선 워크아웃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민원을 접수시켰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접수시킨 사람이 나다. 만약 로비를 했다면 내가 직접 민원을 접수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있다. 이회장과 이씨 두 사람 사이에 적지 않은 돈거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회장은 이씨가 자신에게 6억원을 빌려갔다고 말했다. 이씨가 대구에서 운영하는 골프점 때문에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회사인 SP로지텍을 통해 1억원을 빌려주었고, 이후 친구인 강씨가 또 5억원을 빌려주었다고 했다. 이 6억원의 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모른다”라고 답했다.

“이회장에게서 6억원 빌린 것은 맞다”

이에 대해 이씨는 돈 6억원을 빌린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썼다. 차익을 얻기 위해 구입했던 상가가 금융 위기로 임대도, 매각도 되지 않았다. 이자나 관리비 등으로 들어가는 돈 때문에 사채를 썼고 그 문제로 돈을 빌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회장의 주장대로 자기가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강씨가 빌려준 5억원의 경우도 그쪽에서 먼저 제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채의 이자가 너무 비싸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앞선 1억원은 계좌로 받았지만 5억원의 경우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5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빌려주면서 현금으로 거래했다는 대목도 다소 석연치 않다.

이씨는 “강씨에게도 월 이자만 1천2백만원을 냈다.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서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점을 임대 내주고 상가 한 층을 처분해 사채와 빌린 돈을 모두 갚기로 했다. 그 정리 기간 동안에 이자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강씨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어느 날 법원에서 연락이 왔더라”라고 말했다. 현재 6억원과 관련해서는 SP로지텍과 강씨가 이씨를 고소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씨에게 ‘로비 활동’이 아니라면 왜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이회장을 도우려고 나섰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이씨는 ‘호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졸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무용담, 그리고 같은 동향 출신 인물이라 비록 그가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좋아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씨의 활동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회장을 구해주지 못했고 돈 문제로 소송까지 당했다.

이회장과 이씨 두 사람의 주장은 세세한 대목에서는 엇갈리지만 큰 맥락은 맞닿아 있다. 이회장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이씨가 권장관을 포함한 유력 인사들에게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도와주려고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또 6억원의 돈이, 그것도 5억원은 현금으로 두 사람 사이에 거래된 것 또한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검찰에서 불러준다면 나가서 이회장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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