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사업 손댔던 삼성, 왜 손 떼야 했나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10.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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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반대로 버스조합과 체결한 ‘판매 대행 계약’ 해지당해

ⓒ시사저널 이종현

삼성 계열사인 올앳은 지난 2009년 11월 유패스를 발행하는 서울버스조합과 교통카드 판매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사업이 1년여 간 지연되다가 결국 계약까지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서울버스조합이 교통카드 판매 대행 계약 제안을 했다. 내부 회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지만, 서울시가 조합에 공문을 보내 삼성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계약 해지 이유는 한 가지. 조합이 삼성과의 계약 사실을 사전에 서울시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내부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심지어 보고 의무를 등한시한 조합의 교통카드 업무 담당 임원을 해임할 것을 종용했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 해산에 해당하는 정관 변경 명령까지도 불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서울시가 특정 업체의 시장 진입까지 관여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측은 “교통카드 사업은 서울시에 감독 권한이 있다. 향후 교통카드 사업과 관련한 일체의 결정 사항은 시에 통보할 것을 통보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계약 해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계약 불가’ 통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유보 입장을 보였다. 계속되는 조합의 입장 표명 요구에도 답변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삼성과의 계약을 체결한 지 8개월이 지난 후였다. 특히 서울시에는 당시 삼성의 계약 체결을 반대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한 변호사는 “감독과 인허 등의 절차는 구별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삼성의 교통카드 사업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로고스측도 “서울특별시장의 감독권 행사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구시는 지난 2009년 새로운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버스카드 컨소시엄인 카드넷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역의 시내버스 업체를 대변하는 조합이 대상그룹의 손자회사인 씨티넷과 이미 10년간 버스카드 사업에 대한 독점적인 영업권을 준다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대구시는 법원에 조합과 카드넷의 계약 무효를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계약의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면서 조합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조계 “특정 기업 사업까지 제한, 지나치다”

서울버스조합 역시 지난 1996년부터 외부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조합 카드를 판매하고 충전을 관리해왔다. 삼성과의 계약은 2009년 ㅇ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맺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삼성과의 계약에 대해서만 ‘불가’ 통보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한국스마트카드의 최대 주주라는 점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한국스마트카드의 경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의 진입 시기에 맞추어서 민감하게 반응한 데는 LG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조합의 한 관계자도 “삼성이 막강한 자본과 조직을 바탕으로 교통카드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LG 내부적으로 우려를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 ‘계약을 취소해달라’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라고 귀띔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시까지 나서서 계약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G CNS와 한국스마트카드측은 “회사의 입김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서울시의 경우 준공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구와는 다르다. 삼성과의 계약 역시 조합 내부의 문제로 인해 파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측도 “문제가 있다면 행정 소송 등 절차대로 진행하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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