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에서는 어처장의 경호처장 임명을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단순히 어처장이 경찰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지금껏 경호처와 경찰 간에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상당한 갈등 관계가 있었다. 바로 ‘외국 귀빈 경호 지휘권’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경찰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귀빈들에 대한 경호 지휘권을 ‘일부’ 갖고 있다. 하지만 경호처가 법안을 개정해서 그 지휘권을 ‘전부’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청수 처장이 임명되어 외국 귀빈 경호 지휘권이 경찰에 그대로 존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경찰 내부에 상당히 높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지난 8월 개정 법률안 국회 제출
정부(대통령실)는 지난 8월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법률안은 현재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경호처장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다자간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 또는 행정 수반과 국제기구 대표의 신변 보호 및 행사장의 안전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관계 기관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는 경호·안전 대책 기구를 편성·운영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호처장이 외국 귀빈의 경호 기구에 대한 지휘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당장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외국 귀빈의 경호는 경찰에서 맡고 있다. 우리도 그동안 외국 귀빈이 방한하면 사실상 경찰 기동대에서 모든 현장 경호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그 경호 업무의 지휘권까지 경호처가 다 가지고 가겠다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이다. ‘옥상옥’에 불과하며, 국민들에게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도 비칠 수도 있다”라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대통령 경호 개정안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입법심의관의 검토 보고서에도 ‘경호처장이 관계 기관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는 경호·안전 대책 기구의 편성·운영 권한을 처장에게 부여하기보다는, 대통령 소속으로 경호·안전 대책 기구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경호처의 한 관계자는 “법률 개정안은 군과 경찰 등 관계기관의 사전 협의를 통해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에서 많이 오해하고 있다. 지난해 G20 회의의 경우 특별법까지 만들어 행정적인 낭비가 있었다. 이를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