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땅, 온천 지구로 개발된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1.11.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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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확인…토지 보유한 이천시 장천리 일대 땅값 올라 투기 의혹도 제기돼

▲ 이천시의 성호 호수공원 조성 산업의 일환으로 최태원 회장의 부지가 온천 지구로 선정되면서 인근 땅값이 오르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른 여러 가지 의혹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검찰 수사는 SK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에 투자한 자금 가운데 약 1천억원이 최태원 회장 형제의 선물 투자와 투자 손실금 보전에 사용되었다는 정황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 밖에 다른 루트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되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최회장 형제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 검찰은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었던 인력 송출업체인 G사와 E사, 여행사 M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세 업체가 과다계상을 통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최회장 형제에게 상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 세 업체는 최회장 형제와 공·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G사와 E사는 SK텔레콤이나 SK네트웍스에 주로 인력을 공급해왔는데, 최재원 부회장은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의 등기이사이다.

M여행사는 학연으로 얽혀 있다. M여행사의 회장 구 아무개씨는 신일고 12기로, 최재원 부회장과 동기이며 최태원 회장에게는 2년 후배이다. M여행사는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와 계약을 맺고 해외 팸투어 여행상품을 판매해왔다. 이 과정에서 팸투어 참석 인원을 부풀려 최회장 형제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한 성형외과를 통해 돈 세탁을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해 M여행사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회사측은 “해줄 말이 없다”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형제의 모교인 신일고 인맥도 구설에 올라

▲ 11월8일 새벽 검찰이, 최태원 회장이 1천억원 가까이 선물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가운데 2천여 억원의 돈이 회사 공금에서 유용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SK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M여행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불똥은 SK 와이번스에게도 날아들었다. SK 와이번스와 관계된 사업이 비자금 창구로 사용되었다면 SK 와이번스의 고위층도 이 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민 아무개 SK 와이번스 단장이 있다. 민단장은 최부회장과 신일고 12기 동기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장 취임설까지 나돌고 있다. SK와이번스측은 “구단 1년 예산이 약 2백억원인데 70~80%는 인건비로 사용된다. 팸투어의 경우 고작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비자금 조성이 가능하다는 말이냐. 지금 떠도는 말들은 신일고 동기라는 점 때문에 나온 것일 뿐 사실무근이다”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 형제의 비자금 의혹은 건설 사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SK가 지방에서 추진한 한 건설 사업에서 최재원 부회장이 시행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단서를 포착해 지난 7월 최부회장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SK와 관련된 건설 사업을 취재하던 중,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에 있는 최회장 형제 소유의 땅이 온천 지구로 개발된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이른바 ‘SK 장천온천’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이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성호 호수공원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이천시는 지난 2008년 장천리 일대를 온천원 보호 지구로 지정하고 장천온천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SK건설은 최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를 포함한 장천리 일대 2만9천5백m²에 걸쳐 2010년부터 개발을 진행해 오는 2016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의 온천 개발 소식은 조용했던 시골 마을 장천리를 들썩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장천리 곳곳에는 SK 온천 개발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땅값은 수직으로 상승해 논밭에 불과했던 장천리 일대는 최근 2년여 사이에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했다. 부동산 투기를 노린 외지인들의 출입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반면 매물은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 현지인의 전언이다. 장천리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대기업인 SK가 참여한다는 소식에 땅값이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SK 온천이 들어서는 곳과 인접한 지역은 2년 전의 시세보다 세 배 이상 올랐다.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6년 평당 40만원 하던 땅이 지금은 평당 1백3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도 올해 초 장천리 일대에 땅을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땅값 상승으로 가장 크게 이익을 볼 사람은 최회장 형제일 수밖에 없다. 실제 최회장 형제는 설성면 일대에 광범위한 땅을 갖고 있다. 이 땅은 선대 회장인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1997년 물려받은 것으로, 인근 토지 중개인에 따르면 약 40만평(약 1백30만m²)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땅에는 최회장의 별장도 들어서 있다. 별장에는 4천여 그루의 밤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S자 형태의 거대한 양어장도 조성되어 있다.

SK측은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SK 관계자는 “장천온천 개발은 이천시에서 계획한 것이다. 온천이 나온 곳이 최태원 회장의 땅이었기 때문에 이천시가 민자 개발 방식으로 우리(SK)측에 (개발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SK는 장천리에 온천 개발을 할 계획이 없다. 최회장은 괜히 개발에 나섰다가 ‘재벌 땅 투기’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사업 규모도 크지 않고 수익성도 보장되지 않는 사업인데 굳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 땅과 관련한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는 최회장이 소유했었던 장천리 부지에 2008년께 SKMS 연구소를 건립했는데, 당시에도 부지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었다.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천리에 연구소를 지을 이유가 없으며, 토지 매입 당시 토지 가격이 시가보다 고가로 매겨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현재 SKMS 연구소 부지는 2006년 최회장으로부터 SK건설에 매각되었다가 2007년 말 SK㈜에 되팔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SK건설이 연수원 건립을 위해 이 부지를 매입했었고 내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SK㈜에 팔았다. 당시 감정 기관 두 곳에서 평가를 받아 거래가를 산정했기 때문에 부당 거래는 전혀 없었다. 장천리에 연구소를 지은 이유는 SK텔레콤의 미래경영연구소가 이천에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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